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유서깊은 문법학교인 세인트오즈월드의 수위로 있는 존 스나이드를 아버지로 둔 나는 관계자 외의 출입을 금한단 팻말을 붙인 교문을 보면서 , 하필이면 여기서부터가 금지구역이며 누구의 명령에 의한 것일까란 의문을 가진다.

 

상류층이 다니는 그 학교 옆에 있는 서니뱅크파크 학교에 다니던 나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발은 넘지 말란 을 넘게되고 그 이후의 삶은 180도로 변한다.

 

 아버지의 키를  복사해서 학교의 내부에 소속들이 위치한 구석의 장소며, 각 과목선생들의 강의를 도강하는 것, 지식의 장소인 도서관에 들러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하기, 교복을 훔치고 같은 학생으로 행세를 하며 체육시간엔 그럴듯한 아버지 필체를 흉내내 수업에 빠지는 대신 이웃의 학교로 가서 체육시간수업하는  대담성을 보인다.

 

그러던 차, 자신이 자주가던 장소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벌을 받고 있던 품행이 방정치않은 모습의 리언미첼이란 아이를 만나고 자신을 줄리언 핀치벡이란 이름으로 둘러댄다.

 

자신의 배경을 그럴듯하게 거짓 포장하고 그와 어울리게되면서 도둑질, 자주 내뱉는 말까지 그와 함께하는 동안 리언을 좋아하게된 나는 방학을 맞아서 그와 좀 더 자주 만날 것을 기대하게된다.

 

방학을 맞아 리언이 보고싶은 나는 리언의 집으로 우연을 가장해서 가게되고 그 곳에서 리언이 집안과 서로아는 프란체스카란 아이에게 관심을 보임을, 이후 학교 뒷편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삼고있는 오두막에서 둘의 애정행각을 막아줄 보초로 서게 되는 나를 발견하지만 이내 그의 관심안에 있단 사실을 알고 기쁨을 느낀다.

 

변덕스럽고, 때론 비난일색이다가도, 진부하단 말 한마디에 스스로를 내밀어보게만드는 리언의 행동에 나는 그의 제안에 따라서 학교 예배당 지붕에 올라가면서 복사된 열쇠를 보이게되고 서로 장난을 치다 치명적인 나의 실수를 보게 된 리언으로부터 도망치게되고, 이는 곧  비숍 선생님과 아버지에게 들킨다.

 

 그러던 중 도망치다 리언은 실족사를 하게되고, 그 이후 나는  엄마를 따라서 파리로 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한편 99학기를 마치고 100학기의 강의를 목전에 둔 고전어학과 담당교사인 65살의 스테이틀리 선생은 장학시찰로 바쁜 학교의 일정과 새로 들어온 5명의 선생들을 소개받는다.

 

하지만 자기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사무실이며, 자신의 소품이 바깥으로 방치되는 사건, 출석부가 없어지고, 만년필이 없어졌으며,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나이트란 학생의 반항과 그의 어머니의 항의성 해동, 그리고 나이트로부터 진실을 듣게된 후 그녀석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학교를 소리없는 잡음과 혼돈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게된다.

 

더불어서 신입교사 중 서니뱅크파크 출신인 킨 이란 선생의 수첩을 발견하고 그 안의 내용을 읽은 후엔 더욱 그의 행동에 주시를 하게되고, 학교의 컴 전산고장과 더불어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나오는 사건의 전말은 그 지역의 신문에 기재되면서 더욱 그 학교의 명성을 무너뜨리게된다.

 

행방이 묘연한 나이트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범인은 일대 선생들의 치부를 들어내거나, 약점을 교묘히 퍼트려서 정직을 유도하게 만들고 스테이틀리는 웬지 모르게 어떤 보이지 않는 기운이 학교 전체에 퍼져있음을, 감지하지만 도통 연관을 지을 수가 없는 상태에 이른다.

 

불꽃놀이가 한창인 날, 비로소 여러가지 정황을 꿰맞춘 스테이틀리는  킨을 지목하게되고 그가 프랑스어 교사인 다이언 데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단 사실에 착안, 불꽃놀이로 가득한 숲 공원으로 가지만 예기치 못한 반전의 주인공을 맞게된다.

 

사건은 이후 세인트오즈월드학교는 예전의 평온을 되찾은 듯 보이고 정직이 풀리거나, 퇴직형식을 맞은 선생, 그리고 건강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전어학과 강의를 위해서 출근한 스테이틀리 선생은 학교의 아이들이, 이젠 더 이상 자신의 위엄성 어린 경고를 듣지 않게됨을 느끼게된다.

 

책 제목인 젠틀맨& 플레이어는 크리켓 용어란다.

 

젠틀맨이 보수를 받지않고 운동을 하는 선수라면 플레이어는 보수의 댓가를 받고 뛰는 선수란다.

 하지만 책은 첫 1장부터 체스의 기본 용어인 폰을 필두로해서 각 장마다 체스 기본용어가 나오고 나와 스테이틀리 선생이 각자 "나"란 인물로 사건의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주도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읽으면서 체스의 용어인 폰, 나이트, 퀸, 킹, 비숍이 나오는 챕트에서 과연 작가는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즉 수위인  존 스나이드의 자식인 어린 나가 체스의 가장 총알받이격인 일개 쫄병으로서의 폰으로 적지인 문법학교를 공략해가는 과정인 서서히 넘지말라던 선을 넘어선 대담성과 어찌보면 어린 악마적인 모습을 보이는 성격의 묘사, 실지 학교의 장인 교장을 제치고 킹 격인 스테이틀리 선생을 최종목표로 삼아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세인트오즈월드란 판에서 체스의 기보에 따라서 전략을 구사해나가는 전개과정처럼 정말 흥미롭게 진전이된다.

 

 읽으면서도 내 머릿속의 범인은 킨일것이란 의심의 여지없이 그가 어떻게 스테이틀리 선생과 대면하고 과거에 흘러들어가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지에 여념이 없게 만든 작가의 반전 앞에선 정말, 이 사람이었어? 하는 혀를 내밀게되는 묘미가 압권이다.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나와 리언의 관계에서 흔히 성장기의 아이들이 느낄 수있는 동성의 어떤 감정기류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작가의 탁월한 소재도 그렇고, 다시 앞 장을 뒤져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어디서 생각의 반전을 느낄 수없도록 만든 장면이 어디였나를 찾아보게한 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소위 영어엔 격이 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고급영어, 생활영어.슬랭영어... 이런 분류도 따지고 보면 영국에서 시작한 터일텐데, 이 소설의 배경도 바로 그런 점에 주안을 두고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자신이 원하진 않았어도 모든 것을 누릴 조건을 갖추고 있다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엔 그저 그들이 동경의 대상이된 위의 나, 줄리아 스노이드가 존재한다.

 

 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넘지 말란 선을 넘을때의 심정표현과 이미 넘고나니 주위엔 아무도 간섭을 하는 자도, 내가 그 학교 학생인지에 대한 의심조차도 하지 않는 그 학교의 오만성과 자존심, 잘못의 진원을 찾는 과정에서도 학교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아버지의 자살 죽음, 리언을 밀친 것을 봤지만 학교를 위해 여태까지 진실의 말을 하지 않았던 스테이틀리 선생, 자신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길 바랐지만 끝내 자신이 파리로 돌아감으로서 모든 사실이 업어졌단 분노에 다시 돌아온 줄리아 스노이드의 복수가 어찌보면 그 젊은인생의 허비로도 보일 수있겠지만 , 다른 한 편으론 스테이틀리가 말한 리언의 실체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없는 청소년기에 느꼈던 친구의 지울 수없는 ,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정하기 싫은 리언의 사생활, 그리고 곁들어져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인 주범인 문법학교의 사회적인 명성과 지위에 급급한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격이라고도 할 수있겠다.

 

 작가가 경험했던 교직생활이라서 그런지 학교내의 학생들의 생활상, 사건이 터진 뒤의 서로간의 다른 면을 보이는 선생들의 생활상이 자연스레 흐르고있고,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지가 불분명한 마지막 메이트의 과정이 정말 재밌는 책이다.

 

 상상하건대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나온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책 표지의 장엄한 성당같은 건물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그 안에서 내 맘대로 휘젓고 다녔을 줄리아의 행동도 그려지게되는 아련한 향수에 젖은 , 그렇지만 가벼울수만은 없는 청소년기를 보낸 그가 그려지는 책이다.

 500여 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책이지만 반전의 묘미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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