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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어릴때 읽었던 소설을 추억하며 새삼 다시 읽게 된 괴도뤼팽 !
'모든지 때가 있다'고 했던가?
그 어린 시절 만났던 괴도 뤼팽에 대한 흥미진진함은 책장 넘기는 속도와 비례했던것으로 기억이 난다.
너무도 뛰어난 변장술과 재치, 세상을 조롱하며 자유로이 범법행위를 하는 사람. 정말 꿈에서, 만화에서 나오는 멋진 도둑이었다.
총 10권으로 나온 전집 중 처음 1권을 접했을 때부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도둑 만큼 재미있는 직업이 어디있는가" 하는 뤼팽의 말은 비 윤리적, 비 양심적인 사람임과 동시에 뻔뻔스러움도 느끼게 해준다.
납치나 위협을 하는 비열함과 비겁함도 있지만 미워할수 만은 없는것은 정말은 뤼팽 자신이 살인이나 상해를 입히지는 않고 자신의 길을 가로 막을 때에 저지시키는 수단으로만 납치나 협박만을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도 선한 마음이 바탕에 있다고나 할까?
'아르센 뤼팡, 체포되다' 에서는 뤼팽이 혼자 배에서 여행중에 <아르센 뤼팡, 승선, 일등석, 금발머리, 오른쪽 팔뚝에 상처, 홀로여행, 가명은 뤼팽..> 이라는 무선전신으로 전보 받은 내용대로 뤼팽은 배의 다른 승객 로젠씨에게 의심을 가게 만든다.
로젠씨가 뤼팽에게 현상금을 걸자 로젠씨를 결박하는 짖궂음도 보여준다. 개구장이같고 익살맞으며 웃음이 나온다.
감옥에 갇히고서도 그 감옥 안에서 카오른 남작에게 협박한 에피소드는 감탄이 나온다.
감옥안에서 뻔뻔하고 당당한 협박은 배짱을 넘어 황당하고 기막히기까지하다.
루벤스 3점과 와토작품을 자신의 사서함으로 부치라니.. 이걸 어길시엔…
< 물건이 도착하지 않을경우, 9월 27일이나 28일 사이 밤에 제가 물건을 손수옮기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송품은 위에 명시된 물건에만 국한지지 않으리란 점,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귀하께 사소한 불편을 끼쳐드리는것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라며, 그럼 삼가 존경의 인사 올립니다.>
내용은 협박이되 예의바른 신사처럼 정중함을 고수하는 뻔뻔스러움에 독자들을 기막히게 한다.
이 에피소드는 뤼팽이 얼마나 사람심리를 잘 파악하고 예측하는지를 발견하게한다.
또한 더 기가 막힌건 카오른 남작과 가짜 가니마르 형사의 협상을 통해서 뤼팽이 10만 프랑을 받고 물건을 되돌려 준것이다.
뤼팽의 입장에선 감옥안에서 고스란히 10만프랑을 받아낸것이고 카오른 남작은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고 다시 그 물건값으로 10만프랑을 지불한 것이니 얼마나 억울할까..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기가 막힌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또한 <엥베르 부인의 금고> 에서는 뤼팽이 6개월간 공들이고 눈독들여 엥베르 부인의 집에 접근하였는데 ..
뤼팽을 유명한 집안 사람이라고 홍보하여 엥베르가의 신용을 높여 은행의 대출을 받고 공증인들이 고객돈을 끌어다주기까지 하는 즉, 뤼팽을 미끼로 삼았지만, 결국 엥베르 부부는 도망을 쳤다. 뤼팽에게는 1500 프랑을 빌려갔으며 뤼팽은오히려 400프랑짜리 위조증권을 훔치게 된다.
이 대목에서 유쾌했다.
전지전능 실수란건 없을것같은 뤼팽도 이런 경우가 있었단 말이지..하는 통쾌함이랄까.
<왕비의 목걸이> 편에서는 어릴 적의 뤼팽의 모습이 살짝 보이고 불우했던 시절을 보는듯했다.
타고난 도둑의 기질과 뛰어난 두뇌도 역시 느낄수가 있었다.
보통 도둑과는 수준과 차원이 다르다는것은 <하트 7>에서 보여줬으며 앙디요 백작부인의 흑진주 편에서는 도적질 하러 갔다가 이미 사망해 버린 백작부인을 보고 놀랐으나 도망치지 않고 나름대로 사건을 추리하는 모습에선 역시 비범성을 엿 볼 수가 있다.
놀랍게도 무죄로 풀려난 다네그르에게 상속녀 셍클레브양의 심부름이라며 모든 사실을 아는것처럼 추궁하는 장면에선 추리능력이 얼마나 멋진지 !! 경찰들이 뤼팽의 반만큼이라도 추리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싶다.
헐록 숌즈, 한발늦다 에서는 2권에 나오는 정면대결을 위한 복선이랄까.
숌즈와 뤼팽의 대결을 기대하게 만드는 에피소드였다. 첫 만남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숌즈는 과연 뤼팽을 어찌 상대할것인지 궁금하다.
이 세상에 뤼팽과 같은 도둑이 실제 존재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닌가.
홍길동과 로빈후드는 의적이어서 비록 도둑이었어도 세상의 인심이라도 얻었지만 뤼팽은 전혀 의적도 아니고 어떤 대의가 있어서 행하는 영웅도 아니다.
알리바바와 같은 재밌는 이야기로 끝나는것에 그치지 않고 기발한 계획과 직관력에 존경심마저 드는 수준높은 도둑이다.
그래서 유쾌하고 얄밈고 거침없는 행보에 독자들은 열광하고 번뜩이는 재치와 기치에 감탄한다.
도둑은 나쁘다. 또한 도둑질도 나쁘다.
하지만 뤼팽이란 캐릭터는 그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약속도 잘 지키며 목표물을 놓치는 법이 없는 인물로 창조된 주인공이다.
그러기에 거침없는 범법행위와 납치, 협박등 실은 중범죄자 임에도 유쾌하고 거침없고 익살꾼이며 자신만만한 모험가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뤼팽이 결코 영웅은 아니지만 뤼팽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매력을 느끼며 환호한다.
뤼팽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그 밉고도 중범죄자이지만 결코 미워할수만은 없는데에 있니 않을까?
그래서 세월이 흐름에도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 아닌가 싶은데, 벌써 2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