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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외인구단 - 곧 죽어도 풀스윙, 힘 없어도 돌직구
류미 지음 / 생각학교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현세 님의 만화 중 "외인구단"이란 것이 있다.
기존에 만화라는 장르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기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진 사람들만 모여서 이루어진, 독특한 삶에 대한 생각을 가진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듯 사랑과 우정, 희생, 인간사 세옹지마라지만 그 모든 것을 담아 놓은 이 책의 주된 배경이 야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현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야구광이다.
고 3 때 사고로 10분 남짓 서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휠체어에 생활하는 것이 많다. 그런 저자가 가장 열광하고 좋아하는 운동이 야구인 관계로 이 책은 그 운동을 토대로 체험한 책을 엮은 보고서이기도 하다.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그녀 자신이 환자와 같은 조용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동대문 경찰서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야구 훈련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이 해 주기로 했고 저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 주는 역할을 제안 받는다.
한 달에 두 번, 주말마다 적지 않은 횟수지만, 뭣보다 야구란 운동에 끌렸고, 조용하던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 자신이 할 수있는 상담이란 것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과 생활에 변화를 준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란 생각에 응하게된다.
선발대상은 우선 말썽을 피우는 학생부터 가정의 여건이 좋지 못한 학생, 새터민 학생...그 각양각색의 사연들도 많은 학생들 위주로 2013년 5월 면접을 시작으로 그해 12월 푸르미르야구단 1기를 마칠 때까지, 아이들의 선도를 위해 모든 사람들, 즉 경찰의 스쿨폴리스란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경찰, 프로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지만 부상과 여건 때문에 그만 두게 된 전직 프로선수가 감독을 맡게되면서 학생들과 훈련에 동참하고 캠프를 가고, 타 학교의 야구부 학생들과의 경기를 통해서 진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어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에서 보는 생각들이 아이들에겐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순수한 성이 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 책이다.
겉으로 보기엔 공부 잘하고 운동을 할 때에도 속 썩일 일이 없는 학생일지라도 그 학생 나름대로의 자신의 속에서 이루고 싶은 욕망이 현실과 주위의 어른들의 기대에 응하기 위해 포기를 해야만 한다는 억압에 눌린 학생을 보면서 느낀 저자 자신의 한 때의 모습을 느끼는 장면, 소심하고 내성적이기에 쉽사리 자신의 맘을 드러내지 않는 학생, 성격이 좋아서 주위에 친구들이 많이 찾는 학생... 학생 하나하나를 상담하면서 저자 자신의 전공인 정신과에 해당하는 용어와 같이 보여주기에 학생들의 생각을 쉽게 들여다 볼 수있는 이점이 있다.
그라운드에 서면 누가 잘하고 못하고 없이 모든 것이 고루 평등하며 9 명의 전원의 힘이 합쳐져야만 승패의 결과를 떠나 야구만이 가질 수있다는 그 어떤 흥분감을 느껴가는 과정이 읽으면서도 야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세상의 잣대로 보자면 일단은 학업이 우선이고 그 학업에서 성적이 일단은 좋아야 부모된 입장에선 맘이 놓이는 현실에서 이 모든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방구는 바로 야구를 통해서였고, 이들을 훈련 시키는 감독의 입장이나 경찰의 입장이나, 상담역할을 맡았던 저자는 일탈을 하는 학생들의 진정어린 마음 속에 그들이 자신을 알아봐달라고 하는 표현법에서 오는 것임을,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선 그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같이 들어주고 나누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저는 그냥 아이들이 밝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 아이들,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밝았어요. 그런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봤거든요. 공부를 못하고 운동을 못하는 애들이라고 해도, 사람이 그렇잖아요. 누구나 하나는 좋아하는 게 있고, 잘하는 게 있쟎아요. 아무리 모든 것을 못하는 사람같이 보여도요. 저는 그게 어른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오."-p 313
바야흐로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이 됬고 벌써부터 야구 팬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길 기대하면서 올해도 뜨거운 날들을 보낼 것이다.
프르미르(푸른 용) 1기는 해단식을 했고 이미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3학년을 올라 선 학생들도 있다.
그들 모두가 저마다 응원하는 야구 팀이 다르지만 그라운드에 모였을 때 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진정한 승부를 할 줄 알았고, 이를 통해 인생이란 조그만 틀을 엿보았단 점에서 좋은 프로그램의 취지란 생각이 든다.
수고와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가 닮은 행동을 해 가듯이 여전히 아이들의 맘 속의 한 곳에서는 ~우린 희망을 잃지 않을꺼야!! 란 함성이 그라운드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감동이 이는 책이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란 말이 있듯이 이제 한창 제 나이대에 어울릴 만한 꿈도 키우고 성장해 갈 아이들에겐 아직 희망의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 아닌, 이제 한 걸음만을 떼어 놓았을 뿐이다.
9회의 게임처럼 첫 제안을 받은 시점에서 해단식이 있을 때까지의 시점을 책 구성으로 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야구에 문외한이거나 관심도가 낮은 사람이라면 온통 야구에 관련된 용어와 전술이 곁들여져 있기에 지루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지만 이를 넘기고 나면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이 내내 떠나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