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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토니 웹스터는 학창시절 친한 친구 2명 외에 새로 전학 온 에이드리언 핀이란 학생과 같이 어울리게 된다.
다른 친구와는 달리 총명하고 학교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는 정도에 이르는 명석함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대학 진학 후 토니는 베로니카란 여대생과 사귀게 되면서 그녀의 집에 초대되어 가게되고 그 곳에서 그녀의 가족들과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둘은 곧 헤어지게되고 얼마 후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와 사귀게됬음을, 그래도 되냐는 양해를 구하는 편지를 받게되고 토니는 흔쾌히 둘의 사이가 잘 되길 바란단 엽서를 보낸다.
졸업 후 미국으로 여행을 간 사이 돌아와 보니 친구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욕조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단 소식을 듣게되고 토니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어느 덧 60대의 은퇴한 노인이 된 토니는 결혼, 이혼, 딸의 출생과 결혼, 손자까지 있는 노년의 길을 가고 있던 중 미처 보지 못한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의 내용인 즉슨 베로니카의 엄마인 사라 포드가 죽으면서 얼마 안되는 금액의 유산을 토니에게 넘기며,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넘긴단 내용이었다.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에이드리언과 포드부인, 베로니카를 다시 떠올린 토니는 베로니카와 어렵사리 이멜과 만남을 통해서 왜 자신에게 이런 유산을 남기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일기장 보관을 하고 있는 사람은 베로니카란 사실에 그녀에게 달란 말을 하지만 베로니카는 버렸단 말과 함께 자신이 전혀 기억하지도 못한 , 당시의 자신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의 복사본만 받게 된다.
자신이 쓴 내용일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도 못했던 악담이 담긴 구구절절의 내용을 읽고 토니는 다시금 과거의 일로 돌아가 당시의 일을 기억해내려 하고 이 와중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던 과거의 사실이 과연 지금에 와서 확신을 줄 수있을정도의 진정한 기억이었나에 대한 회한과 후회, 자신의 글 때문에 일생을 그르친 에이드리언에 대한 생각으로 혼돈에 빠진다.
베로니카의 차를 타고 마주친 곳에서의 에이드리언의 판박이 아들을 보고 또 한 번 놀란 토니는 여전히 베로니카의 말처럼 그대로인 채 아무런 눈치도 못채고 전 부인의 말처럼 홀로임을 알게된다.
책을 읽다 보면 맘에 드는 구절을 적어놓을 만큼의 글을 접할 때가있다.
이 작가도 그런 부류의 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직도 조그만 수첩에 적어놓은 글귀를 이번 책을 접하고서 다시금 끼적여보게 됬는데, 작가의 현란한 수사적인 문구가 아닌 한 구절 한 구절 읽다보면 무릎을 칠 때가 종종 생기는 그런 구절의 글을 쓰는 이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새삼 다시 한 번 부러움을 느낀다.
이 책은 기억이란 소재를 가지고 내가 살아오면서 기억하는 어느 한 부분이 세월이 흘러도 여러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확실한 기억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되새겨보게한다.
분명 토니의 기억에 의지한다면 그는 둘의 사이가 잘되길 빈다는 엽서를 보냈다는 기억만 가지고 있었지, 자신이 생각했던 베로니카에 대한 느낌, 그녀의 엄마를 만나 상의해 보라는 둥, 하는 일말의 저주스런 문장 자체를 기억해내지 못한 채 그저 평범한 생활인으로의 말년을 보낸 남자였다.
그런 토니에게 시원스레 네가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이러하다란 말 한마디 없이 오로지 과거나 현재나 똑같단 말만 반복하는 베로니카에게 토니는 자신의 나름대로 추측만 무성하고 그 추측으로 인해 말 한마디 하는 것마다 빗나가 버리는 젊을 시절의 모습을 반복하는 사람으로 밖에 비춰질 뿐이다.
1부에서의 젊을 시절의 토니를 생각하는 회상에 이어서 2부에선 노년에 들어선 토니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악담대로 둘 사이의 관계를 이어지지 못하게 한 죄책감, 반전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의 만남은 이 책의 서두 부분부터 다시 들쳐서 같은 대사가 나오는 장면의 상황과 다시 비교해 보게 만드는 묘한 설정의 부분구성이 색다르다.
여러차례 상 후보에 오르고도 번번이 수상자 대열에 오르지 못했던 작가가 이 작품으로 상을 탓다고 하기에 생각만 하다가 이번 기회에 읽은 책치곤 그가 보여줬던 다른 작품들 속의 구성보단 조금의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대로의 서술 기법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어째서 에이드리언과 사라 부인의 관계 발전이 그렇게 됬는지, 왜 그녀가 제 삼자인 토니에게 유산을 물려주는지에 대한 정황은 설명이나 정황상의 힌트조차 비춰주지 않고 있기에 다만 내 나름대로의 추측을 유추한단 점에서 좀 답답함도 보인다.
하지만 역사시간에 그들이 말한대로의'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33) 에서 노년의 토니가 생각한 역사는 이렇게 대답을 바꾼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101)
결국 이 책은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의 일들이 얼마나 무수한 억측과 상상을 토대로 망가질 수있는지, 그것에 대한 실제적으로 내 자신은 죽을 때까지 타인에게 어떠한 가슴아픈 일을 저질렀는지조차도 모를 수있단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34) 이라고 했던 에이드리언의 말이 비수처럼 꽃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