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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마음이 심란할 때나 무슨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점을 보러간다.
종교를 떠나서 인간 본연의 불안한 마음에 일순간 힘이 되는 말을 듣게되는 그 때 만큼만은 위안을 받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미리 앞 날을 들여다보는 듯한 예언을 듣게 된다면 그 느낌은 어떠할까?
19세기 초, '정감록'의 사상으로 무장했던 홍경래의 난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 후 여기저기 뜻을 모은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예언서 '비취록'-
이 비취록이라 불리는 책에는 민초들의 소원인 어려운 세상을 평화롭게 풀어나가는 방법과 그 미래에 대한 내용을 적은, 단 세권만 존재한다는 , 그래서 누구에게 전승이 되어있는지 조차 알 수없는 예언서로 알려져있다.
어느 날, 논문표절 때문에 조교수의 자리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역사학자 강명준에게 중년의 남자가 한 권의 책을 들고와 진품인지를 가려달라고 요청한다.
살펴보니 예사책이 아니란 생각에 고서점을 운영하던 그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그는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그와 가까웠다던 중개상인 안기룡마저도 죽은 채 발견이 된다.
발견이 된 장소는 계룡산 기슭에 있는 사찰, 쌍백사로 종단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분위기의 절이었다.
이 절에는 이런 분위기 속에 묘한 비책이 있다는 소문의 진위와 절에 대한 정체를 밝히기 위해 객승의 자격으로 머물던 해광 스님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된 곳이기도 하다.
해광의 도반으로서 그의 죽음과 그가 남긴 자료를 토대로 비밀을 밝히기 위해 유정스님이 다시 객승으로 머물면서 살인사건과 비취록이라고 전해진 책의 장소를 찾기 위한 오형사, 강교수, 그리고 스님들의 제각각의 목적을 지닌 채 밝히려는 전개가 이어진다.
정감록이란 책이 당시에 유행을 했었고 이후 이 책에 대한 일본 총독부의 교묘한 정책 아래 오히려 정감록이란 신성시 대하던 그 분위기를 말소시키려 했던 저의와 후에 이를 바탕으로 민족종교의 한 종류인 보천교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조선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살기 팍팍하고 위정자는 위정자대로 자신들의 정치적인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모습들이 겹치면서 민심들은 조선이나 현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비취록이라고 전해지는 예언서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는 이런한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지면서 역사 미스터리란 장르에 충실한 기법을 따른 이 책은 예언서에 적힌 내용대로 현재에 맞아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그럼으로써 좀 더 보다 나은 세상구현의 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과정은 그 본질을 들여다보노라면 이익에 맞춘 초점보다는 백성을 향한 진심어린 마음을 드러낸 책이란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지금까지 책이나 구전을 통해 전해져 오는 예언이 적중한 것은 일 할이 채 되지 않는다. 확률로 따지자면 형편없는 수치다. 사람들은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예언 문구를 억지로 꿰맞추며 예언의 신비로움을 한층 부풀린다. 예언 내용이 틀린 것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직 예언이 적중한 것에만 열광한다. 그것이 예언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p50
아마도 이런 것이 바로 누구나 갖게되는 희망적인 귀결로서의 바람은 아닐까?
비록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런 바람들이 진정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인다면 비취록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바람직한 세상구현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새로운 미래 예언서란 비취록을 소재로 다룬 역사미스터리 소설답게 그 동안 잘 몰랐던 민족종교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이에 더불어 우리 민족이 겪어왔던 역사적인 사실들도 다시금 되돌아 볼 수있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