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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투영해 재조명해 보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 작들의 주 소재도 다양하지만 가장 뛰어난 점은 그 사람들의 삶 자체가 우리들 모두가 겪었을만한 것에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심리적인 대화를 통해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다.
총 1.2부로 나뉘어 그려지는 이 책의 내용은 한나라는 여인이 겪는 인생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1부격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 초반까지를 그리고 있는 장면은 대학교수로서 베트남 반전 운동에 뛰어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버지와 유대인 출신으로 냉철하고 비판적인 화가 출신인 엄마를 사이에 둔 한나의 모습이다.
독설적이다시피 내뱉는 엄마란 존재에 대해 흔히 말하는 모녀지간의 서로가 비난을 주고 받는 장면들은 푹 하고 공감을 일으킬 만한 배경을 던져주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는 한나의 모습이 주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만난 의대생 댄과의 전격적인 결혼 결정은 엄마로부터 일찍 결혼함으로써 닥쳐 올 엄마가 겪었던 고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무던한 댄 만한 남자도 없단 조바심, 그리고 그를 놓치면 영영 좋은 사람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에 20살 초반에 둘이 살게 된다.
아들 제프리가 태어나고 의사 인턴생활로 시골마을로 가게 되면서 밤 늦게 돌아오는 남편, 혼자누구의 돌봄 없이 도서관 사서란 일과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한 대학생 저슨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도중 숙박을 위해 재워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이는 남편이 없는 몇 일 사이에 결코 지울 수없는 불륜이란 것을 저지르게 되고 그의 협박에 캐나다까지 그의 도주를 도와주는 결과물을 낳게 된다.
그후 2부격인 2003년에 와서야 50에 들어선 한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성공한 댄, 아득한 집, 교사생활을 하는 한나, 변호사인 아들과 펀드 회사에 근무하는 딸 리지-
겉에서 보면 누구나 부러워할 가정의 모습이다.
실제적으로도 말썽부리지 않는 건실한 남편 댄, 청교도적인 기독교 사상을 갖고 있는, 자신의 관점에서 어긋나면 비판을 가하는 아들 제프리 내외, 젊을 때 돈 많이 벌어 후에 편히 지내고자 하는 딸의 모습들은 한나에겐 자신의 빗나갔던 한 때의 그 당시의 일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가정에 충실하게 했던 보상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리지가 유부남인 의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수사망까지 번지게 되며, 설상 가상으로 한나와의 관계를 그린 저슨의 책이 출간이 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학교에서의 해고, 뭣보다 딸의 행방을 쫓기 위해 애가 타는 부모의 심정의 모습들이 결국은 참고 참았던 고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저슨의 책이 한나와 댄의 걷잡을 수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 알고 있는 사연이 있듯이 한나의 가정을 지키려 했던 그 많은 세월들은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과 멸시를 당하게 되고 자신을 속여왔단 사실에 분노를 터트린 댄 앞에서 용서를 비는 한나의 모습은 읽어나가면서 정신을 유지하고 지탱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여인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나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로서의 생각,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가 서로간의 불륜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마저도 그 일을 행하게 된 데서 오는 죄책감을 면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썼던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은 오로지 상대방을 사랑했기에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들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본심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하는 대화들은 몰입도에 극치를 달하게 만들어 준다.
비록 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엄마의 타고난 천성인 냉철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인생 선배로서의 엄마가 딸에게 내뱉는 말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말들이 넘쳐난다.
"쉰 살만 넘어봐. 시간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아. 눈 한 번 깜박하면 크리스마스고, 또 한 번 깜박하면 여름이지. 그러다보면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게 돼. 엉덩이에 주근깨가 덕지덕지 난 남학생과 불장난을 했던 호수를 다시 찾아오게도 되지." -p 108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의 곁에 남아주길 원했던 남편 댄마저 떠났을 때도 한나는 절친 마지의 도움으로 저슨과 마주대함으로써 자신의 지난 과거를 바로 잡는 용감성을 보이면서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향해간다는 이 이야기는 결국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반짝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 -p 356 는 문구처럼 모범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한 평범한 여성 한나가 진정으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첫 발걸음을 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에 가족을 위해서, 혹은 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살아왔던 한 인간의 멋진 홀로서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인생에 대한 대목들은 비록 나라가 다르지만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들은 모두 같은 것을 아닐까 싶은 정도로 적재적소의 글들이 아주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