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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잔잔한 에세이의 맛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기고한 잡지의 특성상 젊은 사람을 겨냥해서 썼다고는 하지만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작은 생활의 발견을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나가는 기쁨은 항상 새롭고 즐겁다.
사실상 첫 라디오 시리즈로 이 책이 첫 번째라서 그런가, 3부작 시리즈를 모두 읽은 지금의 총체적인 느낌은 수줍의 시작이라고 할 수있는 책이란 느낌이 든다.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른 책들의 내용 일부와 같은 부류의 글들도 있지만 처음 독자와의 만남을 글은 통한 만남으로 인한 설렘같은 것이 느껴진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느낌과 도너츠의 맛깔스런 표현, 가키피의 포함된 땅콩과 감씨 중에서 부인과 자신이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른 공평배분 문제가 일부일처제가 어렵단 말로 끝을 맺는 투정어린 글이 웃음을 지어내게한다.
이렇게 간단하면서 지날 칠 수있는 생활의 발견 속에 젊은 세대보단 많은 시간을 좀 더 살아 온 인생선배로서 충고아닌 충고는 기성세대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있는 말도 들어있다.
*****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선율에 미친 듯이 끌리는 시기란 인생에서 아주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방심해서 가스 잠그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일도 가끔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중에서
풍부한 영화이야기, 음악이야기, 골동품 이야기,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씨의 글을 통해서 모든 세대가 바쁜 시간을 잠시 제쳐두고 여유를 갖게 하는 그런 묘미!
골프보단 달리기의 쉬운 운동의 효율성을 드러내는 운동 매니아이면서, 체중계의 하나라도 유년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푸근한 아저씨의 입담은 간단 명료하면서 그림의 뜻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그저 눈이 호사스럽기만한 책이다.
수줍은 모습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씨가 산뜻한 채소의 맛으로 독자들을 맛난 향연으로 초대를 하더니 어느샌가 느끼한 표범의 키스로 다가와 한 순간 독자들과 밀당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저녁무렵에 면도를 하는 정화의식을 통해서 다시금 새로운 글로 독자들과 만날 것을 약속하는 듯이 라디오 속의 이야기들은 끊임 없는 여운을 남긴다.
소설의 이야기와는 다른, 간단하면서도 기분 좋게 만드는 에세이의 맛을 시간의 충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있다면 잠시 쉬어가면서 이 책을 집어보는 것이 어떨까?
한마디 더!!!
여자들이 김밥의 끝 머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 사자씨!
그건 아니올시다
전 가운데 제대로 고루 자른 모양이 이~쁜 김밥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