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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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에게 이끌려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있다~ 라고 하는 것에는 흔히 말하는 프로의 경지가 아닌 이상 엄마들 사이에 통용되곤 하던 체르니 40번 정도만 치면 음악시험에 나오는 음표정도는 볼 줄 안다는 상식으로 통하던 그 때, 하긴 지금도 그렇다고들 한다.

 

난 재주가 없었다. 손도 작은데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손가락을 움직여주려면 여간 고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말 어지간히 음표정도만 볼 줄아는 정도에서 그치고 패스~

 

가끔 방송이나 유명 음악가들의 공연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련한 피아노 기억이 떠오르는 건 미처 마치지 못했단 후회보다는 그 시절의 한 때나마 힘들었지만 그만 둘 때까지의 피아노 여정을 함께 했었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폴리나는 6살 때 엄마의 손에 이끌려 발레를 한다.

그녀의 특출한 재능을 알았던 보진스키 선생의 눈에 띄어 고학년 언니, 오빠와 함께 발레를 하지만 보진스키 선생님이 원하는 말과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수긍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차, 솔로 공연 제의를 받고 연습을 하던 중에 러시아의 유명 프로 발레단에 발탁, 스승과의 공연은 무산이 되고, 예전의 스승이 가르쳐 준 것과 또 다른 훈련에 수긍과 왜 이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공연팀을 만나게 되면서 그 곳에 둥지를 틀게된다.

 

 

 

 

사랑하는 안드리아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다른 친구가 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것을 계획하는 것을 알게 된 폴리나는 우연찮게 베를린에 머물게되면서 자신의 발레와 연극을 이용한 모임에 들어가면서 일약 유명한 인사가 된다.

 

 

저자인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는  2007년 데뷔한 이 젊은 작가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거창한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2012년 만화비평가 협회(ACBD) 대상, 2011년 만화 전문 서점상, '르푸앙'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20선, '르푸앙' 만화상 최종 후보작. 2009년 <염소의 맛>으로 앙굴렘 세계 만화 페스티벌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했다.

 

한 소녀의 성장기이자, 예술의 흐름과 그 안에서 창작이란 소재를 덧 붙인 그래블노블 형태인 이 책은 동양화로 치자면 수묵의 향이 묻어나는 책이다.

 

많은 대사가 없는 가운데, 흰 여백과 검은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그림은 눈으로 읽는 맛과 더불어 보는 맛을 가감하여 차분히 들여다 보는 동시에 한 인간의 예술과 자신의 인생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어린 그 자신이 왜 발레에서 요구하는 동작과 그것에 대한 요구를 하는 스승의 말을 이해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부상, 연인과의 헤어짐, 이미 발레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롤 진입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그 과정들은 인생이란  여정 속엔 끊임없는 노력과 부단한 자신의 채찍질, 그리고 또 주어진 삶에 대해 하루하루 성실히 나아갈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스승과 함께 한 춤은 그래서일까?

푸근함과 동시에 스승과 제자사이를 뛰어넘은 한 사람과 한 사람으로서의 춤으로 맺어진 교류를 들여다 보는 따뜻함이 들어있다.

 

 

중간에 체르니 40번까지 미처 마치지 못했던 나로선, 폴리나의 역동적이고도 발레에 대한 스승의 깨우침을 뒤늦게 알아가는 내공이 쌓인 감정의 표현들이 참 부럽기도 했다.

한 번 보고 두 번째 책장을 정리하다 그 자리에 앉아서 다시 둘러 본 책-

그림으로 그려진 책이라도 활자 못지 않은 강한 중독성을 가진 책, 스승이 건네 준 영상을 돌려보는 폴리나의 여유가 새삼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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