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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평점 :

간혹 방송에서 뉴스를 접하거나 신문을 보게 되면 6.25때 참전했던 미군출신이 당시의 한국의 일상생활을 찍은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가 세상에 보여주는 일이라든가, 아니면 낡았다는 느낌의 무성필름을 통해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의 방망이 두드리는 행동, 지게를 지고 상투를 튼 채 멀건히 바라보는 어떤 초로의 남성을 보여주는 것을 볼 때면 시간상으론 꽤 많이 흘렀다고 생각되던 시기가 바로 얼마 안됬다는 사실을 알곤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만큼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진전이 됬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너무 빨리 쉽게 없어져버리고 잊혀지는 세태가 아쉬운 부분들이 더러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근대라고 불리는 시기에 해당될 수 있는 조선이란 명칭과 아를 넘어 근.현대로 넘어오기까지의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여러 매채의 자료를 바탕으로 내 놓은 이 책은 오늘 날까지 지속되어 연관되어오고 있는 여러부류의 시작부터를 알게해 주는 책이다.
총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 놀이의 이중성, 신풍속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첫 주자인 욕망에 빠진 근대편에선 조선하면 떠오르는 백의민족의 상징인 흰 옷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기사와 함께 점차 두루마기가 계급차이를 넘어 누구나 입게 되는 변화, 아름다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의 첫 주자로 오늘 날 두산그룹의 근간이 되게 한 두산그룹 창업자 박두병의 어머니인 정정숙여사가 내 놓은 '박가분'에 대한 구매욕은 지금처럼 ~매 초 마다 몇개씩 팔려나가는 히트의 대열로 자리잡은 세태가 재밌게 읽힌다.
박가분은 항상 발느시면 죽은 깨와 여드름이 업서지오. 얼골에 잡틔가 업서저서 매우 고와집니다. 살빗치 고와지고 모든 풍증과 땀띠의 잡틔가 사라지고 윤택하여짐니다. - P36
하지만 당시의 납에 대한 중독을 인지하지 못한 불미스런 일들로 인해 결국 폐업을 하게 되지만 지금도 여전히 뭐가 좋다하면 너도나도 사용하는 미(美)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단 생각이 들게 한다.
이처럼 개방된 시대가 다가오고 일제의 강점기를 맞이하면서 그 동안에는 어떤 특정한 부류들이 화대란 명칭하에 일을 행하던 시대가 일제의 참여아래 공창이란 제도가 생긴다는 점이 눈길을 끌게 된다.
조선의 만연하게 퍼진 매독과 임질은 대표적인 성병으로 자릴 잡게 되고 이는 곧 기생들의 몸을 검사한단 명목아래 치부를 드러내게 되는 절차를 당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드러나고 이는 곧 그녀들의 몸을 위한다는 것이 아닌 일본 자국민들의 보호하기 위해 행한 것임을 알 수가 있게 한다.

놀이편은 어떠한가?
귀마개를 하고 추운 겨울바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동네 꼬마녀석들이 가오리 연과 방패 연을 얼레에 연결해 하늘 높이 날려서 서로 연줄 끊기놀이와 팽이치기는 대표적인 놀이요, 당시만 해도 그저 젖이나 밥을 먹이고 재우는 것이 일상화였던 것이 이 시대에 들어와선 장난감이란 것이 들어오게 된다.
지금의 장난감은 작난감으로 불렸고 이는 점차 아이에 대한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는 교육적인 면에서도 달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오늘 날의 연애결혼의 시발점은 언제인가?
생각보다 짧다.
즉 근대, 다시 말하면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당시만 해도 연애란 말은 없는 말이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서 love를 번역하기 위해 고안된 신조어라고 한다.
이는 곧 집안 어른들끼리 혼사를 정해 치르던 기존의 결혼식은 구식결혼, 예배당에서 하는 결혼은 신식결혼이란 명칭으로 구분되어 불리어지게 되는 과정들, 그리고 피로연 같은 경우도 소박하게 아는 지인들을 초대해 간단히 치르는 일본과 서양의 절차가 오히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옛 전통을 버리지 못해 혼합되어 버리는 양상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소위 미두라고 해서 증권거래에 해당하는 것이 들어와 너도나도 한 순간의 선택에 모든 것을 걸어 모든 가산을 탕진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폐단서부터 크리스마스날이라든가 어린이날에 대한 설명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실제로는 이 시기에 물밀듯이 밀려와 개화기란 말에 들어맞는 신,구의 오묘한 조화가 서로 뒤얽키며 여전히 오늘 날에도 이런 비일비재한 모습의 한 편으로 남아있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도 좋진 않지만 이렇게 두서없이 일제의 강압적인 지시와 세태의 흐름 속에 좋아진 점도 분명 있는 방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져버린 행동과 절차들이 다시 그리워지게 하기도 하며 오늘 날의 연속적으로 이어져온 일들의 과거를 되짚어 보는 재미도 들어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