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헬렌 오이예미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밀당을 하는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다.  

단, 그런 형식의 소재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느냐에 따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색다른 사랑이야기를 상상했던 나에겐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한 책이다.

 

책 제목자체가 꼬리치고 도망을 쳤다고했으니 당연히 여자들을 꼬시고 책임을 지지 않는 어떤 바람둥이 이야기인줄 알았던 내 착각도 한 몫을 했지만 책을 읽는 도중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지? 라고 하면서 읽은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영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 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 촉망받은 작가라고 한다.

기존에 이미 출간된 책도 있지만 이 책으로 인해 상도 타고 얼마 전엔 방한까지 했다니, 가능성이 많이 기대되는 작가이기도 하단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 속 남주인공인 미스터 폭스는 작가이다.

작가지만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여자들을 죽인다는 것이 특징으로, 그가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 놓은 메리 폭스란 여성과의 베틀을 통해 작품의 세계를 경쟁한다.

 

 메리 폭스가 현실에서 그의 곁에 나타나 말을 하고 사랑을 그리고 , 즉 그가 만들어 놓은 작품의 세계와는 정 반대의 세계를 만들어 놓은 형식이다.

 

그런데 글 흐름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간다.

흔히들 주인공이 가상의 인물과의 대화를 한다면 좋아~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는 말조차도 없이 갑자기 별개의 글들인 여덟 편이 나오고 그 중간에 작가의 아내인 대프니와의 부부관계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형식의 글들이 겹쳐지면서 몰입을 하는데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총 여덟 개의 단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독립된 이야기 근간을 이루는 것은 바로 '푸른수염'의 동화를 환상과 리얼리즘으로 결합한 새로운 시도의 글을 보였단 점이다. (뭔 우연인지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수염을 읽자마자 바로 이 책에서 푸른수염을 접하다니... 이런 겹치는 우연이 있기도 있네...)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푸른수염의 주인공으로 대체되는 미스터 폭스에 대항한 다양한 변주의 여자들이 각기 다른 글들을 통해  나오면서 메리 폭스가 실존 인물인가 할 정도의 착각성을 느끼게 하고  아내 대프니까지 메리 폭스를 만나면서 실제의 인물로 대하는 장면에선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작가의 글 쓰기는 기존의 익숙해있던 글을 읽고 있었던 나에겐 이해하기가 솔직히 까다로웠고 나중에서야 번역자의 해설서를 접하면서 비로소 조금씩 아~ 이런 이야기였어? 하면서 그 챕터를 다시 읽어보게 한 책이다.

 

 

각 챕터마다 독특한 설정과 기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변형의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선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었던 만큼 상상했던 대로 알콩달콩 밀당의 이야기를 상상했던 독자라면 실망이 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에  메리 폭스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 부인 대프니와 미스터 폭스 사이와의  화해시도와 열린 결말의 설정은 갑자기 이야기가 이어지다 뚝 끊어지는 느낌도 들게하지만 사랑이란 이야기의 새로운 시도해석을 한 문학작품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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