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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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세의 생일을 앞두고 요양원에서 살아가는 알란 임마누엘 칼손은 자신의 방에서 창문을 통해 화단으로 뛰어내린다.

 

 파란 줄무늬의 파자마 차림에 오줌 슬리퍼를 신고 (노인네들이 제대로 소변 조준을 못해 흘러내리는 현상을 두고 빗대 부르는 말) 무작정 실행에 옮기니, 이유인 즉슨, 양로원에서 일일히 간섭해대는 원장과 마주치기도 싫고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마을의 유지는 물론 양로원 친구들까지 인사치례가 싫을 뿐더러 왜 꼭 양로원에서 죽어야만 하느냐에 따른 생각에 이른 결과이다.

 

 1905년 생인 알란은 스웨덴의 한적한 마을인 플렌시의 소읍 윅스훌트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은 차르에 열광한 나머지 러시아로 간 아버지 때문에 3년간의 초등교육이 전부, 이후 글리세린제조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서 폭약전문가의 길을 걷게된다.

 

양로원을 뛰쳐나온 후 수중에 돈이 얼마있진 않은 상태에서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네버어게인"이란 옷을 입은 불량하게 생긴 청년의 부탁으로 청년이 화장실에 간 사이 그가 맡겨둔 트렁크를 보관해 주게 되지만 곧 이어 버스가 오는 바람에 졸지에 트렁크까지 합세하게 되고 돈에 합당하는 거리에 해당하는 어느 이름 모를 곳에 내리게 되면서 그의 일생일대의 휘황찬란한 인생유전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번갈아 가며 보여지는 형식이다.

 

 ""세상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다"란 엄마의 말씀을 새기며 인생을 살아 온 알란은 폭약이 자신의 집에서 터지는 바람에 정신병원에 갇혀 거세까지 당하는 불운을 당하는 시절을 시작으로 100세가 다가오는 현재, 우연한 기회에 소유하게된 트렁크에 5만 크로네가 들어있단 사실에 깜짝 놀라게되며 이 가방을 뒤쫓게되는 젊은 청년 볼트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다른 조폭들과의 쫓고 쫓기는 진행이 시종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렇다고 과거의 그가 신중했느냐? 물론이다.

폭탄제조일로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스페인에 가서는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미국에선 핵무기제조에 조언을, 이 일로 트루먼 대통령과 친구가 되고, 장제스의 부인인 쑹메이링을 따라 중국에 가서는 맘을 돌려 마오의 부인인 장칭을 구출, 이란을 거쳐 조국에 돌아오면서 다시 러시아로 핵무기학자 포포르를 따라 갔다가 스탈린을 만나고 블라디보스톡에 수용소에 갇히는 과정, 다시 탈출을 시도해 북한의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을 만나는 등, 그의 일생의 어느 한 순간은 역사의 현장에 꼭 그가 있음으로해서 해결이 된다는 식의 허황된 시츄에이션의 연발이지만 그럼에도 알란이란 인물이 밉지만은 않은 것이 항상 긍정마인드, 정치와 종교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질색을 하며 듣질 않는 자신만이 세운 원칙성을 고수하고,  어찌 보면 그가 살아 온 100 년간의 세계역사의 궤를 같이 한 그로선 최선의 자신을 지키는 방편이요(물론 정말 정치와 종교엔 관심이 없었다. ) 오로지 그저 따뜻한 식사와 술 한 잔이면 만사 오~케~이~ 을 연발하는 사람으로 캐릭터를 구상한 작가의 유머가 시종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머의 코드엔 나라마다 저마다의 특성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느낀다.

 

만국의 공통언어 바디랭귀지 말고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가 주는 그 역량엔 모든 나라 사람들이 같은  책이나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그것을 공감하지 않는 한 어렵단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은 한국적인 코메디식의 유머, 미국식의 유머와는 또 다른 북유럽 스타일의 유머를 보여준다.

 유머를 통해서 알란이란 인물이 과거사는 물론이요, 범죄인으로 쫓기는 사람, 핫도그장사, 욕설을 시원하게 내뿜는 예쁜언니, 그리고 코끼리 소냐까지 합세하고 핫도그 장사의 형까지 합세하게되는 과정이 정색을 하고 들여다보자면 범죄집단의 모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는 신세지만 그럼에도 이를 비틀어 유머적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글 구성이 영화의 한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알란의 행동을 보면서 "프레스트 검프"를, 어이없게 뒤쫓는 악당들의 행동엔 "덤 앤 더머" , "나 홀로 집에"의 멍청한 도둑들이 연상되는 것을 보면 작가의 처녀작 치고는 대 히트작이란 생각이 든다.

 

기자출신이라서 그런가, 글 전체적인 구성이 책 두께에 비교해 파란만장한 알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시종 짓주무르는 솜씨가 지루함을 모를 정도로 유쾌해서 두껍다고 생각할 시간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읽힌다.

 

각종 모종의 활동에 비례해 풍부한 돈과 연금까지 받아가면서 생활해 가던 그가 왜 양로원에 오게 되는지에 대한 마지막 과정까지 웃음을 날려주는 센스쟁이 작가의 마지막 보너스는 한 번 읽어보고 느껴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알란의 말대로라면 인생 뭐 있어? 그저 뜻이 맞는 사람과 따뜻한 정식식사와 술 한잔을 들이키며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즐기면서 살면 그 뿐 -

 

이런 알란의 뜻대로라면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 돌아갈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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