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필요할 때 -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소설치료사들의 북테라피
엘라 베르투.수잔 엘더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인터넷 서점과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 실제로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에 가게 되질 않는다.

 동네 도서관만 하더라도 따뜻한 실내의 공기와 (이젠 난방 절약차원에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훈훈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나보다 더 열성인 책 마니아들이 많기에 이들을 보면서 새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있는 태도라든가 읽는 자세서부터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제각각 한 공간을 차지하고 떨어져 읽는 모습들은 훈훈한 느낌마저 들게한다.

 

그러다보니 책을 고르는 선택에 있어서나, 다른 책 소개코너들을 통해서 내게 맞는 책을 고르는 데엔 이처럼 도움을 받을 수있는  장소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찾게 된다.

각 증상에 따른 세분화된 내과,외과, 신경정신과,,, 알지도 못하는 종합병원에서의 여러 부속관련 기관들을 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 이렇듯 사람들은 빨리 완쾌되기 위해서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

 

그렇다면 이런 심신의 여파에서 오는 힘든 시간들을 병원 외에도 보다 안정적이고 우선적으로 완치될 수있게끔 해 주는 방법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혹 독서치료사란 말을 들어 보신 적은 있으신지?

내겐 정말 보물처럼 다가 온 책이었다.

우선 책이 두껍다.

첫 알파벳 A서 부터 해당되는 증상을 나타내는  말을 시작으로 Z로 끝나는 증상으로 마칠 대 까지 전체 614페이지를 마지막으로 끝나는 책치고 온갖 메모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저자들의 이력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알랭 드 보통이 런던에 설립한 인문학 아카데미 인생학교에서 문학치료 교실을 운영하고 두 여성이다.

흔히 치료사라 하면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선 가장 떠오르는 것이 음악 치료사다.

그런데 책을 통해서 치료를 해 준다?

그것도 각 증상별에 따른 책의 소개를 통해서 간략하게 그 증상이 어떤 것이면 여기에 해당되는 책들은 이러하니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뭐 이런 식으로 나열된 책이다.

 

그런데 쉽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책을 읽게 되면 눈동자의 운동에 의해서 빨리 휘리릭 넘어가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생활이나 타인들과의 관계, 사별,이혼, 가족 간의 불화, 세상을 바라보는 차이, 연령대에 맞는 책 소개코너(심지어 100세를  넘어가는 대상책들도 있다.) 병에 대한 고통을 어떤 식으로 책을 통해서 그 시간 만큼은 잊어버릴 수있는지에 대한 호탕하고 유쾌하게, 때론 연민의 감정을 품고  적은 글이다.

 

 

 

 

여기서 호탕하고 유쾌하다란 느낌은 이런 사람을 연상시킨다.

내가 고민이 있어서 의논을 청할 때, "아~ 그거 이것 한 번 읽어볼래? 그렇다고 세상이 모두 무너져 가는 것처럼 푹 한숨만 내쉬지 말고...."   한마디로 냉철하면서도 결정 짓는 순간이 단호하며 이것이 아니다 싶으면 극약처방까지 내려주는 사람이다 .(책을 좀처럼 끝까지 읽지 못할 때 마지막 해결 방법으로 하루 휴가를 내서 팔이든 다리든 의자 다리에 묶어놓고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절대 풀지마라란 치료처방전까지 날려주는 이 센스~)

 

 

그렇기에 읽으면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는 나를 발견하는 재미와 함께  인생의 삶에서 오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경우들을 통해 위로를 삼을 수도, 때론 소설을 통해서 자신과 같은 경우에 주인공들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아니면 정면돌파의 이런 사람들을 읽음으로써 당신은 결코 이런 사람이 되선 안된다는 사례들까지,,  세계문학상 수상작부터 베스트셀러, 제3세계문학, 숨어있는 명작에 이르는 751권의 다양한 소설 목록으로 지어져 있는 책 치료책이자 미처 알지 못했던 책 목록을 둘러보는 기쁨마저 느끼게 된다.

 

병원을 통해 필히 치료(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지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조차도 읽을 수있는 목록까지 들어있는 것을 보면서 소설은 그저 하나의 글씨로만 가득찬 상상의 나래만이 아닌 실제의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있는 치료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책을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연신 커서를 올리고 내리며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뒤져볼 것이고 마침 있다면 빙고~ 를 외칠 것이며, 미처 국내에 미출간된 작품이 있으면 한숨을 푹 내쉬며 원서에 익숙치 않은 자신을 꾸짖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내심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 남아공과 다른 아프리카의 작가의 작품까지 수록한 넓은 범위의 작품을 소개한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면 유독 아시아권 작가, 그것도 우리나라 작가들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 올 해 출간된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부터 미 비 포 유의 책이 소개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될 시점이 되고도 남을 만큼의 같은 시.공간대를 이용했단 점이 드는데, 유일하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 작품으로 그쳐야 한다는 점이 내내 미련이 남게 하는  책이다.

 

 

 

 

*****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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