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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ㅣ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평점 :
넬레 노이하우스란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일문학의 추리소설을 대하는 느낌은 새 작품으로 만날 때마다 새롭고 또 기대가 되기도 한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여름을 삼킨 소녀'외에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엔 사회성 있는 문제들이 들어있기에 가볍게 읽고 끝낼 수만은 없는 특징이 있다. (물론 여름을 삼킨 소녀는 장르상 예외지만)
다시 돌아온 '타우누스 시리즈' 7권에 해당되는 작품은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 2012년 12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사건은 2013년 1월 3일을 끝으로 끝이 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범인을 미워할 수 없는 연민의 정이 읽으면 읽을수록 쌓여가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휴가를 맞아 재혼의 기쁨을 느낄 기분에 들떠 있는 피아와 그의 상사 보덴슈타인의 조합이야말로 남녀 궁합의 이상적인 팀워크는 바로 이런 두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 준비에 들떠있던 피아를 결코 떠날 수 없게 만든 사건-
한적한 타우누스 지역의 어느 작은 마을에 개를 데리고 조깅하던 여인이 총에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되고 어떤 흔적의 단서조차도 찾을 수없던 그 상황에서 연이어서 사망자가 발생된다.
유명한 심장이식 의사의 부인이 손녀가 보는 앞에서 사망하고, 빵집 여종업원이 쇼핑센터 한가운데서 죽었으며, 연이어서 어떤 특정 인물에 한정된 사람들만 골라서 죽이는 특출한 저격수의 솜씨를 자랑한다.
전혀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수사팀에 범인은 자신의 정당한 살인의 행위를 밝히는 부고를 보낸다.
죄지은 자들은 고통을 맛 보아야 한다.
그들이 무관심, 욕심, 허영, 부주의를 통해 초래한 것과 똑같은 고통을...
나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러 왔으니 죄를 짊어진 자들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원한으로 이렇게까지 법에 기대지 못하고 솔선수범하여 이런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까?
사건을 파헤쳐 가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매개는 충격적이다.
인공 장치에 의해서 생명 연장을 하고 있는 환자, 일명 뇌사자에 대한 판명이 났을 경우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범인의 생각과 행동이 독자들도 같이 그 시선과 동정을 따랄 갈 수 있게 그려놓았기에 좁혀져오는 범인이 누굴까에 대한 윤곽을 그려보게 하는 동시에 냉철한 수사관들이라도 범인이 이런 일을 해야만 했을 때의 심정과 그로 인해 죄 없는 또 하나의 생명들이 죽어간다는 두 상황에서 혼동과 그들 스스로도 감정이 무너짐을 느끼게 해 주는 장면 장면들이 아픔을 느끼게 한다.
장기마피자 피해자 모임인 '장피아 모임'을 통해 죽은 자와 그의 가족들이 느꼈을 죽음에 대한 예우와 병원이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워서 저지른 의술이란 이름 아래 저지른 만행의 공모들, 한 생명을 죽이고 또 다른 생명을 구했다는 착각을 가지면서 자신의 앞 날에 이뤄질 야망과 찬사를 위해 스스름없이 저지른 행동들을 보는 과정이 장기기증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와 심사숙고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맞물려 각자의 개인적인 사랑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가정사가 곁들여져 있기에 자못 심각한 사건에만 빠질 수 있는 숨통을 잠시나마 쉬게 해 주는 장치가 아닐까도 싶게 한다.
분명 장기기증에 대한 그 취지는 뜻이 깊으나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가족이 붕괴되고 미쳐가는 과정이 살인사건과 맞물리면서 돈, 야망, 현실에 처한 상황들이 모두 드러나는, 어쩌면 쉽게 쉽게 보일 수도 있었을 장기기증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에 의료체계의 허점과 이를 감추려 도모한 그릇된 의료진들의 행태를 고발함과 동시에 막상 닥친 현실에 어떤 결정도 내리질 못하는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최우선인지, 그리고 그들이 떠나간 사람에 대한 기억과 예우를 결코 잊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제도의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를 연신 생각해보게 된다.
장기기증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각 등장하는 인물들의 자신만의 철학이 깃들었다고나 할까?
각자가 생각하는 법의 처벌 기준도 다르게 보인진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범인의 생각은 그렇다 쳐도 죽은 헬렌이 믿으면서 따랐던 톰슨의 법적인 처벌 방식이 그렇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사건의 전개 상황을 알고 있었고 미리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부르마이스터를 구해요? 내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그리고 경찰에서 나를 그렇게 모함하고 내친 걸 생각하면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죠."
"그런데 왜 지금은 마음이 바뀐 겁니까?" 보덴슈타인이 물었다.
"그 놈들 중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톰슨이 순순히 답했다.
"죄 지은 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톰슨 나름대로의 처벌 방식 앞에서 인간들의 다양한 상황 설정과 그 설정이 나에게 맞게끔 이해되어가는 과정과 이해관계는 읽으면서도 이렇게도 달리 시각을 다르게 본다면 생각이 바뀌어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초반부의 지루함만 조금 극복한다면 작가가 드러내 보이고 자 하는 의료계의 허술한 점과 야망과 맞물려 행해진 결과가 어떻게 한 가정을 10년간 파탄에 잠기게 하고도 그칠 줄 모르게 했는지에 대한 글이기에 추리를 겸비한, 장기기증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책을 덮고도 잊히지 않는 영상으로 그려진 책이다.
사전 리뷰단으로 선정되돼 먼저 가책으로 읽어 본 책이라서 더욱 기대감도 컸기에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역시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좋아한다면 이 책 또한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