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웃 오브 아프리카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7
카렌 블릭센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영화에서 유명한 것들 중에서 원작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원작이 주는 세밀한 묘사와 저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있다손 치더라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작이 주는 맛을 영상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에는 시간적인 것에 쫓겨 러닝타임이란 압박감에 감독 스스로가 표현하고자하는 바를 최대치로 끌어오르기 위해 원작이 주는 곳곳의 아까운 장면들을 가위질 해야하는 아픔이 있기 마련이라 독자들은 이미 한 수접고 영상미에 빠져든다.
메릴스트립과 로버트레드포드 주연의 영화로 더 알려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두고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한 두 남녀간의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프리카란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자연의 경관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책의 원작이 주는 참 맛을 모르고 지나칠 수있다는 데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내 경우엔 우선 영화를 봤고 시간이 흘러서 원작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우연찮게 다시 집어든 책을 통해서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고 집어든 책이다.
아프리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심바와 줄루족이 생각나며 부시맨, 뿌리의 쿤타킨테, 쿠바까지 휩쓸려 살게 된 아프리카인들의 삶이 떠오름과 동시에 지구의 태고적 모든 것을 수용하고 거느린 처녀지란 생각을 하게된다.
이 책은 저자인 카렌은 덴마크인으로서 결혼과 동시에 영국령이었던 케냐로 가서 커피농장을 운영하면서 겪은 17년 간의 생활을 회고록 형식으로 담아 낸 책이다.
-나는 아프리카 은공 언덕 기슭에 농장을 갖고 있었다. 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그녀의 아프리카 생활은 아프리카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단일 민족이 아닌 각개의 부족별로 모여서 하나의 나라로 이루고 사는 특징에 따라 그녀가 하인으로, 또는 샴바라고 불리는 소작지에서 살고 있는 소작농들의 부족별의 특징과 그들의 후손들과 같이 생활해 나가면서 경험한, 유럽인에 눈에 비친 그들의 자만심을 넌지시 비판하며, 그녀가 스스로 그들 부족 나름대로의 전통적인 방식과 체계를 인정하고 때론 법의 집행자 역할로서, 의사로서, 학교 선생님으로서, 주인 마님으로서의 모든 역할을 수행하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적어나간 글들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요즘은 방송에서 아프리카의 미지 부족과의 대화나 생활을 취재하는 경우가 많고, 더불어서 유명한 부족들, 여기선 마사이족, 소말리아족, 키쿠유족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신앙이나 생활방식, 뭣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그들의 전통 춤인 "은고마"를 하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들의 흥분된 전통에 따른 기대감, 젊은이들 나름대로의 치장모습, 문명인이 보기엔 여전히 이상한 춤 동작이지만 그 안에서 그들이 행하는 행위자체는 너무나 숭고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과정의 춤사위는 저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리듯 생생한 감동을 전달해준다.
젊은 시절의 사냥을 통해 때론 부족이 협조를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욕심에 사냥을 한 시절이었다면 나이듬에 따른 생각은 자연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더 좋은지를 깨달아가는 저자의 생애체험적인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은 인종의 색깔을 떠나 그녀 스스로가 아프리카에 동화가 되었음을, 아프리카의 고지대에서 풍겨오는 신선하고 차갑고, 뭐라 형용할 수없는 아프리카만의 느낌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한 풍경은 진정으로 그녀가 살아온 인생의 황금기를 통해 절절히 느껴 질 수있다.
영화에서는 데이비드와의 연인사이로 그들 간의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있는것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원작에선 그녀가 어떤 의도로 적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와의 관계에 대한 일들은 오로지 친한 친구사이로 나오며, 그가 모는 경비행기를 통해서 바라 본 아프리카의 장엄한 풍경, 사파리의 행렬, 누 떼와 사자, 기린들의 묘사 장면은 마치 내가 그들 곁에서 느껴 본 것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저자가 그와의 연인관계를 개인 스스로 밝히고 싶지 않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픈 마음으로 밝히길 꺼려했는지, 아니면 17년 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회고하는 글에서 너무나도 방대한 아프리카의 묘사때문에 일부를 건너뛰었는지에 대해선 저자가 살아있다면 물어보고도 싶단 생각이 들 만큼 아주 차분하고 관조적인 자세로 시종 흐트러짐이 없는 한 편의 서사를 보는 듯한 책이었다.
커피농장의 수확실패와 연이은 메뚜기떼의 영향으로 고향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성의를 보여주려했던 "은고마"에 대한 장면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유럽의 식민지화에 따른 힘없는 부족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들 땅에 무력으로 짓밟고 올라선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그림을 보여주며, 낙천적인 원주민들의 검은 눈망울이 선명히 떠오르게 하는 장면은 저자 자신도 무척 가슴이 아파왔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만든다.
-원주민들에게 땅을 빼앗는 건 단순히 땅만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과거와 뿌리, 정체성까지 빼앗는 것이다. 그들이 보아 왔던 것이나 보게 될 것을 빼앗는 건 어찌 보면 그들의 눈을 빼앗는 것이다. 그것은 문명인보다 원시인의 경우에 더 심하며 동물들의 경우 익숙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먼 길을 여행하기도 한다.
제1차대전을 통해서 당시 저자가 살았던 아프리카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있는 한 북유럽인이 아프리카에 동화되고 그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원시인들과 부족들과의 우정, 그리고 이별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영상과 원작과의 차이가 확연히 달리 표현됬음을 알게 한 책이기도 하다.
감독의 손에 의해 어떤 작품이 어떤 영상과 그 뜻에 주안점을 주었는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것으로 이 원작이 주는 느낌과 영화에서 표현된 느낌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있구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저자 자신의 생애를 통해 황금기라고 할 수있었던 나이에 이뤄졌던 그 때 그 시절들의 감상을 통해 아프리카의 희망찬 태동의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듯 하다.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