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촌 기행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39살의 이 범우는 만년 고시생이다.  

오래 사귄 여친이 사법에 붙으면서 그와 헤어졌고, 점점 하늘과  맞닿은 꼭대기 고시원 생활로 젖어드는 매너리즘에 빠질 즈음 술에 취해 고시원으로 가던 중 한 마리의 고양이를 발견한다.  

술에 취한 채 그 고양이가 가는 길로 쫓아가다 깨어보니 웬 노인네가 자신을 보면서 여긴 일도, 공부도, 싸움도 할 필요가 없는 곳. 단 , 자신이 할 일만큼만 하고 살면 된다는 도화촌이란 곳이란다.  

그 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생활에 젖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 밭 매고 새참먹고, 흥에 겨운 일이 있으면 함께 즐기는 생활을 해나간다.  

어느 날 홍씨라는 사람의 트럭을 타고 도화촌을 빠져나오는 길을 보게된 이 범우는 그토록 자신이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항상 같은 자릴 맴돌았던 도화촌이 홍씨가 자연스레 벗어나 자신이 살던 고시촌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단 사실에 놀라고 그로부터 마음으로부터의 길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화촌을 나올 수 있는 길이 여러갈래 있음을 말해준다.  

도화촌에서 살기로 맘을 먹은 후 고시원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온 범우는 도화촌에서 이경실이란 여인을 좋아하게 되고 우연히 불에 태우던 신문과 로또 복권을 확인하던 차 자신이 그토록 바래던 1등에 당첨됬음을 알게된다.  

경실에게 같이 나가자고 말을 했지만 이미 물질적인 사랑에 상처를 입고 이 마을에 온 경실은 거절을 하면서 범우는 상금 신청기한이 바로 오늘 밖에 안남았음은 안 이상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도화촌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은행의 마감시간은 닥쳐오고 홍씨의 트럭마저 기름이 없어서 길에서 도로 주저앉게 되면서 당첨금을 물거품이 되고 다시 도화촌에 오게 된 범우는 실의에 빠지게 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상덕으로부터 그의 과거를 듣게되면서 자신의 마지막 체념을 불태우기 위해 도화촌을 나오게 되는 범우- 

고시촌에 다시 돌아온 범우는 홍씨와 얘기를 나누면서 다시 자신을 다짐어보게 된다.  

많은 문학상이 1년 중 몇 개월에 걸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일보가 주최한 판타지 문학상에  올 대상수상작 중 하나이다. (두 작품이 동시에 수상)  

외국의 판타지가 추구하는 마법이라든가, 악당들과 싸워서 물리치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 전형적인 동양의 맛을 아우르는 판타지라서 새삼스런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흔히 유토피아가 외국의 환상적인 세계라면 동양은 무릉도원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 범우의 고시생활은 어떻게 시험을 통과하게 되며 차츰 1차에서 점차 2차로 다시 1차를 다시봐야하는 고시생의 끝없는 시험도전과 보이지 않는 인생의 장래의 희미한 빛, 실연의 상처, 포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적인 나이와 경력, 그리고 고시란 맛에 들려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고양이를 따라서 다다른 곳이 다름아닌 현실을 벗어나 아무런 걱정, 욕심이 없는 무릉도원의 세계인 도화촌을 통해서 범우는 일순간 한 순간의 나른함과 행복감을 맛보지만 여지없이 문명의 유혹인 거액의 로또당첨이란 기회를 잡고서 예의  법을 전공한 사람답게 시간을 다투는 일각에서 빠른 머리놀림을 보여주기도 하는 한 평범한 고시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도저도 아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않은 상황에서 맞은 "체념"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된 범우의 다음 행동은 우리의 인생에서 한 번은, 아니, 내내 내 인생을 이끌어가면서 무엇이 진정으로 참 의미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알려준다.  

인생은 무릇 한 순간 왔다가 한 순간에 가는 것이기에 구름과 같다고도 했고, 그래서 일장춘몽이란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범우는 자신의 일생 중 한 부분인 도화촌이란 마을에 살아봄으로써 한 때의 인생의 일장춘몽 난장판을 겪었고 그럼으로써 본격적으로 본래의 의미인 체념에 도전해 볼 것을 다짐하는 데서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비록 내 뜻대로 되지는 않을지언정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후회없는 체념에 도전해 본다면 이미 그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네 인생의 한 단면을 장식하게 되지 않을까? 

불교적인 채색이 엿보이는 인연의 관계, 현재의 정치와 무관하지 않는 진보냐, 보수냐, 아님 그 중도냐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평범한 범우를 대표해서 우리에게 진실된 자신의 인생행보는 무엇인도 묻게되는 깊이도 주는 소설이다.  

이 책을 통해서 한 바탕 꿈결 속을 헤매다 온 기분이다.  

특히 로또 당첨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범우와  한 통속이 되어서 순식간에 만일 당첨금을 타게 된다면 무엇부터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장면은 가히 속물의 근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어서 깊이 빨려들어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본 투영의 진실된 모습은 일확천금의 기회가 아닌 오직 자신만의 노력만이 진짜 내것임을, 알게해 주는 에피소드로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기교가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만화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노인의 행동은 간간이 웃음도 나오고 한자와 접할 기회가 드문 요즘에 옛 중국의 한 시를 맛보는 기회도 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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