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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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화자가 나와서 한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주인공은 인터넷 상에서 '애도하는 사람"으로 불린다.   

본명은 시즈토-

죽은 사람들이 있었던 곳으로 가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를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과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닌 순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신문에 난 부고란을 보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를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어진 이름이다.  

그를 본 사람은 에그노란 별명으로 불리는 기자 미키노- 

잡지의 좋지않은 선전성 있는 기사를 다루고 아들마저도 자신이 죽었다고 한 전 부인덕에 블러그를 통해서나마 아들의 근황을 살피고 자신의 엄마를 무심히 보낸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병이 든 아버지를 나 몰라라하는 사람이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이 사람을 만났고 그의 기이한 행동에 맞춰서 기사를 쓴 것이 큰 호응을 얻게 되면서 점차 그에게 빠지게 됨을 느끼게 되고 그의 집을 찾아가 그의 어머니로부터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됬는지에 대해서 듣게 된다.  

두 번째 사람은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생명을 이어가는 엄마 준코- 

사랑하는 아들이 어린 시절 죽은 새에 대해 애도를 하고 기억하겠다는 결심을 들었던 엄마는 어느 날 회사에서도 인정받던 아들이  자신과 절친했던 의사친구가 죽게되고 이어서 자신이 봉사활동하던 병원에서 죽어가는 불치병의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활발히 봉사를 해야만 했던 괴로운 심정에서 벗어나고자 회사를 미련없이 관두고 이런 행동을 하게 됬단 말을 들려준다.  

이는 곧 딸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애인으로 부터 거절을 당하게 된 이유가 되었고 임신까지 한 사실을 알게 되지만 아이를 낳겠단 의지로 결심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부처님이란 소릴 듣던 두 번째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서 출소한 유키요.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던 장소로 가게되고 그 곳에서 애도하는 사람을 보고 같은 동행의 길을 가게 되면서 점차 그가 생각하는 애도와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항상 자신의 등 뒤에 붙어서 비웃음과 조롱을 일삼는 죽은 남편의 혼과 맞서 대답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애도하는 사람에게 그간의 진실을 말하게 되고 둘은 곧 감정에 충실하게 되지만 유티요 또한 그와 헤어져 그와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마키노 또한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당신이 남긴 아무소리도 안들리는 테입을 돌리면서 비로소 눈물을 멈출수가 없음을 알게되고 큰 사고로 인해서 눈의 시력을 잃을정도의 신체적인 결함을 당한다.  

한편 마지막을 정리해 나가는 엄마는 자신과 딸이 이유는 다르지만 똑같이 배변의 고통을 겪고 있단 사실에서 한 생명의 마감과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문제는 아들이 돌아와 마지막으로 가는 자신의 모습을 봐주길 바라는 심정이지만 자신이 가족과 함께 이별의 시간을 하고 있을 쯤 혼수상태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동시에 집에서 아이를 낳던 딸의 아기 순산소리를 듣게된다.  

묵직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울린 모처럼의 좋은 책을 읽었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하고 많은 사람중에 연고도 없는 사람들을 굳이 찾아다니면서 쓸데없는 의심이나 사고, 때론 병까지 얻어가면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읽는 도중 살아감에 있어서 애도한다는것에 대한 의미를 진정으로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다.  

살인사건이나 음주운전으로 일어난 교통사고를 접할 때는 감정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노와 원통함을 앞세우다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고인이 아닌, 사건이나 사고 혹은 범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죽은 아이의 이름보다 그 아이를 죽인 범인의 이름이 먼저 뇌리에 떠오르는 식으로요. 죽은 이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인생의 본질은 어떻게 죽었나가 아니라, 사는 동안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았는가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시즈토는 죽은 사람에 대해서 주위사람들에게 묻는다.  

죽은 사람이 누구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누구를 사랑했는지, 누가 그에게 감사를 표하게 했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경계하고자 했던 죽음의 윈인 자체는 생각지않고 오직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으로 그 사람을 애도한단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음이란 이미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음을, 뜻하고 우리가 말하는 천국에 가는 것임을 전제로 할 때 주인공은 이미 이 경지를 넘어선 지극히 심오하고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우리에게 깨닫게 해 준다.  

엄마 또한 죽음을 맞는 태도로서 담담히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을 하루하루의 충실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요즘 흔히 말하는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나는 과연  어떻게 맞이할 수 있는가로 물음짓게 만든다. 

싱글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딸의 모습에서 자신의 죽음과 동시에 손녀가 태어남을 감지하는 장면은 생과 사의 갈림길의 신비를 보여주며, 끝까지 아들을 보고 싶지만 언젠가 올 것이란 희망하나로 남편의 걱정을 하는 모습에선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하는 초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겉돌고 방황했던 기자 미키노 또한 아버지의 죽음, 아들과의 통화, 자신의 사고를 계기로 애도하는사람을 따라가고자 결심하는 모습에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의 희망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작은 몸짓이 이렇게 그 길을 이어가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 전개를 보면서 그가 말한 부분인구절에서  나에게도 이런 일이 닥친다면 과연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은 몇 명이 될 것이며, 또 내가 그 만큼의 좋은 행동을 보였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일본의 권위있는 상인 나오키 상으로 번역되어 온 책 중엔 생각보다 그다지 감명있게 다가오는 책이 드물었었는데, 늦게 나마 읽게 된 이 책은 모처럼 아주 진지하게 깊은 감명을 준 책이었다.  

탄생, 삶, 죽음 , 각 단어마다 내포하는 뜻과 그것을 이어서 얼마큼의 성실한 삶을 살다갔느냐에 대한 성찰, 반성을 주게한 책이라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아들의 뜻을 따라 이해해 준 엄마 준코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진한 모성애와 진한 감동을 주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주변정리를 해 나가는 모습에선 마지막 생까지 삶을 놓치고 싶지 않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소설의 한 권 분량으론 다소 두껍다 느낄 수 있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가볍게 느껴지지 않도록 각 화자의 배분이 적절하게 배치된 작가의 노련미가 돋보이고 책을 덮고서는 다시금 진중한 울림을 남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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