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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나무 1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법정 드라마의 대표자라 한다면 아마도 존 그리샴을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있을 만큼 그는 자신이 전공한 것을 토대로 법에
관한한 많은 이야기를 내 놓은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다뤄지고 있는 기상천외한, 현실에 일어날 수없단 생각을 하게 하는 여러가지 조건들을 갖춘 이야기의
소재 발굴성은 글에 대한 능력 외에 그의 폭 넓은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몇 년전 '타임 투 킬' 이란 책과 영화를 통해서 이 작가에 대한 것을 처음 접하고 그 이후에 그가 다루고 있던 많은
책과 영화들을 보게 된 것이 첫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당시의 주인공이었던 제이크 브리건스 (영화에서 매튜 매커너히) 신출내기 변호사가 흑인의 변호를 맡음으서 일약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 결과 집도 타고 가족들과 그 주위의 사람들이 위협을 받게되는 과정을 그린 책과 영상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 책은 출판사가 말한대로 20여 년도 더 된 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후속작이라고 할 수있다.
후속작이라는 말엔 전 작인 '타임 투 킬'의 이야기 연장선이 아닌 당시의 주인공이 그대로 세월이 흐른 후에 다른
사건을 맡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단 의미다. 다른 책들을 보면 시리즈란 이름으로 계속 출판이 되는 것에 비교하면 시간도 오래 흘렀고,
시리즈란 의미를 붙이기엔 좀 그렇지만 그 연장선으로 보면 이해가 훨씬 잘 되겠단 분위기가 드는 책이다. (물론 책 곳곳에 전작의 이야기들이
간간히 나오기에 읽는데엔 부담이 없다.)
미시시피 주(州) 포드 카운티의 작은 도시 클랜턴에서 돈이 꽤 많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외의 신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노인 세스 후버드가 시커모어 나무에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은 사건이 일어난다.
두 번의 이혼으로 이뤄진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완을 발휘해 부(富)를 이룬 그였지만 폐암으로 인한 후유증과 두
명의 자식들과 손주들과의 오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낸 채 삶을 마감한 그는 공개된 유언장에서 전체 재산 중 자식과 손주들을 제외하고 5%는
교회에, 5%는 소식이 끊긴 자신의 동생 앤실 후버드에게, 나머지 90%는 자신의 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마지막 날까지 자신을 돌봐준 레티
랭이란 여인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주인공 제이크 브리건스에게 우편으로 보내고 유언에 따른 법을 진행하기 위해 제이크는
사건을 맡게된다.
이렇게 되면 말썽이 생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내 유산 문제를 맡아서 처리해줄 변호사로 당신을 선택한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유언을 지켜야 하며, 당신에게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나는 성인이 된 나의 두 자녀,
손주 그리고 두 전처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들은 절대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니, 당신도 싸울 준비를 하세요. 내가 남기는
유산은 상당한 액수에 달합니다.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액수가 밝혀지면 그들의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끝까지 그들과 맞서 싸우세요, 브리건스 씨.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가족들을 중심으로 배분할 자산이 있으면 법의
형태대로 일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세스 자신이 죽기 전에 이미 법률회사에 세금을 감안해 유산정리를 유언한 유언장이 있음에도 이를
폐기토록 하고 오로지 지금, 제이크에게 준 손수 자필의 유언장만이 진실이라며 집행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레티 랭 자신조차도 도대체 왜? 란 말 밖엔 할 수없는 , 그 많은 재산을 물려주려했는지에 대한 것에 도통 영문을 모른
채 법정에 오르게 된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그렇게 전개가 시작이 된다.
미국의 전체 국토 중에서 남부에 유달리 흑인 거주자가 많고, 물론 역사적인 배경 탓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지만,
유독 흑.백의 차별이 심했던 남부, 그것도 그 중에 하나인 미시시피 주가 배경이다.
유산을 물려받게 된 레티 또한 흑인 여성이다.
가족들은 당연히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이후부터 모든 것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24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
현금이 대부분인 유산을 둘러싸고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이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전 작인 '타임 투 킬'에서도 흑.백 간의 원고와 피고를 다룬 사건을 다룬 바 있던 작가는 이번에도 또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다뤘다.
전작이 딸에 대한 복수로 백인들을 상대했던 흑인 아버지에 대한 변호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레티란 여인이 받게 될 , 즉
그녀에 대한 변호가 아니라 죽은 세스가 원한 유언집행에 따른 책임을 진 변호사로서의 법정을 다룬다.
같은 백인도 아니고 한낱 가정부 출신의, 그것도 흑인 여성이란 점에서 세스의 아들과 딸은 받아들이질 못하고 그리
사이가 좋지 못했던 오누이 사이는 단합까지 하게 되는 , 겉으로 들어나는 이유인 흑.백의 이야기 외에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한 이야기인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시종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스의 아들과 딸에 붙은 변호사, 그들의 자녀들에게 붙은 변호사, 레티의 집에 몰려든 왕래조차 없었던 친척들의
몰림현상은 많은 유산액을 둘러싼 , 저마다의 한 낱의 기대를 걸고 모여든 파리떼를 연상시킨다.
세스의 유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땅에 대한 소유권을 둘러싼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는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봤던 일들이 실제적으로도 이뤄졌고 그로 인해 레티의 인생이 바뀌게 됬다는 설정이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아픈 한 면을 보여준다.

'린치사건'이라고 불리는 미국인들 중 당시에 시대적으로 묵인으로 용인이 됬던 흑인에 대한 차별은 어릴 적 보았던 그
참혹한 현장에 대한 기억이 평생토록 두 형제인 세스와 앤실의 마음에 두고두고 속죄의 마음을 지니게 하는 과정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각 주마다 법이 요구하는 사항이 다른 점에 따라서 변호사대로 그 주(州)에 맞게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민사소송의 한 단면은 법이 지닌 그 힘 앞에도 여전히 승자와 패자가 있기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견제 내지 작전을 세우는 장면, 배심원단을
선택하는 과정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되게 살 수도 있었을 세스는 그런 면에서 양심적이었고 아마도 일평생 가슴 한 켠에
자신이 속죄의 뜻으로 실천한 이 행보가 비록 법정에서 많은 인물들과 얽혀 자신들 가문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고가게 만들었지만 이렇게라고 하지
않으면 편히 저세상으로 가지 못했을 거란 믿음으로 행한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법의 승소 뒤에 오는 환희를 뒤에 두고 또 다시 항소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란 직업의 세계, 그 와중에 과거와
화해를 함으로써 또 다른 열린 결말을 예고해 주는 듯한 이 이야기들을 읽고 난 후엔 저자가 또 하나의 재미와 실무위주의 이야기를 작품을 남겼단
생각이 들었다.
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재판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전개 과정을 두루 훝어불 수는 있으나 자칫 지루함도 올
수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두 권에 걸친, 세스가 죽은 그 나무가 의미하는 바는 한국의 제목 외에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존 그리샴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