스쿠터를 타면 바람이 분다
석우주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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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흔히 보는 작지만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는 솜씨만은 야무진 스쿠터가 언제부터인지 생활권 내로 가까워졌다.

우리나라 특유의 친절 서비스로 인한 아주 요긴한 스쿠터-

 

사실 이 책에서 나오는, 책표지에 그려진 스쿠터를 본 적은 없지만 만약 실제 보게 된다면 승차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것이란 상상을 해 본다.

 

사람의 인연이란 정말 예기치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또 헤어짐을 이 책에서는 스쿠터를 소재로 하여 제대로 보여주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래 이름은 연분홍, 일명 엄마와 오빠에게만 통용되는 핑크란 이름을 가진 , 검고 짧은 곱슬머리의 이미지를 가진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다.

 

엄마의 키친 가게 일을 도우러 배달 길을 가다 길을 묻는 남자에게 가르쳐준다는 것이 오지랖이 넓게도 순환되는 버스를 착각하는 바람에 제대로 알려주려다 택시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다.

당연히 스쿠터는 이 세상 하직, 자신의 팔엔 영광의 상처가 남게 되고 그 이후 자신이 과외를 해 주던 민준의 삼촌 오피스텔에 치킨 배달하러 간 것이 또다시 맺게 된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보다 9살 연상의 태신묵이란 남자-

인도네시아 지사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왜 연분홍이 자신에게 톡 쏘는 말을 건네는지에 대한 인지도 못하지만 결국엔  사정을 알게 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고 사과의 의미로  스쿠터를 선물한다.

 

그것도 뽀얀 핑크의 이탈리아산 스쿠터-

하지만 그를 만나면 불행의 연속이라고나 할까? 화재로 인해 엄마와 오빠의 연이은 사고 때문에 스쿠터마저 부득이하게 팔게 되고, 곧이어 천애 고아가 되면서 빚 잔치에 앉게 된 연분홍은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연강희란 이름으로 바꾸게 되는데...

 

 

다른 가정에서 자란 서로의 아픔을 간직한 채, 외로우니까 서로에게 밥 친구해주잔 의미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은 알콩달콩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려나가진 않는다.

좀 발전된다 싶으면 서로에게 깊은 상처는 감춘 채 보여줄 어느 정도의 한계선 안에서만 이야기를 넌지시 비출 뿐, 그녀의 손에 가시가 박혀 제대로 나아가고는 있는지, 왜 그렇게 24시간을 빼곡히 알바와 회사일을 병행해가면 일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더 이상 묻지를 않고 자신 또한 아픈 성장의 생활을 단편적으만 내비쳤던 두 사람의 사랑은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커플들의 모습과 함께 자신의 감정이 이상한 소용돌이 속에 흔들리고 있다는 인지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으려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스쿠터를 타면 분명 바람을 내 뒤를 지나갈 것이고 그렇듯 사랑도 이렇게 우연히 찾아와서 내 뒤를 지나갈 듯 스쳐가지만 누가 더 이 바람을 제대로 맞대고 나아가는냐에 따라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싶은 상황은 달라지리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사고를 통해 깨닫게 되는 한 남자의 늦깎이 사랑하기와 그런 남자의 아픔을 통해 자신의 아픔도 희석시키는 연강희란 여인의 사랑법은 훈훈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연분홍, 핑크가 몰던 스쿠터를 뒤에 앉아서 동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 두 사람-

이제 그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고 밥 친구 이상의 긴 여행을 같이 할 동반자로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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