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이창래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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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가 터지고 단란했던 준의 가족은 아버지가 총살, 오빠는 끌려가고 엄마와 언니, 그리고 쌍둥이 동생들은 부산에 있는 외가에 가는 길에 엄마와 언니는 폭격에(그것도 처참한 상황에서  굴욕을 당하려는 순간) 그들 모두를 잃고 홀로 11살의 몸으로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향한다.

 

이마저도 기차에 제대로 탈 수가 없어서 기차지붕에 올라탔다가 동생들마저 죽게되고, 홀로 떠돌다 미군 병사 헥터를 만나고 그와 함께 고아원으로 향한다.

 

 미군 병사 헥터는 술만 대면 싸움에 주정을 하는 아버지를 한 순간 모른 척 하고 다른 일에 관심을 쏟다 아버지의 시체를 보게되고 그 죄책감에 몸부림치다 군에 자원입대, 한국전쟁으로 파병된다.

 

그 곳에서 전사자 처리부대에서 일하다 주선으로 한국의 고아원으로 일하러 가던 중, 준을 만나게되면서  그 곳에서 온갖 고아원에서 필요로하는 잡일을 하며 살아가던 중, 미국에서 한국의 고아원을 맡고 선교를 하러 온 실비와 그의 남편을 만나게된다.

 

실비 비네- 1935년 만주에서 선교생활을 하던 부모와 함께 있던 중 중국계 영국여권을 가지고 있던 엘리트 벤자민 리를 좋아하던 14살의 그녀는 일본군의 침입으로 벤자민이 중국 공산당과 연관된 인물임을 알게 된 일본군의 혹독한 고문끝에 동료들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실비의 부모가 사망하게되는 사건과 연관이 된다.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은 부모를 본 순간 실비의 맘 속엔 이미 모든 것들은 죽은 것들이 되었으며, 이후 자상한 남편을 만남으로서 자신의 구원자로서 같이 생활할 것을 기대하고 온 상태, 하지만 헥터와의 만남은 둘 사이를 두고 지켜보던 준의 눈길과 준이 계획하고 있던 실비에 의해 입양이 되길 바랬던 모든 계획의 훼방꾼으로 밖에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대로 보인다.

 

세월은 흘러 1986년 미국에서 골동품 가게를 하며 자릴 잡고 있던 47살의 준은 자신의 아들인 니콜라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영국을 기점으로 유럽여행을 떠나면서 간간히 엽서를 보내오고 돈을 송금하는 세월이 8년이 흘렀고, 소식이 뜸해지자 아들을 찾기위해 사람을 고용하면서 미국에 자신을 신부로 데려왔고, 짧지만 불행했던 결혼생활의 대상자이자 아들의 아버지인 헥터를 다시 만나서  아들을 같이 찾기위해 노력을 한다.

 

 여전히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란 생각과 어디에도 맘을 둘 곳없이 살고있었던 헥터는 준과 함께 자신의 아들이라고 하는 니콜라스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탈리아로 같이 여행을 하면서 준이 암 말기 환자란 사실, 이것이 그녀에겐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있단 생각과 함께 다시는 엮이고 만나길 원치않았던 두 사람간의 운명을 야속해하면서도 그녀의 지시대로 여행의 동반자로 나서는 과정이 그려진다.

 

 작가의 작품으로 처음 접한 것이 네이티브 스피커란 제목으로 만나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한국계 작가로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그것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나오는 이민세대의 작가로서의 글 치고는 너무나도 선명한 전쟁이 남긴 상처를 드러내는 데 아픔을 많이 준 책이다.

 

그 자신이 겪지도 않았던 우리 동족상잔의 아픔이라고 일컬어지는 6.25의 전쟁부터, 멀게는 실비가 겪었던 1935년대의 일본의 극랄한 행동의 묘사,(읽다가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서움이 쳐진다.), 전쟁으로 오직 살아남아야했고,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이 각 세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진 소설이기에 어느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고를 따질 수가 없는 전쟁이란 재앙이 주는 환경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더 이상 어떻게 잔인하고 혹독할 수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난 자들의 아픔이 시대를 건너뛰어도 여전히 그들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아 괴롭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삶에 대한 투영이 그려진다.

 

 전쟁의 광기가 주는 영향 아래서 자신들 만의 치유와 성적인 갈망, 이래선 안된다 알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굶주린듯 달려드는 실비와 헥터의 동물적인 몸부림, 술과 마약을 주사기로 투여해 잣자신들을 다스리는 방식,  그들을 지켜보는 준의 시선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짐을 이고가기엔 너무도 힘겹게만 보여 작가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른 전쟁의 참상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우울한 시선을 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전혀 알지도 못했던 자신의 혈육인 아들이 있단 소릴 들으면서도 무덤덤할 수밖에 없는 삶의 의지를 전혀 갖지 못하고 준의 말 처럼 오로지 자신만을 가장 잘 알수 있는 사람이 헥터 , 당신만이 나를 가장 잘 안다고하는 말은 곧 헥터에 대해서만은 준이 가장 잘 알고있단 소리로도 들리며, 역으로 아들이 죽었음에도 그것을 인정치않고 아들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전쟁이 주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스릴의 성격도 포함된 소설의 구성을 지니고 있기에 자칫 따분하게만 여겨질 수도있는 전쟁의 이야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장으로 끌고 가기도 하는 소설적 느낌이 아주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비가 건넨 책에서 나오는 솔페리노로 최종적으로 향하고 그 곳에 도착한 준으로선 어쩌면 그것이 자신이 그리던 마지막 희망지로 머물 곳임을,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전쟁으로 인해 생활했던 가슴아픈 가족과의 이별도 더는 없음을, 이제는 오로지 웃을 일만 남았단  최종 정착지는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비에 대한 사랑의 방식이 서로 달랐고, 준에게 있어선 실비만이 하나의 희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헥터와의 상반된 감정을 가진 두 사람간의 감정들이 또 다시 아들로 하여금 인연의 끈을 가지게 하지만, 죽음으로 향하는 길에 비로소 헥터 자신도 준의 행동을 이미 용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전쟁을 겪음으로서 파생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 부린 가장 악날하고 용서할 수없는 광기를 겪은 세 사람을 통해서 독자들은 누가 과연 이들의 인생에 용서를 하고 구원을 하고 다시 자유의 의지로서 살아 갈 수있단 말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이들에겐 하나의 사치에 해당하지 않을까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책 제목이 생존자이지만 원제는 SURRENDER 이란다.

 

극한 상황에서 굴복해서라도 살아남아야만 했던 사람들의 아픔이 전해져 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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