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생 매창
윤지강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평점 :
부안 출신인 매창의 어릴 적 이름은 계생, 향금, 천향으로 불렸고 아전인 아버지와 노래를 좋아하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천부적인 가야금과 노래에 재주를 지니고 자라났다.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기억조차 가물해지고, 자신의 소리꾼 재질이 기생의 삶으로 흐르는 것을 저어한 아버지의 뜻과 워낙 강고한 청렴의 아전으로서 부임한 현감의 눈에 나 고향을 버리고 다른 고장에서 양반자제를 가르치며 글 선생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함께 지낸다.
남복을 입고 자란 계생의 맘을 달랠 길은 산길을 뛰어가 맘껏 소리쳐 부르는 노래 몇 소절, 화전민 출신의 천이란 남자아이와 친하게 지내지만 주인 집 아들 범생의 보복으로 여자인 것이 탄로나게되면서 웃방아기로 팔려나가게 된 것을 미리 알아챈 귀뜸에 의해 탈출, 아비는 길거리에서 죽고 계생은 어느 낯 모를 남자의 손에 이끌려 아비의 마지막 말에 의한 전주교방의 기생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느 덧 이름 난 시를 잘 짓고 기예에 뛰어나단 소문을 듣게 된 계생, 아니 기생명으론 섬초요, 자신이 지은 아호인 매창으로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된 매창은 7 년이 흐른 후 자신을 교방으로 이끈 꿈에 그리던 남자가 바로 천민 출신의 양반가들도 좋아하는 유희경임을 알게된다.
이후 꿈같은 둘 만의 시간을 보내게되지만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유희경은 싸우러 가게 되고 그런 세월을 오직 그 만을 생각하며 시를 지으며 살아간다.
조선왕조의 역사에서 숱한 많은 이름없이 살다 간 사람들이 많지만 비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지조와 절개,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꽃피우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읽어도 아련하다.
관아에 속한 관기로서 하나의 공물 취급대상이자 노리개감이요, 상경하는 현감의 처첩이 아닌 한 한 없는 기다림과 야속함, 그것을 깨닫고 사랑에 목숨을 거는 일이 없이 살아가게 되는 기생이란 신분도 그런 류의 하나이다.
하지만 여기 매창이란 인물은 같은 천민 출신의 유희경이란 사람과의 나이 차를 초월한 (무려 28살 )사랑과 동류의 성질인 같은 호감과 시 라는 것을 통해서 교감을 나눈 그들의 사랑은 매창이 죽으면서까지 잊지 못하는 정인으로 남아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유희경이란 사람이 처한 위치와 자신의 위치, 왕족이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되 모든 것을 할 수없었던 남자 이상허의 매창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시를 통한 10여 년간의 동료로서 서로 짓고 나눔을 행한 허균과의 정신적인 사랑은 매창이란 인물이 얼만큼 열정적이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는지를 알 수가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 내게 하늘나라의 선약 있으니
고운 얼굴의 슬픔을 씻어낼 수 있네.
금낭 속 깊이 감추어두었다가
오직 사랑하는 여인에게만 주고 싶어라. - 유희경
*****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라.- 매창
개성의 황진이, 성천의 김부용과 더불어서 조선의 3대 명기 중 하나로 뽑히는 매창-
거울속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달려들다 머리를 짓찧어 죽고마는 전설 속의 새인 난새처럼 매창은 자신의 한계적인 신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자신의 모든 정열을 현실에 부딫쳐가며 살다간 여인으로 기억 될 것이다.
태어나고 죽은 연도가 확실하지만 유희경과의 짧은 만남을 작가의 상상으로 그려낸 사랑하는 두 연인간의 이뤄질 수없었던 과정을 재미나게 그려냈다.
거문고를 뜯는 장면이나 춤 추는 장면의 묘사까지도 곁들여서 보는 재미도 있고 군데군데 매창이 남긴 시와 유희경이 남긴 시, 이상허와 허균이 쓴 시와 글이 매창이란 여인의 매력을 한껏 높여주는 양념으로 간간이 등장해 읽는 재미가 말로만 듣던 매창의 일대기를 다시 새롭게 조명해 보는 기회를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