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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스틸본이란 마을에 사는 18 살의 올리는 옥스퍼드 입학을 앞두고 있다.
약사인 아버지를 둔 그는 상류층에 속하는 짝사랑 하는 이모젠의 약혼소식을 듣고 좋지 않던 차에 밤 중에 마을정리를 하는 아버지를 두고 의사인 이완 선생네 접수실에서 일하는 이비의 구조요청을 받게된다.
어릴 적 한 때 같이 놀고 사이가 좋았던 보비와 이비는 함께 데이트를 하던 중 차가 빠졌고 이를 구하기 위해 도움을 주게 된 올리는 여전히 자신을 깔보는, 자신과는 다른 귀족적인 얼굴을 갖고있던 보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이 기회에 이비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는 욕망에 쌓인다.
대시를 하며 이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이비와의 만남을 갖게되고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되지만 여전히 자신과는 다른 차원의 생활을 하는 그녀를 대하는 심정은 보비가 차지했던 것을 자신도 차지했다는 일종의 목표달성에 속하는 것 뿐이었다.
그 후 이비는 런던으로 가게되고 사람들 입에 창녀라는 입에 오르내리게 되지만 다시 만난 그녀는 감정표현에 있어선 올리보단 솔직한 면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옥스퍼드에 재학하면서 집에 오게 된 올리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 마을에서 열리는 스틸본 오페라회에 뜻하지 않게 연주와 연극에 동참을 하게 되면서 다시 이모젠과 그의 남편 앞에서 굴욕을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연극을 연출하러 온 디트레이시의 동성애적인 발레리노 사진을 보게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디트레이시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채 디트레이시는 떠나게된다.
한 편 좀 더 성숙하게 나이를 먹은 올리는 어릴 적 자신을 가르치던 돌리, 즉 바운스란 별칭으로 불리던 여인의 죽음을 듣게되고 웨일즈 출신의 정비공으로서 스틸본 마을에 정착, 점점 자신의 부를 넓혀간 윌리엄스와 바운스 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그녀의 무덤 앞에서 윌리엄스와 이야기를 나눈다.
"파리대왕"으로 널리 알려진 윌리엄 골딩의 자전적 배경이 들어간 소설이 국내 처음으로 나왔다.
가상의 마을인 스틸본이란 마을을 배경삼아, 흔히 말하는 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영국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올리가 상상하는 스틸본이란 마을이 계급을 나타내는 가상의 공간으로서 그 마을의 형성을 우선 엿볼 수가 있다.
상류층인 이모젠, 의사집안인 이완의 집, 약사인 중산층 집안인 올리, 빈민가에 사는 이비 베버컴 집안, 그 보다 더 못한 술집에 드나들 돈 조차 없어 길거리로 돌아다니는 남자들로 대변되는 하류층으로 형성된 이 구조는 피라미드의 계급 형성을 보여준다.
마을의 관능적인 매력덩어리 이비를 차지하려는 올리의 욕망과 그것을 이루고서 임신이 됬을까봐 걱정하는 맘이 해결이 되었을 때의 올리가 드러내는 행동의 양식엔 자신도 모르게 보비에 대한 위축감이 이비를 통해 해소를 할 수있었단 목적, 그리고 이비와 다시 만나고나서도 그녀의 솔직한 말에 다시금 이비에 대한 생각을 하게되는 성장이 그 후에는 멈추는 안타까움도 자아낸다.
이비의 가족이 자신보다 나은 계급인 올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행동하는 모습, 올리가 이완가에 대한 위축이 이비와의 관계를 통해 다시금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은 동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 식의 계급형성을 무너뜨리기엔 책 속에서 나온 말처럼 그저 크리스탈 피라미드의 구조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임을 풍자식으로 묘사해 놓는다.
하기 싫은 오페라 공연도 그렇다.
이 오페라 공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계층은 소위 말하는 마을의 주요 인사들, 올리가 설명하듯 전통적으로 늘 " 보이지 않게 그려진 선 안의 사람들 소수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p149) 계급적 위상은 재능으로 둔갑한다는 사실, 마을사람 누군가를 주시하는 일도 드러내 놓고 하진 않지만 집 안 커튼 사이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며 수군대는 인간심리들을 당시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통속적인 비난들을 통해서 올리, 이비,보비,그리고 타지에서 온 윌리엄스와 바운스 간의 관계를 통해 작가는 영국사회가 안고있는 문제점들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언젠가 영국유학에 관한 책을 접하다 읽게 된 기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는 물론, 정통적인 영국식 영어라고 하는 레벨에도 계급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영어를 처음부터 접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국에서는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쓰는 말의 뉘앙스와 사용단어에 어떤 영어를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계급(?)을 알 수있단다.
영화배우 휴 그랜트가 대표적으로 가장 영국적이며, 발음의 정확성, 영어의 정통성에 맞는 구사언어력을 인정받고 있다고들 하는데, 우스개 소리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금의 결혼한 손주와 사귀로 있는 여친의 부모와 대면할 기회가 있었다고한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단 미안함의 표현에서 화장실이란 단어, 여친의 엄마는 " toilet "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여왕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단 기사가 생각난다.
이렇듯 영국 안에서는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이미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을 알 수가 있다고 하는 만큼 올리가 18살 부터 성년이 되어 아이 아빠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서도 자신이 속한 계급은 피하고자 하나, 이미 발을 담근 물에서는 쉽게 발을 빼기 쉽지 않고 올리 또한 연극에서 이모젠 앞에서의 창피함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희열에 빠져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곳에서 쉽게 나올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계급을 허문 바운스가 윌리엄스에 대한 관계를 윌리엄스는 그 나름대로의 계산으로 바운스를 이용했고, 마을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운스에 대한 무관심과 올리 자신의 무관심으로 그녀가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이 세운 피라미드는 쉽게 무너뜨려지지 않음을,그리고 없애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있겠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주위에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바, 이 소설이 시사하는 장면 장면 하나하나, 대사들은 인간들이 형성하고 만든 계급, 계층이란 단어가 동등한 인간들이 서로 어떻게 어울려 잘 살 수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