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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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에 고국 도미니카를 떠나서 미국에 정착한 우라니아는 자신의 본명보다 우리/ 미스 카브랄/카블랄 부인/ 카브랄 박사로 불린다.  

14살에 떠나온 그녀는 35년간 가족(아버지는 물론이고 고모와 사촌까지)과 일체의 연락을 끊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입한 끝에 하버드대를 나오고 세계은행의 한 간부로서 성공을 거둔다.  

그런 그녀가 휴가를 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떠나온 고국을 35년만인 49살에 이르러서야 방문을 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호텔에서 나와서 자신의 기억속에 머물던 장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발걸음이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눈동자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아버지와 대면을 하게 된다.  

수령이자 총통, 자선가, 새로운 조국의 아버지라 불린 사람,_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장인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 밑에서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는 수 많은 정적의 틈새에서 오로지 그 만을 위해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모험을 포기한 채 충성을 맹세하지만 어느 날 자선가의 미움을 받게되고 모든 권력과 금전의 제재를 받게된다.  

다시 한 번 신의를 갖게 될 기회를 주위의 권고로 받아들이고 14살의 아무것도 모르던 딸을 자선가에게 처녀성을 바치게 되는 행동을 하게 되지만 이에 충격을 받은 우라니아는 그 길로 수녀원의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 수녀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급박하게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한편 갖은 포악과 공포정치. 자신의 가족들에게만 쏟는 불공정한 나눠먹기식의 권력을 휘두른 자선가의 정치에 각기 다른 사연으로 뭉친 사람들, 대표적인 터키인 살바도르, 대통령 경호부대 장교인 아마디토, 안토니오 임베르트, 안토니오 델라 마사는 정보에 따라서 트루히요가 그의 비밀경찰들이 보호하지 않은 채 그의 비밀별장으로 여자를 즐기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 기다리고 있다가 암살하는데 성공을 한다.  

하지만 뒷 마무리까지 생각한 절차를 생각하지 않은 오류를 범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같은 동료가 총상을 입게 되고 이 일을 주모하던  국방장관 로만 푸포의 배신으로 일은 그르치게 되면서  줄줄이 피신을 하는 가운데 일부는 맞서 싸우다 현장에서 죽고, 일부는 몸을 피신한 채 숨기게 되고 일부는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의 현장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들만의 암호로 불린 트루히요를 나타내는 "염소"는 무사히 자신의 의지대로 죽였고 뒤이어 진정으로 원하는 혁명이 일어나 민주주의로 가는 절차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곧이어 트루히요의 장남의 포악이 절정에 이른 고문에 못이겨 죽은 로만에 이어서 나머지 6명의 행동대원들도 서방 각국의 온갖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체조차도 찾을 수 없는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발레르 대통령의 주도면밀한 계산과 행동에 따라서 도미니카 공화국은 트루히요의 가족들이 망명의 길로 떠나는 것으로 서방과 합의를 보고 본격적인 국가 재건의 길에 나서게 된다  

이 책은 독재정권이란 형태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현 지구의 몇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독자적인 정책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 가운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실제 벌어졌던 역사를  작가의 상상이 곁들여져서 실존하는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회상과 현재를 넘나들고 있는 이야기다.  

허구의 인물인 우라니아는 대표적인 독재정권에 희생된 여인의 대표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아버지 자신의 야망을 찾기위한 방편으로 색정광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70대의 트루히요 앞에 자신의 딸을 바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에겐 평생 용서 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니게 한다.  

"내가 왜 아빠를 용서할 수 없었는지 아세요? 그건 아빠가 결코 진심으로 그 일을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p 181  

반신불수의 아버지에 대한 치료와 간호비를 보내면서도 결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던 그녀의 가슴엔 이후 남자란 없었으며 오로지 공부와 일에만 묻힘으로써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썼던 그간의 일을 아버지를 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심정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 네가 도서관에 틀어 박혀 있었던 것은 배움이나 성공에 대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생각 하지 않기 위해, 도미니카의 기억을 쫓아버리기 위해서였다.- p 261 

트루히요와 있던 그 밤에 당했던 일을 고모와 사촌 , 조카에게 털어놓기까지 오해를 살 만 했던 저간의 사정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비로소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기에 이르렀지만 오히려 그녀의 맘은 그리 편치 않음을, 비춰보인다.  

염소를 암살하고 자신들이 정작 꿈꿨던 미래의 청사진이 한 사람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소중한 생명들이 줄줄이 연행이 되가는 현실을 바라 본 그들 네 남자의 시선엔 우라니와는 또 다른 고통이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가족은 물론이요,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자신들을 고발하게 하는 사회의 풍토는 과연 염소가 그간 치밀하게 어떻게 국민들을 조여오고 통치를 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며,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선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까지 악날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들이 진정으로 믿고 있는 신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길래 가엾은 신도들을 구하진 않고 이렇게 고행에찬 울음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역설적인 반항심마저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의 자식의 살을 고기로 먹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고 죽게 되는 공모자의 죽음 앞에서 동료들은 차마 말 할 의식조차 잃어버리며, 서방의 각국의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철저히 복수에 불타는 염소의 장남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은 채 비상사태란 빌미로 자신의 입지와 자신이 이 암살에 연류됬음을 폐기하고자 한 발라게르의 모습엔 인간의 이기적인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적들을 차례로 제거해 나감으로써 서방에 자신의 뜻을 보여준 행동엔 나라를 위한 조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약삭빠른 인간이 구렁이에서 자신만 다른 동료의 등을 밟고 올라서 세상을 나온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염소가 저지른 공포의 독재체제하에서 희생당하고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했던 사람, 그 자신이 미치도록 주색에 빠진채 저지른 만행, 그럼에도 전립선 고장으로 우라니아 앞에서 울어버린 일, 염소를 암살함으로써 일부는 저 세상으로, 일부는 체포조치가 풀어지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게 되는 양 극단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주노 디아스의 "오스타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이란 책에서도 같은 정권에 속한  그 시대를 살아간 가족들이 전한 이야기가 읽는 내내 블랙코메디의 여운을 남긴다면 이 책은 아주 정직한 감성으로 아주 우울하고 때론 분노를 , 때론 슬픔의 눈물을 자아낸다.  

-자유의지를 가질 때에만 비로소 커피 한 잔이나 럼주 한 잔도 더 맛있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었소. 담배 연기와 무더운 날 바다에서 하는 수영..... 이 모든게 육체와 정신에 더 좋은 느낌을 선사할 것이었다. -p 252 

지금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선 대통령이 하야를 하게 되고 정치적으로 소용돌이에 휩쓸려 있단 소식이 들려온 가운데 나라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행해진 정치형태로 독재정권이란 것이 탄생된 계기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 권력을 지닌 자가 어떻게 자신의 욕망으로 부터 권력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하며, 비단 자신의 야망으로 행해진 이면에는 자신이 알고 있었든, 또는 모르고 있었든 간에 소리없는 아우성에 허우적거리고 생활하는 국민의 소리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우라니아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조카에게 답장을 쓸 것이란 생각이 드는 장면으로 비로소 조금씩 과거와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는데서 희망을 갖게한 작가의 메시지를 보는 듯 한 인상을 준다.

라틴 문학답게 회상하는 장면이 마치 마술에 걸려서 환상적인 모습을 취하게 쓴 글 방법이나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말의 어법이 마치 제3자가 말하듯이 하는 어법에는 신선함마저 들고 자신의나라가 아닌 타국에대한 사건을 묘사한 작가의 통찰한 관찰과 상상력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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