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의 순간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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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가 수직으로 깍아지른 절벽에서 바다에 자기를 양보하는 곳 . 영국 페머스의 풍경을 묘사한 부분부터가 그리 활기찬 모습이 아닌 전형적인 영국의 음습한 안개낀 도시를 연상시킨다.  

이 곳에서 태어난 토머스셰퍼드. 일명 톰이라고 불린 그는 한 마을안에서 오로지 평생을 배와 생활하며 그 안에서 살고있는 사람들과의 결혼을 통해서 외부로 나간다는 자체는 곧 이방인이란 인식이 깔린 곳에서 자라고 결혼을 했다.  

주위에서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고 믿었고 실제로도 당연히  메리와 살던 시절,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고 파도가 심하게 불던 어느 날, 마을사람들의 충고도 무시한 채 아들과 배를 타고 나간다.  

 배에서 한 순간 몰아친 파도와 바람의 기후영향으로 아들은 익사를 하게되고 실종신고를 거쳐서 자신만 살아남은 채 아들은 시신이 발견이된다.  

 조사결과 살해의도는 없었으나 보호소홀로 미성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인 과실치사로 종결을 받고 감옥에서 복역한 뒤에 마을로 돌아온다.  

 소리없는 자신에 대한 눈초리, 경멸감에 찬 모습을 보이는 마을사람들 곁으로 온 것은 오로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찾아 올 것이란 믿음 하나 때문이었다.   

그를 유일하게 사람대접을 하는 사람은 파키스탄인 라지브형제, 그 중에서 형인 라지브는 그의 아들 사망사건에 얽힌 진실을 귀담아 들어주는 침묵으로 일관된 모습과 차를 마주하고 그의 지난 일들을 듣는다.  

 그를 통해서 톰은 자신을 향한 마을사람들의 관용, 자비와는 거리가 먼 행동에 비해서 그가 보여준 침묵속에 위안을 얻고 인간이란 종자에 대해서 완전히 절망할 필요가 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사람은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가게점원인 베티란 여인이다.  

그녀 역시 그와 만나면서 그가 감옥에서 겪은 생활과 그 안에서 같이 지낸 루크란 사내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녀 또한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단 소리에 훌쩍 떠나버린 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배신으로 한 동안 남자를 믿지못하고 생활 하던 중 여리디연한 체격에 다리를 저는 톰의 행동과 말을 보게됨으로서 자신이 만나왔던 그 동안의 남성들과는 다른 그와 함께 살고 싶단 의향을 비친다.  

 하지만 톰은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형기를 마친 루크가 방문함으로서 비로소 서로간의 약속을 지켰단 사실을 확인한다. 

두께는 얇지만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이 소설의 내용은 아주 깊은 내용을 준다.  

자신의 둘째 아이를 낳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뜻대로 되지않자 몰래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불임을 통고받은 상황에서 톰은 충분히 그녀를 몰아세우고 아이의 친 아버지를 밝힐 수도 있었겠지만 이를 포기하고 한 가족으로 살아가던 중 뜻하지않게 원치않은 상황에서 아이가 스스로 넘어져 물에 빠지는 사고로 인해 감옥으로 가게되는 상반된 삶을 살고 나온다. 

 출소한 뒤 마을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그가 마을로 되돌아온 것은 그들과 맞서기 위해서, 정면으로 대적하기 위해서였고, 이런 순간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인다.  

 라지브 앞에서 모든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라지브 또한 자신이 원하던 장소에서 살 수없는 어떠한 계기가 있었음을 자신이 이야기하는 동안에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그가 일말의 철학적인 대사를 통해서 알려줌으로써 톰은 그간의 인간에 대한 혐오내지 불신의 벽을 헤쳐나가게 되고 그를 통해서 그 또한 자신과 비슷한 일이 있었음을 느끼게된다.  

 베티의 제안으로 인해서 다시금 인간다운 삶을 살 수도 있다는, 남이 보기에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 수도 있고, 그럼으로서 마을사람들의 불신을 넘어설 수 있다는 하나의 가장된 삶을 순간적으로 선택해야하느냐, 아님 서로 약속된 것은 없었으나 반드시 자신을 찾아 올 것이란 믿음을 갖고 마을로 온 이유인 루크를 기다려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아가야하느냐를 두고 순간적인 포기의 순간을 맞이한 톰의 결정을 표현한 순간은 짧지만 아주 강렬한 인상를 심어준 문체가 기억에 남게하는 매력이 있다.  

 감옥 안에서 자신을 두둔해주고 그에게 자신의 과실치사로 인정받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그와 가까워진 톰에게 루크는 하나의 구원이요, 보호자로서 그가 처가 있다는 사실 앞에서도 둘 간의 어떠한 감정의 표류를 확신하고 그를 기다리는 목적이 그에게 있어선 또 하나의 베티를 포기하는 순간 또 다른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보여지게 한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의 결정 할 사항을 두고 어떤 것은 포기를 해야하고 어떤 것은 새로이 시작해야 하듯이 이 책은 톰이란 인물이 전혀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서 비로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세상사람들의 이목에 집중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그들과 대적함으로서 자신이 포기하고 싶지않았던 진정한 삶의 행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작가는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이 장애물로 이루어짐을 , 그래서 때로는 이 장애물로 인해 더욱 자신의 가치있는 삶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지도 않았을까 하는 것을 물어보게 한다.  

 이 소설가의 책은 처음 접한 것이라 그가 기존에 지은 책의 흐름과 어떻게 다른지는 읽어봐야겠지만 영화판권이 팔리고 그가 내놓은 작품마다 호응이 좋다는 점에선 이의가 없을 것 같다.  

 한 페이지 안에 두 세개의 단락으로 이어진 글의 흐름속에 자신이 내놓고자 하는 바를 짧은 글 속에 모두 포함되게 글을 쓴 솜씨가 특히 기억에 남고 동성간의 사랑이 내포되어 있는 듯한 루크와 톰과의 관계는 작가의 관심도가 동성애에 대해 많은 것인지는 잘 몰라도 헌신적으로 면회와 뒷바라지한 부인을 버리면서까지 톰을 찾아온 루크의 행동엔 글쎄, 읽고 나서의 느낌은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차렸다면 그게 가능할 지는 몰라도 별로란 생각이 들게한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포기의 순간이란 말을 두고서 행동으로 옮긴 두 사람의 다음 계획인 여객선 타고 원하는 장소에 가서 살게 될 것이란 희망의 글귀는 더 이상 톰의 인생을 두고 포기한 인생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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