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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우리 마을 이야기 1~7 세트 - 전7권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국가의 이익을 위하고 먼 미래를 위해선 개인의 희생은 얼마만큼의 이해와 양보, 그리고 타협의 선을 마주하고 진정으로 해결될 수있을까? 에 대한 물음을 갖게 한 책이다.
일단 책은 만화로 그려진 만화책이다.
저자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만화 매니아들 사이에선 '명가의 술' 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 유명한 것을 보니 만화가로서 입지는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저자가 우연히 1991년 가을이었다고 책 머리에서 밝힌다.
오늘 날 일본을 방문하고 출국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나리타 국제공항 건설반대운동이 시작되고 어언 25년, 공항의 개항으로부터 1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고하니 이 책이 나올 당시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가 있다.
총 7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엔 전혀 낯설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들이 비춰진다.
개척농민으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이제서야 비로소 땅의 성질에 대한 감을 익히며 살아가는 산리즈카 농민들의 사활을 건 투쟁의 역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겪었던 자신의 부모님과 형, 누나,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과 고민을 담은 진솔한 이야기로 넘친다.

토착민이 아닌 개척민이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터를 잡아온 사람들에게 어느 날 날벼락처럼 떨어진 정부의 공표는 그야말로 그네들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된 시간으로 흘러간다.




정부의 교묘한 토지보상에 대한 권유와 은행의 감언이설, 그리고 원금재촉에 이은 협박에 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정책실현으로 옮긴 정부에 대항한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조장은 조건파, 소수파, 그리고 이에 굴하지 않는 골수파까지 양성이 되며 같은 반 친구끼리조차도 부모의 선택에 따른 갈림길에 서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책이다.
읽으면서 만화라면 어떤 이미지을 떠올리곤 하는데, 바로 유쾌하고 가벼움의 느낌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이 전달해주는 이야기는 내가 처한 환경이 비록 이 곳 사람들처럼 사활이 걸리지 않는 먼 경계선 너머에서 바라 본 시점과 실제 내가 그 곳에 삶의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 책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 그 밖에 여러가지 정부와 대치되는 정책들 속에서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한다면, 과연 일본의 산리즈카 사람들도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그에 대한 권유를 해야 옳은 일인지, 아니면 자신의 터전인 이 곳을 강제적인 토지 수용법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치며 쫓겨나다시피해서 전혀 새로운 일에 정착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것이 모두에게 옳은 일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민주주의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책 첫 머리에서
민주주의에 입각해 국민을 보호하는 책임으로서의 국가정책이 오히려 한 소시민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자유와 삶의 뿌리를 파헤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과연 국가가 실현하는 행동이 올바른 것이라고 말할 수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단 점에서 지금도 여전히 해소방안이 해결되지 않고 , 다만 일부분에 대한 지나친 강압적인 처사와 사고가 일어난 점에 대한 사과를 했단 점이 아쉽기만 하다.
나리타 공항을 가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공항과 그 주위엔 전혀 상반된 어울림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자신의 땅에 뿌리를 두고 새로운 모색을 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보이고, 이제는 좀 더 원활한 뿌리 깊은 오해와 불신, 그리고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있는 해결책이 있길 기대해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