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전공이 약사인 저자의 짧은 단편을 모은 책이다.
전 편에 흐르는 분위기는 확실히 다른 책을 읽어보면서 느낀 책들과는 다르다.
우선은 현실적인 사건인 듯 하면서도 어떤 결말의 상태도 아닌 애미모호하기도 한 사건들의 연결고리를 파헤쳐가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역사성도 가미되어있는 현실적인 세계와 그에 덧대어 이렇다고 할 수도있는 진실성의 생각을 해보게 되는 SF적인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페르시아 흥망사를 읽노라면 우리나라의 테헤란 로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으로 양탄자가 어떻게 돌고 돌아 진품명품 시간에 나오게 됬는지, 진품이냐 모조품이냐를 두고 엇갈리는 양탄자의 역사가 이란의 역사와 우리나라간의 역사 교차점을 회고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교육의 탄생은 얼마 전 이에 해당되는 비슷한 사연을 가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생각나게 한다.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풀기 어려운 미적분을 푸는 당사자인 최두식의 이야기는 미국 나사에 가게되고 인생유전을 겪게 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책의 제목인 라면의 황제는 그야말로 라면이 세상에서 유해한 음식이란 판정에 따라 없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엔 죄와 타락의 상징이 되버린 라면이란 존재가 끼친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정말로 라면이 세상에 없어진다면 과연 그 대체 음식을 무엇으로 해야 할 것이며 삼시 세끼를 오로지 라면만 먹고 살았다는 사람의 인생을 되짚어 보는 이야기다.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영원히 죽지않을 수 있게 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인 에드워드 김에 대한 연구와 그의 행방이 묘연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상 최대의 쇼‘는 외계인의 출현으로 인해 인간세상이 오히려 그 피해를 당하는 (직업을 잃게 된는 일)재난성 이야기로, ’개들의 사생활(私生活이 아닌 死生活?)‘은 약국에서 허드렛 일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어느 멋진 날'은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잡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경이로운 도시’는 외계인의 비행접시 출현으로 벌어지는 `W'란 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은 한 제철소에 침투를 한 여섯 남자들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가상의 도시인 듯 하면서도 읽다보면 강원도 어느 곳으로 연상이 될 만큼의 공간적인 배경에 허구의 외계인 출현이나 비행접시 출현, 그리고 현실적으로 야콥병이라 불리는 병에 대한 실체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식의 이야기 흐름은 읽으면서도 맞아, 한 때는 이런 기사들 때문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지,... 그렇지만 되돌아보면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고 결말이 났지? 하는 물음엔 의식하지 못했던 무관심의 결과로 흐지부지 되버린 이야기들을 연상시킨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더러 전 편에서 흐르는 소재가 이 편에서 연결이 된다는 느낌의 연작선이란 생각도 하게 되고 뭣보다 희미하게 저버린 기억이란 소재가 불확실성에 대한 확실한 진실성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소재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색다르게 접근하는 방식의 소설로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