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0살의 판사인 하지환은 고향인 신해의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손지은 경사로부터 고향친구 동혁이 죽었단 사실을 통보받는다.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회상으로 시작되는 그에겐 신해란 도시는 자신의 엄마, 그리고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우울한
도시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항상 자신이 잘되길 바라는 기대치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던 지환은 엄마의 뜻대로 법조인이 되었지만 엄마는 류마티스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다 위암으로 돌아가신 상태-
2 년전의 어머니 죽음은 류마티스가 아닌 퇴행성관절염에 의한 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독한 약으로 알려진 류마티스 약을 복용하다 벌어진 일이란
걸 알게 된 지환은 해당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구하지만 여러 핑계로 간신히 손에 넣는다.
해당 담당의사인 우동규란 사람은 자신이 판사란 사실을 알고 태도가 급변하게 변하면서 비굴조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협상 할 것을
제시하지만 지환은 자신의 엄마 뿐만이 아닌 다른 환자들도 같은 경우를 당한 사례가 있음을 알고 법에 고소를 한다.
하지만 윗 선의 모르거나 알고 지낸 사람들로부터의 조용한 협박 내지는 타협안을 볼 것을 종용 받으면서 지환도 점차 지쳐가는 와중에 후배
효린의 제안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자신의 유년시절 부터의 엄마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없었던 모자간의 사이와 자신의 공황장애에 대한 이유와 그것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게 되면서
지환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친구 동혁과 이웃의 형으로부터 들은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에겐 동혁의 자살은 큰 충격이었고
동혁의 아버지도 같은 증세였단 사실을 동혁에게 알려 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괴로워한다.
현직 판사출신으로 의료사고를 배경으로 법 적인 사실들을 열거해나감으로서 의료법에 대한 고지와 사건 당사자인 현직 판사 자신이 겪는 곤경을
통해 개인의 억울한 피해를 풀기 위해 과연 거대한 보이지 않는 법망은 어디까지 그 해결을 해 줄 수있나를 생각해 본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선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악이 되기도 한다. 합법인 행동이 악이고 위법인 행동이 선일 때도 있다. 한 사람이 선과 악을 번갈아
저지르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법정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더러 자신이 선의 영역에 있음을
선포해달라고 한다.-p 9
언뜻보면 억울하게 의료진료수가를 높이고 해당 병원의 수익과 약품회사의 리베이트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간단한 퇴행성 진단이란 것을
바로 고지하지 않고 위험한 류마티스란 병을 교묘하게 이용한 우동규란 인물을 세상의 법 잣대로 처신하는 과정을 그리려나 하고 처음엔 생각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오는 여러가지 판사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활약하는 하지환이란 인물을 통해 후련하진 않지만(법에서
정한 벌금형이 너무 적었다.)과연 하지환이란 인물도 정의대로 움직였나 하는 데서 의문이 생긴다.
일진이었던 동혁과 가까이 지냈던 학창시절을 배제하더라도 꼭 그렇게 동혁을 자살로 몰고가게끔 해야만 했을까?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개인적인
정의를 이루기 위해 너무 가혹한 결단을 실행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설사 동혁이 자실하리라곤 생각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해서라도 세상의 정의란 바로 이런 것이다란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면 동혁이 말한대로 좀 더 솔직했었어야 했고 그 자신이 비록
정신치료를 받음으로서 하나의 온전한 자존감을 회복했다고는 할 수있지만 이미 또 다른 정의의 배신적인 행동을 했단 데서 과연 악인과 선인의
구별은 호불호로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 10회 세계문학상 공동 수상작 답게 전체적인 스릴러를 가미하면서 정신분석학이란 또 다른 면을 내세우고 사건 해결을 위해 몸부림쳤던
하지환이란 인물을 통해 소수의 개인의 정의가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막혀 그 진실함을 드러내지 못했을 때 이익을 취하는 사람과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또 다른 악의 이익을 생산해내는 현대의 무기력한 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진정한 인간의 순수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답게 어려운 법의 행정과정과 손지은 경사에게 던진 한마디는 왜
그리 씁씁하기만 한지...
"그게 그리 중요한가요? 손경감님이 그러지 않았나요? 세상과의 조화든 자기만족이든 간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게 정의라고." -p292~293
동혁의 안타까운 죽음을 뒤로 하고 듣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귓가에 끊임없이 울려퍼지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