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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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작인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은 독자라면 이 작가의 차기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 같다.

 

킬킬대며 웃었던 전 작의 100세 노인이 온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시피 하며 겪은 모험담은 영화로도 나와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유머가 주는 코드는 그 나라만의 독특한 뉘앙스와 문화적인 것만 이해를 한다면 만인의 공통적인 적인 요소가 아닐 듯....

 

전작의 연령이 100세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했다면 이 작품에선 어린 소녀, 그것도 흑인 소녀가 겪는 일생의 모험담이다.

 

한 때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정책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 안에서도 흑인들의 게토라고 일컫는 흑인 빈민촌 <소웨토>에서 태어난 눔베코는 이미 다섯 살 부터 화장실의 분뇨처리 일을 하며 살아간다.

 

엄마의 죽음으로 졸지에 고아가 된 그녀지만 이웃인 아저씨로부터 (실상은 가위로 위협해서) 글과 숫자를 배우게 되고 그 남자가 남긴 다이아몬드 28개를 손에 넣게 된 놈베코는 살던 빈민촌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번화한 도시에서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비밀리에 핵폭탄 제조를 담당하고 있던

연구소 '펠린다바'에 갇혀 청소부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 그녀의 상관인 책임자는 핵폭탄에 대해선 무지에 속했고 숫자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에도 밝았던 놈베코는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에게 협상을 제시, 간신히 그 곳을 탈출해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핵 폭탄의 갯수가 실제적으론 6개가 만들어져야 했지만 한 개가 더 만들어지는 바람에 그 폭탄은 눔베코가 원했던 영양육포 대신 핵폭탄과 함께 스웨덴에 남겨지고 이 때부터 스웨덴의 쌍둥이 형제인 홀베르1와 홀베르2,  홀베르1의 여친, 그리고 스웨덴의 국왕서부터 수상, 그리고 중국의 고위 책임자까지 모두 만나게 되는 기상천외한 그녀만의 모험담이 픽 웃음을 연발하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남아공이란 특수한 환경에 속했던 , 글자를 대부분 모르고 사는 흑인들에 대한 멸시인 '까막눈이'란 말은 눔베코란 소녀이자 중장년에 이르기까지의 한 사람의 인생 여정 속에 한 부분에 그치고 있지만 곳곳에 작가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과 세계의 역사적인 흐름을  한 눈에 볼 수있는 구성을 느낄 수가 있다.

 

번뜩이는 재치와 기막힌 술수와 계획,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고 바보 같지만 실은 똑똑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해 나가는 당찬 주인공의 모습이 유쾌하다.

 

 핵 폭탄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감지하고 그것을 낑낑대며  그것을 없애버리려는 평화주의자이자 보통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이 때론 어이없는 상황설정이 있더라도 그냥 그렇게 인지를 하고 읽어나가게 하는 매력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갖가지 사고를 달고 사는, 그렇지만 그 나름대로의 소신있는 행동이 몰고온 폭풍을 다양한 인물설정과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즐거움을 선사한 작가의 유머는 전 작에 비한다면 조금 떨어진 감도 없지 않으나 역시 입가에 웃음을  원하는 독자라면 스트레스는 날려버리게  해 줄  책이다.

 

 

 

***** 그녀만의 독특한 계산 방식*****

 

"95 곱하기 92는……." 그는 혼자서 웅얼거렸다. "가만있자, 계산기가 어디 있더라?"

   "8,740." 놈베코가 옆에서 알려 주었다.

   "꼬마야, 그냥 계산기나 찾아다 줘!"

   "8,740이에요!" 놈베코가 되풀이했다.

   "지금 뭔 말을 하는 거냐?'

   "95 곱하기 92는 874-"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에, 그러니까, 95는 100 빼기 5이고, 92는 100 빼기 8이에요. 100에서 5와 8을 빼면 87이에요. 그리고 5 곱하기 8은 40이고요. 따라서 87에다가 40을 붙이면 8,740이 나와요."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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