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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얼마 전 대학을 나오고도 미취업자가 수가 80만을 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IMF 이후의 가장들이 거리로 나온 후부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률의 시선도 바뀌어가고 있는 지금에 다시금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들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다양한 스펙과 해외연수가 기본인 현 시점에서 길고 날뛴다는 젊은이들의 취직은 여전히 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고만 있다.
내 의지와는 상반되는 그 경우엔 더욱 그러하리라.
백인주- 올 해나이 33살
엄마가 벌여놓은 사업의 부도로 인해 집 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자신과 동생의 명의로 빌린 돈으로 한 달에 30만원 이상의 용돈은 써 본 적이 없고 신용카드는 물론 사용한 적없는 그녀는 졸지에 신용불량자에 개인파산자가 되어버렸다.
근 10년이 다 되어 법적으로 파산 면책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 채무의 의무는 해결이 되었으나, 수시로 날라오는 채무불이행의 해결을 원하는 법적인 서류를 받게되는 끊이질 않는 불안감에 산다.
10일간의 알바인 봉고차를 타고 봉투에 상가수첩을 넣는 알바를 하는 그녀에겐 이미 알바라면 이골이 나 있는 상태다.
뭘 안해봤냐고 물어보는 것이 더 편할 정도로 안해 본 것이 없는 그녀는 그녀의 찬란했던 파릇한 20대의 시절을 온전한 직장을 다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이미 알바에 대해 빠삭하며, 고용주와 피공용주간의 관계를 터득한 나머지 기대조차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각 종일을 하면서 자신이 한 때 좋아했거나 사랑했던 사람 곁을 채무라는 빚에 떠밀려 스스로 그들 곁을 떠나버리거나, 버림을 받은 상처 때문에 쉽게 안주하는 삶 자체를 그리워하는, 그저 보통의 삶을 꿈을 꾸며 살아가는 그녀의 생활을 통해 작가는 작가 자신이 실제 체험했던 다양한 일들을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내가 바란 건 단 하나, 시회적인 명예도, 호화로운 집도, 무소불위의 권력도 아니었다. 보통 사람처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아무에게도 멸시받지 않고, 내가 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인해 비난받지 않는 것.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먼저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누군가가 좋아지는 것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 -P 358
각기 사연들도 다르고 , 뜻 한 바도 다르게 일을 하는 이 시대의 알바생들의 사연을 독특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특성들을 포착해 노동의 값어치와 그에 비견해 돈 벌기는 쉽지만은 않은 과정 속에서도 제 나름대로 뜻을 지닌 각 동네를 지나치면서 인주의 알바 인생이 겹치게끔 동선을 그려나간 책의 흐름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착찹함을 느끼게 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으나 그야말로 온 세상이 빚으로 이루어진 사람들로만 살아간다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자세한 알바생들의 취업의 어려움, 마지막 사랑이라 믿으며 결혼을 꿈꾸고 싶은 인주의 소망대로 이뤄질 날이 올 것이란 희망적인 끝맺음은 비록 현실의 삶이 고단하다 하나, 언젠가는 이 모든 것도 한 때의 인생경험이었음을 느낄 수가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맘이 되어버리는 이 소설은 그저 하나의 소설이 아닌 현실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각자 한 번씩은 해 보았을 알바의 경험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 갑자기 김장훈의 노래가 생각난다.)
"지금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시간에 묻혀 사라질 거야." -P 79
두 가지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끝 맺음을 맺는 이 소설은 백인주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밝은 태양을 떳떳이 볼 날이 올 것이란 기대를 독자들 스스로도 빌어주게 되는 책이다.
힘내! 백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