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는 그야말로 커다란 한 동네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그 만큼 매 초마다 새로운 소식들의 업데이트는 실제 체감도 하기 전에 멀리 퍼져가는 데 따를 수가 없을 정도다.
강대국이란 명성에 걸맞는 여러나라들의 이미지들은 그런 면에서 어떤 특출한 것을 가지고 한 가지만 드러내놓기 보단 여러가지를 내세워 수성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 가운데 요즘은 세계적으로 한류란 말이 이젠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본만 공략해도 성공이라고했던 시대는 옛 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중국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한국의 이미지는 그 만큼 문화가 지닌 힘이 엄청나단 것을 증명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일반 대중문화의 이런 공략은 실제로도 한국이란 이미지를 좋게 하고 더 나아가 한국 말을 배우게 하며 한국이란 나라가 지닌 전반적인 궁금증에 대해 배우려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이에 멈추어선 안된다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가장 쉽게 노출이 되고 받아들이기가 쉽다는 것이 대중예술이라면 그 나라의 민족성에 흐르는 고유한 정서표현과 실제 그것을 토대로 내뿜어내는 강한 효과는 바로 문학이 주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실제 접하는 외국문학을 통해서 우리는 당시 같은 시대를 살았다하더라도 지구 저편에 어떤 일들이 발생하면서 그 안에서 살던 사람들의 숨소리를 문학이란 장르를 통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볼 때 이번 작품들은 실로 뜻이 깊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아시아에서 나온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대표 소설세트는 그런 점에서 현대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은 작품세트다.
한국문학의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인 작품들을 한 페이지엔 한국어로, 다른 옆 장엔 영문으로 번역해 놓은 작품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들고 나니면서 읽을 수있고 각 한국 문장에 맞는 영문작을 들여다 봄으로서 한국말이 지닌 뉘앙스와 번역에서 오는 느낌을 그대로 비교해 볼 수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읽은 작품은 이외수 님의 '고수'다.
영문 번역을 보니 Grand Master로 표현이 된다.
뉘앙스를 비교해 보면 국어에서 오는 말이 훨씬 체감있게 다가온다.
소설 속의 배경은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노름판을 벌이고자 모인 사람들 중 한 사람인 화자의 시선에 따른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과 그 안에 감춰진 인간들의 본연의 모습표출까지를 짧지만 고저를 넘나드는 이외수 만의 칼날 같은 시선으로 그려넣은 작품이다.
읽으면서 한국말과 영문작을 비교해 보는 맛이 재밌다.
특히 욕설 부분과 화투란 영어철자가 왜 그리 신기한지...
확실히 한국적인 느낌의 적나라한 욕설 부분들이 외국에선 그저 한 마디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기도 하다.
신경숙 님의 작품이 다른 나라에서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인들의 공통 분모인 보편적인 주제는 언제든지 결과가 좋게 나올 수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노름꾼들의 견제와 날카로운 신경 속에 넘나드는 속임수와 진정한 노름꾼이란 표현에서 보듯이 번역이 주는 책임감도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좀 더 폭 넓은 번역의 지원이 있어야 한국만이 지닌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 계기가 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