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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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계의 큰 거목이신 고 박경리 작가님이 가신지도 얼마 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미 고 박완서님이 되신 분의 마지막 에세이를 접했다.  

나목이란 책 등단이후 우리나라의 근대사에서 굴곡진 힘든 시기를 겪었던 여성의 몸으로서 그 당시 당신이 직접 겪었던 일들이 지나간 회상과 함께 곳곳에 따스함으로 넘쳐흐른다.  

서울의 도심에서 살다 구리로 이사를 오면서 두 그루의 나무중 한 그루를 베어내면서 느끼는 심리, 살구나무가 제대로 떨어져서 이웃과 문학계의 아는 지인들에게 쨈을 선물하는 소소한 일상과정의 묘사, 잔디를 손질하면서 남들로부터 잘 가꾸었단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단 글엔 소녀같은 맘이 느껴진다.  

당신 스스로가 지아비와 아들을 먼저 보낸만큼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서 가슴에 멍을 지고 살 부모들의 맘을 헤아린 글에선 다시금 눈물이 두서없이 흐르게 만들고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회, 책을 집필하고 사랑하는 입장에서 당신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책을 떠나보내고 간직하는 입장의 맘은 책을 접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소나마 같은 맘을 느끼게 해 준다.  

운동경기에 관심이 없던 당신이 월드컵경기를 보고 같은 맘으로 힘찬 붉은 기를 느끼면서 응원하는 가운데 6.25때의 붉은 색이 의미하는 바와 지금의 붉은 악마와의 대조를 비교해 가면서 적은 글은 박완서 님만의 글 솜씨가 유려하게 흐른다.  

또한 그간 교류를 통해서 다시금 우리에게 그 분들의 만남을 책이란 간접물건을 다시금 접하게끔 한 책 소개코너는 신문에서 읽었어도 메모를 하게 하는 유혹을 가져다 줬으며, 당신 자신의 소망인 다음 세상에선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단 소망과 함께 이루고 싶은 소원을 말한 대목은 평범함 속에 비범의 삶을 느끼게 해 준다.  

*****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으니까 다음 세상에 하고 싶은것도 없는 대신 내가 십 년만 더 젊어질 수 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게 한 가지 있긴 하다. 

죽기 전에 완벽하게 정직한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깊고 깊은 산골에서, 그까짓 마당쇠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나혼자 먹고살 만큼의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 ***** 

 많은 유명인들이 한 두해를 거치면서 이 세상과 이별을 했단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특히나 예술의 분야에선 그들만의 독보적인 고집과 의식이 반영이 된 부분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지식의 양은 더는 접할 수가 없단 안타까움이 크기때문이리라. 

박완서 님의 부고 소식도 그랬다.  

톡톡튀는 말의 유희가 넘쳐흐르는 시대에 하루에도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엔 특히 더욱 그렇다.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당신만의 고유한 문체는 읽는 내내 안정감과 시대의 험남함을 이겨내고 살아온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을 이만큼 깊이 있게 다루었던 작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하고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소박한 웃음속에 간간이 말의 유희에서 오는 유머는 미소를 짓게 하는 그 분만의 글 맛을 더는 접할 수가 없다는 것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정말 그립다.   

이미 남기신 책으로나마 다시금 우리들에게 향수를 젖게 해 주신 그 분의 명복을 다시 빌어보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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