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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 세트 - 전2권 ㅣ 암향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백 여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영원한 숙적이 되다시피한 조와 순-
모든 것이 발달하고 문물이 화려한 순에 비해서 야만족이라고 여겨지는 (순 나라사람들에게)조는 한 때의 순의 수도를 점령하고 순은 다시 남으로 이동- 현재의 목공황제라 일컬어지는 정사엔 관심이 없는 황제에의해 다스려지고 있다.
이런 황제의 곁엔 자신들의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차차 미래의 일을 도모하는 처남인 정현왕과 내시 출신의 조수복이 손발이 맞아가면서 나라의 일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가운데, 조와의 강화를 맺고 친선을 다지는 계책 가운데 하문예아 공주를 조의 예친왕이라고 불리는 아수청라사륜에게 시집보내자는 이야기가 오간다.
충성스런 대장군인 악재후의 양자이자 자신의 정혼자인 악무일과의 혼인을 기다리고 있던 예아는 반대를 하지만 악재후 장군이 죽어가면서 조와의 왕과 혼인을 청하게되고 그것이 양아들을 설득함과 동시에 먼 후일 순의 미래가 달린 일임을 알게 된 예아는 자신이 혼인을 함으로써 첩자로서의 행동을 할 것을 결심하게된다.
따뜻한 나라에서 자란 예아에게 혼일 첫 날부터 보러오지 않는 예친왕에 대한 소문과 더불어서 홀로 지내던 예아는 어느 날 우연히 예친왕이 기거하는 궁에 가게 됨으로써 그 곳에 이중의 담장으로 둘러치고 검은 매화 숲으로 덮인 곳을 보게 된다.
처음으로 마주친 사륜의 첫 대면 후 점차 그에 대한 소문의 진실(잔악무도하고 거칠것 없는 성정)에 반대되는 문류를 즐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충성을 오로지 이복형인 현 왕인 일륜에 대한 것에 쏟아붓는 그를 보면서 예아는 첩자로서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고뇌속에 빠진다.
사륜 또한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않고 자신의 정혼녀였지만 권력에 대한 야망 하나때문에 일륜에게 후궁의 자리로 간 현비와 같은 후궁 출신의 수비간의 암투와 자신들의 아들의 권력승계 다툼에 예아가 당하는 수모를 적재적소에 나타나 해결해주는 기민성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동안 마지노선이었던 순의 마지막 성 관문을 무혈입성하기 위한 조건에서 예아가 사륜에게 원한 바 대로 악무일과 담판을 벌여야했던 두 사람은 마침내 무일의 승인하에 이뤄지게 되고 모든 일은 순조롭게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된다.
통상 로맨스 소설의 배경은 여타 세계 각 나라를 보더라도 항상 가진 자와 부족함이 많은 사람의 대립으로 시작이 되기 일쑤다.
이 책 또한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고있지 않은 가운데 동양의 색채가 두드러진 , 특히 중국의 어느나라를 상상하기 쉬운 것을 모태로 삼은 것으로 보여지는 풍물의 소개와 의상의 모습들이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온다.
매사에 정사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음유와 목공에만 힘을 쏟는 무능한 왕 밑에서 날로 더해가는 세금에 지쳐가는 백성들, 그런 백성들의 살 길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걱정하는 악재후 장군은 자신의 희생과 양자의 희생, 그리고 예아에게 더욱 무거운 짐을 지움으로서 이승에서 하직하는 , 영화에서 말하자면 일회성 카메오로 등장하지만 전 2권에서도 아주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가는 인물로 부각이 된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륜의 이미지 안에 감춰진 어린시절의 태생의 비밀, 온갖 고초속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되 충성스런 모습으로 일관함으로서 조라는 나라의 미래에 밝은 세상을 던져주는 그의 존재감은 순의 황녀인 하문예아조차 그의 사랑에 동화되어가는 과정이 잔잔한 향으로 남겨진다.
여기에 더해지는 구중궁궐의 아녀자간의 권력다툼의 온상이 되는 후궁들간의 암투와 그 안에서도 자신의 행동을 고귀한 말투와 옹골찬 행동과 과감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사륜의 가슴을 뒤흔드는 예아란 여인의 특징도 아주 잘 나타내지고 있다.
두 사람간의 사랑을 이루기까지 예아가 가지고 있던 첩자의 행동, 사륜으로서 그녀를 의심해야하는 상황, 그러는 가운데 자신의 백성 안위와 황실의 존재 무게, 둘 중에 어느 것에 치중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예아의 고뇌 속엔 황녀가 가지고 있는 지위의 상황, 그 가운에 악재후가 남긴 말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것을 던진 그녀만의 행동은 참으로 고민스러울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전작인 "기란"이 아주 강렬한 남녀간의 화려한 화합, 그리고 더욱 치열한 궁궐 내에서의 암투를 그린 붉은 계열의 치마였다면 이 암향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격렬한 사랑의 징표도, 표현도 없지만 흰색의 화선지에 하나하나 담백한 매화를 그려나가되, 마침내 종이를 펼쳐보게 되면 하나의 화려하진 않지만 동양의 미백의 미가 가득 담겨있는 수묵화가 연상이 되는 사랑의 이야기다.
전작과 정 반대되는 이야기의 전개도이기 때문에 기란을 읽은 독자라면 화끈한 전개 장면이 없어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동양의 어느 이름모를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두 남녀간의 사랑전개,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들의 밝은 미래를 짐작 할 수있는 에피소드들은 읽고 나서의 감흥이 나도 모르게 살포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느껴지는 그런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아무리 사나운 전쟁터에서의 무서운 장군이라 할 사륜이라도 상인으로 변신해 순의 나라로 들어간 술자리에서 한 순간에 반해버리고 그녀를 취하기 위해 온갖 일을 벌인 그가 절세 미인이라고 불리는 조비를 멀리한 점도 제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현명한 여인을 취한 용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그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당연지사 예아의 보이지 않는 행동이요, 줄다리기이자 부부간의 따뜻한 면을 보인다. )
각 주변인물들의 각기 다른 성격의 묘사도 재미가 있게 표현을 해 놓고 있기에 요즘 추세라면 드라마로도 만들어 나와도 모든 가족들이 시청할 수있는 건전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게된 소설이다.
바쁜 현대의 생활 속에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헤어지는 사랑이 아닌 진중하니 무겁게 느껴지다가도 가볍게 느껴지게도 하는 작가의 완급조절 글의 흐름도 돋보여지고 1. 2권 모두 밤을 새워서 읽을 정도로 두께도 보통이고 내용의 흐름상 궁금증이 일어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읽게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