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때는 1964년- 

앨라배머주 제퍼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에 사는 12살 소년 코리는 어느 3월 이른봄에 아빠의 직업인 우유배달을 같이 하는 도중에 10번 도로라 불린곳에서 갑자기 승용차가 뛰어들게 되면서 그 차가 잭슨강에 처박아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아빠는 그 안에 있던 사람을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참혹한 모습으로 죽은 상태였고 차는 더욱 빠져들게된다.  

코리는 그 숲에 맞은편에서 묘령의 코트를 입고 있었던 사람을 목격하게 되지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로 아빠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오리무중인 사건으로 남게된다.  

코리의 절친한 친구들인 인디언 피가 흐르는 조니, 벤, 데이비레니와 학교를 같이 다니지만 마을의 악마라고 불리는 브랜든 형제를 두려워하면서 그들을 피해 야구를 즐긴다.  

여름방학으로 접어든 어느 날 잔디공터에서 고장난 자전거로 인해 걸어다니던 코니는  흑인들이 거주하던 마을에 홍수가 나자 주민을 구해준 보답으로 선물을 받게된 로켓이란 불리고 있는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야구를 하던 중 이웃마을에 이사 온 어린 친구 네모를 보게되고 그의 천재적인 야구능력을 칭찬하던 중 브랜든 형제와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조니는 뇌진탕에 걸려서 찬란한 여름방학을 오로지 집에서 보내게 되고 그 외 친구들과 코니역시 다쳐서 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코니는 조니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과 야외 캠핑을 하게되고  숲에서  마을의 유일무이한 불한당 세력인 블레이록 형제와 마을 아저씨들의 수상한 거래를 목격하게 되지만 곧이어  그들에게 들켜 도망친 그들은 각자 헤어져서 집에 돌아오는 경험도 하게 된다.

한편 이 와중에 호수에 차가 빠진 현장에서 주운 깃털을 보관하고 있던 코니는 그 깃털의 궁금증과 더불어서 담임의 권유로 글 쓰기 공모에 당선이 되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기회도 가지게 된다.  

가을이 되자 거리의 벌거숭이 버논의 초대에 응하게 되어 그의 집으로 가게되고 그 곳에서 그의 지나가는 말에 범인에 대한 윤곽을 그려보게 되면서 더욱 이 사건에 집착을 하게 된다.  

한편  학교에서는 다시  브랜든 형제와 일대 혈전을 벌이게 되면서 그들의 괴롭힘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가장 아끼던 식구이자 친구인 개 레벨이 차에 치여서 안락사를 함으로써 커다란 슬픔을 맛보게 되고 , 숲에서 일에 대한 앙심으로 도니 블레이록에게 걸려든 코니는  우여곡절 끝에 그를 감옥에 보내게 된다.  

차가운 겨울이 되자 아빠와 사냥에 나섰던 데이비레니가 총에 맞아 이별을 고하게 되고 충격에 빠진 코니는 담임에게 대들게 되면서 정학 처분까지 받게된다.  

이러던 중 귀부인이라 불리는 주술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사람들이 믿는 흑인 아주머니의 초대로 그 마을 박물관 개관식에 가게되고 이어서 아빠도 그간 미뤄왔던 악몽에서 귀부인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귀부인으로부터 33인란 숫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 아빠와는 별개로 코니는 수의사 선생인 프란스레잔더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그의 집에서 깃털의 의문을 풀게 된다.  

아빠와 그를 잡으려 다니던 수타이너 교수와 리한나포드에 의해서 레진더 집에서 위기상황까지 가게된 코리는 아빠의 용기있는 행동과 도움으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게 된다.  

갓 태어난 아이를 보는 느낌은 누구라도 , 심지어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 특유의 순수한 모습 앞에선 여지없이 경계심을 풀게된다.  

 올망졸망한 모습과 꾸물거리는 입 모양, 손,발의 움직임에서 생명의 신비를 넘어선 태초의 우리의 본연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모두의 공통점이 아닐까?  

그렇게 하얀 백지위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 바탕위에 새로운 역사를 추가해 가면서 인생은  흘러간다.  

작가는 위의 백지 상태에서 찬란한 색감이 어우러지는 빛의 발산보다는 묵직하고 덤덤한 채도가 낮은 색상으로 코리의 유년의 성장기를 그려냈다. 

이 책은 12살의 코리가 봄,여름,가을, 겨울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과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  

환상, 마술적경계, 스릴러, 동심의 세계, 음악, 장차의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꿈, 이별,용기... 

이 모든것을 포함시키되 지루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일들의 연속성 속에 우리들을 끌어당기게 하는 힘이 아주 강한 책이다.  

아버지와 같이 목격한 사건 이후로 악몽에 시달리면서 가족들에게 결코 자신의 힘든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로서의 코리는 엄마와는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커간다.  

마을 사람들중 KKK단의 활동으로 흑인거주 지역의 교회가 불타는 현장을 표현한 대목에선 흑.백간의 차별적인 당시의 모습을,   마을 교회에서 말벌에 의한 소동때문에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동묘사와 목사님의 설교와 행동은 배꼽을 잡게 만드는 유머의기지를 발휘해 주고 남자아이들 특유의 마초적인 영웅담을 영화관에서 즐겨보는 영화이야기에 덧대어 현실로 나타내어지길 바라는 상상력, 마을 이발소에서의 면도와 머리 깍는 모습은 어릴 적 TV 에서 봐 오던 그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마을 악당 블레이록가 사람들과의 대결은 정의에 선다는 것이 어떤 용기를 필요로 하며 결국 승리한다는 교훈을, 브랜드 형제와 싸우는 과정은 성장기 아이들의 한 시절을 보게도 하지만 조니 같은 친구를 통해서 관용과 용기를 배우는 과정은 훈훈한 정감을 준다.  

하지만 뭣보다 가장 코리를 성장하게 하는 사건은 애견 레벨의 죽음과 친구 데이비레니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애완견을 키워서 이별해 본 사람이라면 레벨의 참혹한 형태묘사와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끝내 숨을 거뒀단 판정에도 불구하고 안락사를 거부한 코리의 행동과 (결국은 안락사를 하게 하지만...) 그의 뜻을 알기라도 하듯 코리곁에 굳굳이 남아있으려는 레벨의 모습은 같은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애완견과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십분 이 장면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장면을 읽다가 이별한  애완견 생각에 펑펑 울었다. ) 

또한 절친한 친구를 보내는 장면에서 느끼는 장례의 절차속에 그래도 산 사람들은 살아간다는 현실적인 생활과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게 믿음에 대한 의구심을 묻는 대목은 정말 순수, 그 자체의 영혼성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때론 질주와 호기심, 용기있는 행동과 함께 흑, 백이 엄연히 분리되 있던 당시의 시대의 모습과 함께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코리 부모님의 모습,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행동 묘사는 지금의 우리들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인생의 최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청년기가 오기 바로 전의 유년의 시절은 그래서 살아가면서 더욱 아련한 향수를 제공한 책이라도 할 수 있다.  

흡사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연상케도 하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은 읽는 내내 감성어린 추억에 젖기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12살의 그 시절의 이야기를 25년이 흐른 뒤 자신의 바램대로 작가의 길로 선 코리가 지금은 어엿한 중년의 모습으로 고향인 제퍼를 다시 방문하면서 회상하는 식의 이야기 구도는 "삶은 그렇게 흘러가며 길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목적지로 우리를 이끈다" 라는 소설 속 구절이 절절이 와 닿게 한다.   

또한 베트남전, 워터게이트 사건등 잠깐 스쳐지가는 사건의 나열속에 뜨거웠던 1960년대를 살아온 한 소년의 모습이 고스란히도 보이고 이런 시대적 상황은 어린소년에겐 그저 한낱 스치는 하루의 연속적인 모습을 묘사해준다.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코리의 작가적 소질은 작가 스스로가 코리의 모습이 자신은 아니라고 했다지만 읽으면서도 분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자신이 생각했던 유년의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어도, 레벨,데이비레니, 버논, 그 외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도 이젠 모두 제각기 뿔뿔이 흩어진 현 시대의 1991년도 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련한 그리움으로 간직한 제퍼의 모습은 1과거의 제퍼모습으로 돌아올 순 없지만 12살 어린 코리가 겪었던 그 한해의 제퍼는 코리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은 순수한 시절의 영혼으로서 성장하기게 더 할 나위 없는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다만 ,  그 시점, 책이 발간이 된 1991년도에 제때 번역이 되어 나왔더라면 과거속의과거가아닌 과거속의 현재에서 읽는 맛을 느껴보지 못한단 점이  두고두고 아쉬운 점을 남긴다.

표지를 보니 자유롭다 !란 말이 떠오른다.

드넓은 바다에서 잔잔이 밀려오는 물길을 맞으며 옷깃은 바람에 휘날리고 팔은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픈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소년의 눈으로, 마음으로 그려진 이 소설은 두꺼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만들며   나의 어린시절의 모습도 이러했었나 하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했다.   

책의 출간 해가 1991년도라서 당시  현 세대의 상황에서 당시 유명했던 가수 Tears For Fears의 얘기도 반갑고 (정말 당시 랴됴에선 팝송에 대한 제재가 심하지 않았기에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라는 프로에서 정말 많이 들었던 곡이다.) 비치보이스의 노래도 다시금 찾아보게 하는 노스텔지아에 모처럼 흠뻑 취한 책이었다.  

작가의 글 유형이 두드러지는 표현이 없으면서 유연하게 흐르는 문장의 맛은 모처럼 읽고나서 오랫동안 그 감흥에 젖어 한동안 책상 앞을 떠나게 할 수 없었던 책이다.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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