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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ㅣ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흔히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것이 대한제국이라고 불리기 전의 왕조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의 기타 타 국가들 사이에서 일부나마 형식적으로라도 보존이 되고 지속이 되어오고 있는 어떤 향수적인 발로에서라고도 할 수가 있다.
이 책은 조선일보 기자로서 그간 여러 권의 책을 낸 바 있는 저자가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 과연 조선의 역사에서 왕들은 어떤 일들을 겪었으며, 그 여파로 후대의 사람들이 느끼고 살아가야 했던 사실들에 주안점을 둔 책이다.
첫 째장부터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도 위화도 회군을 단행한 이성계가 왕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흔히들 알고있던 폭군의 대명사인 광해군과 연산군과의 차이점, 이산의 친부와 조정에 대한 이해관계 속에 엇갈리는 행보를 토대로 독자들을 이끌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1부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
1. 조선의 첫날이 열리다, 태조 이성계의 하루
2. 허무가 불러온 파멸, 연산군 이융의 하루
3. 오도된 재평가의 덫, 광해군 이혼의 하루
4. 사라진 강성대국의 꿈, 소현세자 이왕의 하루
5. 군사(君師)의 좌절, 정조 이산의 하루
제2부 군신이 격돌한 전쟁의 하루
1. 혁명 동지들의 비극적 결별, 이방원과 정도전
2. 군신 대립의 뿌리를 찾아서, 수양과 김종서와 한명회
3. 영원한 제국의 붕괴, 중종과 조광조
4. 공자는 군주를 초월한다, 서인과 문묘 배향
5. 역사를 두고 벌이는 전쟁, 왕과 실록
제3부 하루에 담긴 조선 왕의 모든 것
1. 왕이 첫날을 시작하다, 즉위식
2. 왕의 최고 임무, 제왕학 수련
특히 자신의 입장으로서 써내려간 듯한 긴박했던 왕좌의 차지서부터 그려낸 듯한 글에는 독자의 입장에선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정권개입의 초창기부터 조선 초에서 이뤄졌던 외척세력의 견제로 피비린내나는 이슬의 현장부터 후기에 이르러선 적자혈통의 승계가 이워지지 않았던 조선왕조가 신하들의 세력강화에 따른 왕으로서의 부침있는 정책의 실현, 신하들과의 줄다리기 정책결정, 문묘 배향같은 일련의 일들이 촘촘히 엮여져있다.
왕이 되기위한 하나의 계승식부터 왕으로서 가기위한 왕도의 가르침의 수련과정, 사헌부와 왕간의 사실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어느정도까지를 왕이 참석한 자리에 같이 동참을 할 수있는지에 대한 실랑이는 지금도 보더라도 팽팽한 긴장감마저 돌게만든다.
하지만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하나의 왕대가 끝나기 전까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으로 아비가 아들을 죽이거나 방관한 사실은 지금 생각해도 자신의 핏줄인데도 그것을 모르쇠로 했을 당시의 조정의 분위기, 왕 자신의 잣대의 기준이 도대체 어디까지 인륜의 정을 허할 수있을까를 되돌려 생각해보게도 하는 책이다.
결국 왕이란 아무나 될 수있는 것도 아니요, 천지가 정해준 자만이 할 수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왕이란 자리는 우리가 생각할 때의 편안만하고 모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있을 것 같다던 그 자리는 항상 외로울 수밖에 없는 자리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모자람을 꾸준한 학문의 지향적인 학구열로 덮은 왕들이 있는가하면, 외척의 세력 견제를 위해서 자신의 자식을 혼인시킨 결과가 결국은 안동김씨의 세력의 기틀을 마련하게 한 왕의 결정, 조광조와 같은 신진세력의 총명함을 이용하지 못한 채 자신의 권력기반과 반대 세력 신하들의 항소에 굴복한 중종같은 경우는 적재적소의 인재등용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 가에 따라 나라의 역사는 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어제 대선이 끝났다.
모든 후보들이 최선을 다했고 국민들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지금,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있어서 이 책에 나오는 역대 왕들의 정치적인 결정과정을 조금이라도 참고로 한다면 훨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책 문구처럼 씨줄날줄의 엮임이 잘 이루어진 점도 돋보이고 500년 역사에서 큼직한 사건들을 모아서 한 눈에 쉽게 알수 있게 한 편집의 방향도 읽는 독자의 편에선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아니면 필요한 챕터 부분만 따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재미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는 점이 역사를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쉬운 발걸음으로 인도해주는 데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