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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호원숙 지음 / 달 / 2015년 1월
평점 :

수 년전 , 사촌오빠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아버지와 엄마를 뵈러 온 기억이 난다.
우리 집은 당시에도 흔하디흔했던 "아빠" 대신에 항상 "아버지"라고 호칭을 불렀다.
그것이 자라면서 다른 아이들이 정겹게 부르는 아빠라는 호칭이 부럽기도 했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익숙지않아서 그런지 쑥쓰러워서 못 불렀던 기억들이 난다.
당시 무심코 "아버지"하고 불렀을 때 사촌오빠 중 한 명이 갑자기 "아~ 정말 오랜 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아버지... 아버지...."
당시 오빠들과의 나이 터울이 커서 존대말과 반말을 막 섞어서 쓸때인지라(지금은 당연히 존대말로^^) 그 당시의 오빠들이 왜 그렇게 그 명칭에 대한 남다른 감상을 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며 당시 내가 부르던 그 호칭 속에 아버지의 형상을 떠올리고 그리워했음을 말이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어머니란 호칭은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나이가 먹어서도 엄마라고 부르게되고 쉽게 어머니란 호칭이 잘 안쓰이게 되는것은 어쩌면 엄마란 존재는 항상 우리들 곁에 친한 친구 이상으로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문단에서 박완서란 이름이 주는 그 느낌은 실로 엄청나다.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고는 하지만 그 저력의 힘은 타계하실 때까지 꾸준한 집필의 노력을 보이신 분이셨다.
실웃음같은 눈에 보일 듯 보이지않는 눈동자와 수줍은 색시 같고 소녀같은 말씀의 어투는 지금도 방송에서 나온 인터뷰영상을 회상할 때마다 새록새록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런 작가를 둔 딸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 엄마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최측근이라고도 할 수있는 딸의 기억 속에 간직된 작가 박완서 외에 엄마 박완서의 모습들이 투영된 책들이다.
당시의 곱게 입은 한복의 모습 속에 자녀들에 대한 자유를 어떻게 주었느냐에 따라 그 책임에 대한 자유의 소중함과 지킬 것에 대한 약속, 꾸준히 후배들의 책을 손에서 놓지않고 읽으시던 작가로서의 책임감과 성실성, 그리고 뭣보다 말년에 타계하실 때까지 가꾸셨던 집 안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조그만 풀 한포기조차 무심히 넘기지 않으셨던 정성스러움, 뭣보다 여류작가 박완서란 이름 앞에서 호원숙이란 작가로 나서기까지 , 엄마와 딸 간의 문학적인 영향을 주고 받고 이해를 함으로써 또 다른 호원숙이란 작가를 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담겨있던 엄마의 가르침이 나이들어 그 깨달음을 깨달아 갈 때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한탄을 하게 되지만 이미 그 존재는 없고 무언의 형상을 안고 그리워하고 있음을 절절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큰 넘나듬 없이 그 때 그 때의 추억거리를 하나씩 기억해내며 담은 이 책을 통해 작가 박완서의 모습 뒤에 여전히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을 엿 볼수있는 귀중한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