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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신분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중세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을 읽다보면 그 흥미를 느끼게 하는 소재들이 단연코 눈에 띄게 되는데, 바로 사형집행인 시리즈가 이에 속하지 않나 싶다.
벌써 3부가 나온 것만 보더라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있는데, 전 편에 이어진 주인공들은 같지만 별개의 이야기 구성이라서 1.2부를 읽지 않아도 갭을 느낄 수없다는 점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때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1637년 11월 어느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먼저 보여주는데, 30년 전쟁이 한창이던 때, 용병들이 마을을 약탈하고 여성들을 잡아놓고 패악한 짓을 하기 위해 주사위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부터 그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주인공인 천한 신분인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은 자신의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레겐스부르크에서 목욕탕 주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누이 동생 리즈베트가 위급하단 편지를 받고 그 곳으로 동생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상하게 자신을 보는 눈길을 느끼게 되고, 곧이어 도착한 누이 동생 집엔 매제와 함께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동생부부를 발견하지만 이내 곧 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한편 집을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온갖 허드레 일을 맡게 된 딸 막달레나 역시 산모의 죽음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 지몬과 함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떠나게 되지만 그 곳에서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다행히 실비오 대사의 도움과 거지왕으로 불리는 나탄과 함께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아버지를 구하려 행동 개시를 하는데...
전편에 이어서도 시종 스릴과 추리를 갗춘 중세의 느낌이 물씬 풍기게 만든 책이다.
우리나라의 최하층이라고 불리는 백정이나 사당패처럼 독일에서도 사형집행인이란 신분이 갖는 주위의 멸시와 모멸, 그럼에도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직업 중의 하나로 인식이 되는 야콥이란 인물과 그의 딸,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 지몬이 펼치는 모험의 여정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두 사람의 신분격차를 알고 있음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두 연인인 막달레나와 지몬의 사랑 사이에 끼여든 실비오 대사의 등장은 삼각관계를 그대로 드러내되 질투에 불타는 지몬의 행동이 귀엽게 보일 정도로 표현이 되고, 야콥과 그의 부인인 안나 마리아의 신분의 비밀도 탄로가 나는 과정이 자신에게 이익만 보이다 싶으면 이편 저편을 가리지 않고 편을 들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거지왕 나탄의 행동과 말과 함께 조여오는 긴박감과 흥분으로 인해 쉽게 책이 놓여지지 않게 한다.
중세의 어둡고 침침한,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쓰레기를 모아다 버려야만 하는 미천한 신분을 지닌 사형집행인이란 신분이 갖는 서글픔을 제대로 표현해 낸 이 작품은 평등하단 인식이 무색하게 차별적인 당시의 분위기를 자세하게 드러내 주기에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분위기를 알아가는 것은 기본, 벌써부터 다음 편이 기대가 되게 만드는 책이다.
*****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