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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평점 :
책들 중엔 유난히 애착이 많이 가는 책들이 더러 있다.
수 년이 흐른 지금, 종이색의 가장자리가 서서히 누렇게 변해가면서 철자의 폭도 지금과는 다른 서체는 물론이요, 냄새조차도 고스란히 시간의 향기를 배어내고 있는 책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아무에게나 빌려주지도, 분양하지도, 그저 오로지 제목만 봐도 두근거리고 그 때 읽었던 감동이 떠오르게 만드는 책들이다.
내게도 그런 책들이 있어 다 읽고 난 후의 책장정리를 통해서 일정 부분 공간의 해소를 하고는 하지만 유독히 그 자리 그 대로 명당에 박혀있는 책들은 오늘도 여전히 있다.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뻬라는 작가가 그린 책이 아닌가 싶다.
처음 접한 것이 꼬마 니콜라를 비롯해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거쳐 국내에 나와있는 책들은 거의 봤다고 무방한데, 이번에 그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면서 대담한 이야기와 그 동안 그렸던 삽화가 곁들여저 나온 책이 정말 반갑게 손님맞이를 하게 됬다.

성공한 사람들의 유명인사들 중 인터뷰를 보면 유복한 가정을 토대로 자신의 발전을 이룬 경우도 있지만 문학소설이나 기타의 여려 성공한 작가들을 보면 대부분 어려운 환경시절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부은 경우가 많다.
상뻬,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다.
그가 회상한 바에 따르면 사생아로 태어나 양아버지의 성인 상뻬를 물려받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는 부모 밑에서 배다른 동생들을 챙겨야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들은 유년의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해서 그려낸 것처럼 때론 유머를, 입가엔 잔잔한 미소를, 어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율 배반적인 그림들로 가득차 있다.


- 길거리를 잘 보세요. 어린 아이들은 우선 입고 있는 옷이랑 쓰고 있는 빨간색, 노란색 모자들만 봐도 색상이 다채롭죠. 그런데 어른들은 대개 회색 양복을 입고 있죠. 어쩌다가 진한 청색이나 빛바랜 듯한 청색 옷이 눈에 뛸 뿐입니다. 은행나 환전소에서 일하기에 어울리는 복장이죠. 십중팔구 진지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겠죠. 세상은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보일 것을 요구합니다.- p 137
어른이지만 결코 그의 정신상태는 어른이 아닌 어린이였기에 그런 천성적인 태평스런 그림내지는 어른들의 시각을 꼬집는 그림들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그에게 오늘 날 명성있는 이름을 얻기까지의 도움을 준 것이 있다면 바로 신문과 라디오라고 하는데, 그는 오히려 부모의 강제적인 교육을 지지한다고 한다.
그 자신이 너무나 돈이 없어 쪼들리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습작을 했기에, 만약 정식으로 부모의 강요와 교유적인 체계를 받았더라면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에 많은 시간절약을 할 수있었을 거란 인터뷰 내용은 현재 우리의 해야만 하는 교육적인 방법이 오히려 이런 도움을 절실히 원한 사람들도 있다는 상반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그림을그리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미친 짓이었죠. 하지만 그게 바로 내 성격입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이후부터는 빨리 걷거나 뛰는 사람만 그린다니까요. -p 45
유년의 불행했던 어린 기억들이 오히려 그에겐 하나의 공상도피처로 나아가게끔 만든 환경이었으며, 이는 곧 그의 유쾌한 그림으로 보여진다.
사소한 일상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나 눈여겨보지 않을 수도있는 조금만 움직임, 때론 전원의 아늑함을, 때론 기분좋은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그림을 통해 오늘도 여전히 그의 상상의나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분명 그 보답을 해 줄 것같다.

곳곳의 흑과 컬러의 삽화가 곁들여 있어서 그의 그림 세계를 연차별로, 때로는 그가 겪었고 부러워했었을 모습들을 통해 다시금 작가의 무한한 그림사랑에 함께 빠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