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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스페인이란 나라가 가진 연상의 이미지는 혼합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이슬람과 가톨릭의 절묘한 조화와 함께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인 여건, 불타는 정열의 나라, 특히 축구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여러 모습을 지닌 나라여서인지 문학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대할 수가 있는데 요번에 접한 책은 스릴이 있는, 으스스한 모습이 연상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대충 보니 현직 범죄학과 범죄 정책을 공부했고 현 바르셀로나 과학 형사 수사대에 근무 중이란다.
이 책이 나온 근거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역에서의 이점을 십분 발휘했다고 느껴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페인 주 정부와 ‘RBA리브로스’ 출판사가 수여하는 범죄소설상(Crims de Tinta)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란다.
실제로 존재했었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엽기 행각을 통해서 알려진 연쇄 살인마인 엔리케타 마르티’의 등골이 오싹한 실화를 조사해서 나름대로의 소설적인 구상을 통해 책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때는 1911년 바르셀로나-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폭력적인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202쪽)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부자와 가난한 뒷골목의 차이가 현저히 차이나는 시대였다.
두 명의 아이를 유산한 채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부인과 함께 사는 모이세스 코르보는 형사로서 부인 외에 매춘을 통한 성적인 해소를 즐기지만 매춘부들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는 이야기에 사건의 배후를 캐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흐름 진행 방식은 좀 다른다.
처음부터 연쇄 살인마인 엔리케타를 드러내는 대신 화자인 '나'가 등장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도대체 '나'의 존재는 누구인가에 대한 초점이 맞춰진다.
그녀가 행한 일들이란 그녀 자신의 정신적인 이상으로도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매춘을 알선하고 아이들을 납치하여 살해한 다음, 아이들의 신체 부위를 이용해 연고와 물약을 만들어 부유한 고객에게 파는일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이 모든 일들을 서슴없이 행한다.
여기까지 차츰 수사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윗 선의 무언의 불편한 심경이 경찰 고위직에게 전달되고 이 사건은 흐지부지 없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으로 몰린다.
그녀의 행동을 돕고 모이세스 코르보의 두 아이를 데려간 자, 일명 바르셀로나 섀도우라 불린 '나'란 존재는 저승사자란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는데, 한 곳의 이야기가 집중됐다 싶으면 실제 책 속의 주인공들이 갑자기 등장하기에 약간의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지에 대한 흥미를 그다지 유발 하지 않는단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어 보이는 그녀의 행동을 돕는 저승사자의 출현과 이야기 화자로서의 역할은 이 책의 내용상, 극적인 느낌을 주진 않지만, 당시 바르셀로나가 처했던 우울한 분위기의 묘사라든가, 사건의 해결을 풀어헤칠 즈음 안타깝게 죽음을 맞는 모이세스 코르보의 일은 안타깝기만 하다.
귀신이야기를 읽는 듯도 하고 현실과 환상의 느낌을 받는 듯도 한,한 사람을 죽이는 과정의 묘사와 시체에 대한 상세한 부분들은 섬짓함을 느끼게 되는, 악마와도 같았던 살인 녀의 행적을 저자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진 작품이란 점에서 창작의 노력이 돋보인단 느낌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