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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한 때 방송에서 여자 연극배우가 나와서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그 당시 제목이 <버자이너 모놀로그>였던것 같은데 바로 이 글을 쓴 저자의 책을 읽어보게 됬다.
알고는 있으나 그저 모른 척 넘어가는 일들 중에 '성'에 대한 이야기 만큼 피하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데 저자는 바로 이런 부분들을 과감하게 글로써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다.
여성의 성(性)을 여성의 입으로 말하는 연극이란 점에서 당시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여자와 여자아이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브이데이'를 창설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자궁 암이란 판정이 내려지면서 7개월간의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려나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스캔이란 챕터를 시종 유지하면서 자신의 병 판정과 그에 따른 수술과 두 개의 주머니를 차고 다니면서 고통스런 나날들을 그려 낸 글 속엔 콩고라는 나라가 들어가 있으면서 그 곳에서 성노리개, 강간에 무방비로 노출되 있는 여성들의 모습들이 자신의 병과 겹쳐지는 이야기 구성으로 흐르고 있다.
자신의 수술 후의 아픈 과정이 콩고란 나라의 내전으로 인한 힘없는 여성들이 유린당하는 모습 속에 녹아들어 있으며 이런 과정들은 그녀의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성적학대와 그런 면을 방관했던 엄마와의 사별이야기들이 고통스런 내면의 생각들과 함께 엮여져 있다.
20대까지 무절제한 마약과 끊임없는 섹스에 편승하면서 나란 존재에 대한 귀중함조차 몰랐던 그녀는 자신이 아프고 난 후에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깨달음, 이는 곧 탐욕적으로 수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콩고란 나라의 현실을 다시 비쳐지게 하면서 우리들의 자각을 일깨우게 한다.
그녀 자신의 글대로 항상 여성 자신과 삶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이기에 자신의 몸 안에 있던 장기의 절제와 섹스를 하지 못하게된다면 어떻게되나에 대한 불안감의 솔직한 내용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있다는 희망의 또 다른 제2의 바람이 되자고 외치는 그녀의 강인함을 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글들과 그런 정신을 갖고 오늘도 콩고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