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에 비친 달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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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들어있는 교과과정 중에 초성, 중성, 종성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챕터를 공부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은 글자에 대한 유래서부터 한글의 고유한 독창성 있는 글자의 내막까지 공부하고 쪽지시험을 본 기억은 수업시간의 초조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얼마 전 한글 날이 지나갔다.

 

우리가 읽고, 쓰고, 말하기, 듣기란 영역에서 독자적인 글자를 갖고 있다는 자체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게하고 이는 타 나라의 언어학자는 물론이요 전공분야가 아닌 사람들조차 인정을 받는 독보적인 체계의 글자임은 틀림이 없다.

 

한글을 발명한 세종대왕에 대한 업적은 그래서 더욱 잊을 수가 없고 일정한 글이 없어 읽을 줄도 몰라 고생하는 백성들의 심정을 헤아린 넓은 혜안은 두고두고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어릴 적 책을 통해서 우린 세종대왕이 한글을 집현적 학자들과 같이 만든줄로만 알았고, 나 또한 이 책이 아니었다면 한글 탄생에 얽힌 비밀을 영원히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조선건국의 이념은 억불숭유정책이다.

고려 말의 혼란했던, 정치에 깊이 관여도 했고 종교가 가진 독자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개인의 그릇된 욕심을 내비친 승려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성계는 이를 견제하고 고려에서 벗어난 신생왕조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거리를 둔 정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시의 시대 분위기로는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여함을 느끼게 된 것일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실제 알고보면 왕권가의 사람들은 불교에 대한 교리와 자신의 거처를 유교란 것에 적을 두지 못했음이 알 수있는 대목들이 간간히 눈에 뛴다.

 

이성계만 해도 건국 초기에 무학대사가 있어 한양천도라든가 왕권이양에 있어서도 충고를 받아들였단 점에서 쉽게 불교를 저버리지 못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찰떡 궁합이 있었듯, 세종에게는 천상의 화합 파트너인 신미대사가 있었다.

 

 아버지의 불충과 불효 때문에 가문이 쓰러지게 되자 조선의 정책에 반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출가를 했던 신미대사는 스승인 함허대사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되고 세종의 어머니인 원경왕후의 4재를 지내기 위해 흥천사에 온 세종의 눈에 독경을 하는 모습이 맘에 들어 이후 세종의 부름을 받게 된다.

 

당시 조선의 상황은 일본의 끊임없는 불교경전, 그것도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을 달라는 요구에 왜구의 침입과 일본에 잡혀있는 조선백성들을 데려오기 위한 정책 때문에 골머리를 않고 있던 때였다.

 

유생들의 거침없는 불교배격 때문에 팔만대장경을 넘겨주란 압력에도 불구하고 신미대사와 마주한 세종은 신미대사의 한 마디에 결단을 내리게 된다.

 

""전하, 모든 백성이 대장경이나 유가의 경전을 볼 수 있도록 한자가 아닌 우리 글자를 만드시옵소서"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당시에 경전의 교과서라 할 범어를 알고 있던 신미에게 한글 창제에 대한 명을 내린 세종은 이를 비밀리에 부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후계자인 문종을 비롯, 세조, 안평, 정의 공주까지 불교에 귀의하면서 조심스레 일을 돕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중국의 한자를 기본적인 글자로 알고 있고 이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독자적인 글자를 만들던 타국에 대한 비난을 일삼던 유생들과 학자들을 교묘히 따돌리고 독자적으로 한글을 만들기까지의 고된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그간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글창제의 실지 주인공은 세종이 제시한 범어에서 창작하란 창(創)과 제(제)의 신미가 함께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대의 우리들은 신미대사에 대해선 그다지 알지 못한다.

훈민정음의 반포를 할 당시만 해도 신미의 존재에 대해선 그저 왕이 불러서 내불당에서 독경과 왕실의 가족들이 필요로한 존재로만 인식이 되어야함을, 그래서 오로지 한글창제에 대한 이해와 반포시기는 반대를 하는 신하들의 집념을 꺽기 위해서라도 그가 실제적인 주도자 역할을 한 사람이었음을 비밀에 붙여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역사에서는 그나마 실록을 통해 그의 존재가 드러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작가가 쓴 글이기에 사실적인 부분들이 드러남으로써 한글에 대한 이해와 그 고된 산고의 과정들을 좀 더 알기 쉽게 한 점이 두드러진다.

 

 책에선 세종의 월인천강지곡을 비롯해 그 후에 여러 작품들을 오늘 날까지도 알 수있게 한 공로가 들어있다.

 

왜 한글이 필요한지에 대한 깨우침을 일찍이 간파했던 세종의 창안 계획과 맞물려 불교경전에 대한 보존의 필요성을 내뱉은 말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불경도 알기 쉽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던 한글이 이젠 우리나라 고유의 언어이자 말이요, 그 어떤 소리도 그대로 표현 할 수있는 독창성을 갖고 있단 점에서 만일 유생들과 신하들의 거센 반발에 손을 든 세종이었다면 지금의 우리나라 말은 과연 있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볼 때 땀이 흐르게 된다.

 

어느나라든지 속국을 만들 때는 그 나라의 언어부터 차단시켰단 점을 주지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고된 역사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그 동안의 학자들 노고가 눈에 밟히게 되고 신미대사가 없었더라면 과연 세종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했을 신하가 있었을까? 하는 가정도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 위치한 한 부족의 말을 한글로 표현할 수 있게한 지원을 하게 된 사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 후 이마저도 여러사정이 겹쳐 지원마저 중단이 되게  생겼단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됬다.

 

 이런 지원들을 끊임없이 이어지게 함으로써 한글의 독창성을 알리고 타 나라에서 필요로한다면 서로 돕는 시스템으로 나아갈 때 그 보람을 저 멀리 세종대왕과 신미대사는 웃으며 바라보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게 되는 오늘, 한글 날이 다시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고 그 감사한 마음이 더욱 강해지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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