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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첫 대면한 표지부터가 섬뜩하다.
여인의 인상이라던가, 건물의 구조가, 정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겉으로 보기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최상의 조건과 책임감을 가진 남자, 브누아 경감-
하지만 그의 직업정신에 걸맞는 행동 외에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가정을 둔 유부남으로 아들까지 두었지만 타 여성에 대한 바람기는 멈추질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전혀 낯선 곳에 누워있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 어제 출장에서 돌아오던 중 고장난 차를 발견하고 그 차주인 여자와 함께 차를 고치게됬고, 그리고 같이 술을 나눠마신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철창 안에 자신은 누워있고 리디아란 여인은 그에게 다구친다.
자신의 혐의를 고백하고 인정하면 편안히 죽게 해 주겠다는 말-
도대체 자신이 바람을 피워 외도는 했으나, 정당방위 차원의 일로서 사람만 죽였을 뿐, 알 수없는 오렐리아는 누구이며 자신이 강간하고 죽였다는데, 그리고 묻은 무덤을 알려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괴롭히면서 죽게 해주겠단 말에 이만저만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는 극구부인 한다.
끊임없이 조여오는 매질, 구타, 호신용충전 채찍질에, 목마른 갈증, 총기난사까지....이런 모든 것을 견디면서까지 그는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만, 비록 그런 행동을 저지르진 않았다 할지라도 막판에 이를 인정해 죽거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죽거나 죽기는 매 한가지란 생각에 그는 버틴다.

읽으면서 정말 사람의 본성이 과연 어떤 도를 넘어서야 이런 지경에까지 이를 수있는 행동이 나올 수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신경쇠약에 걸린 리디아란 여인, 아름답고 빨간 머리에 곱슬인 그녀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서 살아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브누아 경감, 또한 운이 없어 정신이상에 걸린 여자에게 찍혀 자신의 과거행동에 대한 과오를 깨닫게 되지만 이 책에서의 본질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부딫치면서 겪게 되는 내면의 정신 고갈과 배고픔 앞에서의 정신적인 갈등, 죽더라도 끝까지 삶에 대한 포기를 할 수없었던 한 남자의 절규어린 행동, 그리고 이에 파생된 그의 가정의 파탄까지를 드러내 보이면서 보여주는 인간의 복수와 후회,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없는 한계의 부딫침까지, 정말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연발하게 만드는 끔찍한 장면들로 이어진다.
브누아 경감은 끝까지 묻는다.
왜, 내가 죽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지만 그는 끝내 알지 못하게 된다.
전혀 뜻밖의 범인 때문에 반전의 맛을 보기도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하지 못한 그의 탓이기도 했던 사건의 전모를 그와 리디아, 그리고 그가 아는 모든 동료들은 모르게 되는 이런 기막힌 사건도 있을 수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완전범죄란 것에 있어서 이 만큼 극적일 수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 작품-
책 뒷편에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청소년용 동화 정도로 전락시켰다고 하는 평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때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청소년용이 아닌 오히려 미저리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 장면들의 묘사는 읽는 도중 작가가 혹시 이런 극적인 묘사들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마저 할 정도로 읽어나가는 도중에 한숨과 답답함, 웬지 모를 거북스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한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유명 추리소설수상작 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큰 스케일은 없지만 오히려 이런 한정된 밀폐된 공간 속에서 인간들의 심리와 전개를 도드라지게 그려 낸 작품치곤 불쾌감과 함께 그러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전개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