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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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과자 전문점 3대 주인인 77살의 우타니 구이치로는 나라에서 정한 제도인 실버배틀, 일명 노인 상호처형제도란 것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채택이 되는 바람에 70세 이상의 노인은 한 달간의 유예기간 동안 서로 죽이되 최후 순간에 1인만 남아야 한다는 규칙을 받게 된다.  

아주 가까운 친구를 권총으로 죽이게 되고 이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은 왕년의 형사출신인 사루타니 진이치와 함께 서로 돕는 동지가 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이런 과정을 겪어야만 몇 십년간은 이런 제도를 당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하게 된다.  

스스로 죽기를 원해서 대학교수의 집에 들어가 하녀처럼 살다가 죽은 할머니, 무기를 소지하려 야쿠자와 거래를 트게 되는 과정,  가족을 방패삼아 자신을 보호하려는 할아버지, 죽여서 자신만 남았다고 생각한 순간 뒤에 예기치 못했던 사람에게 무참히 죽게되는 사람,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인 난쟁이 이누이는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서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하수구 맨홀 뚜껑을 열고 그 속에서 생활해 가는 등... 예기치 못한 각종 현상이 벌어지고 이런 사건의 연속은 방송국에서 취재차 나온 사람들에 의해서 고스란히 전국에 전파를 타게된다.  

약국에선 수면제가 없어지고 같은 목적으로 모임을 결성하게 된 무리들은 한 목표물을 정해서 죽이되 그들 사이에서도 서로가 불신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죽고 죽이는 상황이 벌어진다.  

빨리 죽이라는 정부 관리의 협박에 따라서 자신이 살기 위한 조처로 자신 조차도 인정할 수 없었던 자신의 잔인성과 희열감, 그리고 반복적인 무의식의 행동에 치를 떨게 되지만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뒤늦게 이런 제도는 없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정부에 항의하고자 모임을 갖고 거사를 치를 것을 결정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나게 되고 마지막까지 목숨을 부지하게 된 구이하라만이 그 현장에서 벗어나는 아찔한 순간을 모면하게 된다.  

 새해에 들어서 각종 매체나 신문에서 연일 우리나라 인구의 비율이 노년층으로 가고 있다는 보고를 읽어보게 된다.  

각종 선진국들이 행해오고 있는 최상의 복지 실현의 이상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조치로서 연금이나 의료복지혜택에 있어서의 각종 문제점과 해결점을 제시하기 위한 사설로서도 그 문제의 심각성은 깊다고 할 수가 있다.  

이 책은 일본의 폭발적인 중대한 노인인구조절 정책의 일환으로 젊은이 1명당 7명의 노인을 부양해야하는 현실, 이에 따른 경비경감과 국민연금유지, 저출산제도를 해소시키는 일환으로 행해진다는 것에 착안한 제도를 소설이란 것에 맞춰서 그 상황을 빗대어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아주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블랙의 유머와 상황설정이 픽 하는 웃음이 나오게 하지만 이것이 웬지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반드시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가까운 미래의 일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노인인 것- 그 자체가 죄란 말로서 이 소설은 이 주제를 가지고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늘어만 가는 노인만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을 살 만한 세상일 수 있는가?  그렇단 확신이 있다면 어떤 근거로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단 생각이다.  

우리의 과거 고려장이란 제도도 생각이 나게 하고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라 노인들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지혜를 배울 수 있음에도 현실의 비관적인 생각때문에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행동의 연속으로 살인의 맛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인간 본성의 내면에 깃들여져 있는 악마의 근성도 보여지고 이런 행동속에서 마침내 일본인 다운 생각대로 이럴바엔 죽을 사람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서로 죽이는 경쟁을 벌여(마치 로마시대의 검투사 대결을 연상 시킨다.)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금함을 모이게 하고 이 돈은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은 그들만이 가진  민족성의 현실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유명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작가답게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소재의 채택과 더불어서 그 자신이 스스로 70대가 되어서야 이 글을 썼다는 점에서 아마도 자신이 직접 그 연령대에 속하고 느낄 수 있었던 어떤 현실성에 닥친 절박감이 아주 실감나게 그려지게끔 써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잔인한 처형장면의 묘사나 코끼리를 대동하고 막판에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애를 쓰는 등장인물들의 묘사는 아마도 영화나 만화로 나오게 된다면 책에서 읽는 그대로의 감성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웃고 넘어가기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언젠가 나도 이런 연령대가 닥칠 것이고 장수의 비결을 제시하는 각종 건강비결이 더욱 많아질 시기가 연이어 몰아쳐 온다고 가정한다면 인구조절을 한다는 명목하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한다.  

동물의 세계인 고래나 레밍이란 쥐들의 세계, 또 다른 동물들은 자살이나 임신 가임기간을 의도적으로 피함으로써 그들 자신들의 생태계 영역을 보전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어쩌면 인간들은 이런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연륜있고 인생의 선생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들을 없애는 방식으로 인구를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행동에 일침을 가하고 있지나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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