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몽족 아이, 미국인 의사들 그리고 두 문화의 충돌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윌북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몽족_ 

흔히 중국인들이 멸시조로 말하는 표현에 의하면 묘족, 먀요족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동안의 거처를 옮기는 과정에서 중국에서도 최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중국의 한족을 제외한 소수민족 가운데 4번째로 큰 민족이다.  

이들은 오랜세월동안 왕국도 없었으며, 지배자도 없는, 오직 그들로서만 이루어진 씨족사회개념을 갖고 있고(아버지가 가장 가정의 결정자, 근친상간을 배제한 다른 씨족과간의 결혼,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  문자가 없기에 말로서 구전이 되어 조상대대로 살아온 방식을 갖고있다. 티베트외 여러 소수민족을 정복한 중국(인도차이나를 점령했던 프랑스 조차도 고산지대에 살고 압박을 포기했을 정도) 마저도 이들의 강한 동화정책이나 자신들의 고유방식을 고수하는 민족성 앞에 무릎을 꿇고 자치개념의 고산지대의 생활을 허락한 민족이다.  

중국의 거침없는 공격에 일부는 자신들의 터전을 버리고 남으로 가다가 지금의 라오스, 베트남, 태국에 걸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중 라오스 고산지대에 살고 있던 몽족은 미국이 맺은 국제협약에 걸린 약점을 교묘히 감추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고자 몽족을 앞세워 베트남 공산정권과 라오스 공산정권에 맞서 싸우게 한다. 결과는 공산주의로 물들이게 되고 라오스에 남아있던 몽족일부는 태국 난민 캠프를 걸쳐 미국의 난민자로 받아들여져 미국에 살고 있는 민족이 된다.  

이들의 특성은 동화 자체에 거부감이 있으며, 자신들이 경작한 땅에서 필요만큼의 농지를 개발하여 양식을 대고 있고, 양귀비 재배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 샤면격인 치넹의 존재를 믿는다.  

외과수술금기, 시신부검 거부,시신의 방부제처리를 거부한다. 항생제는 허락하되 면역주사는 거부하는 민족이다.  

1975년 미국으로 정착한 몽족 가운데 아버지의 이름은 나오카오 리, 엄마는 푸아 양인 부모밑에서 태어난 리아는 1982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의료센터에서 출생한다.  

생후 3개월 만에 몽족말로 코다 페이라 불리는 간질 증세로 입원을 하게 되지만 첫 입원에서 몽족말을 아는 통역자가 없었고 부모조차 영어를 몰랐기에 의사는 "동물병원 의사"가 되어 진찰을 하게 된다. 첫 발작의 증세를 단순한 기관지 폐렴이나 기관지염 초기 증상으로 알고 처방을 내리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어 두 번째도 마찬가지로 오진 

1983년 통역을 할 수 있는 친척이 왔고 몽족에 관심이 있던 댄 머피의사가 진료, 원인을 비로소 알게된다. 의료절차에 서명하라는 말에 부모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채 서명을 하게되고 의사들은 여러가지 항생제와 약을 투여할 것을 부모에게 말해준다. (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다양한 약 처방이 바뀌게 되는 처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부모들은 약 투여방법과 횟수를 지키지 않게되고 의사는 이를 군 보건과와 주 아동보호국에 "아동학대, 아동방치"로 신고를 하기에 이른다.  

위탁부모에게 맡겨진 리아를 찾기위해서 부모는 다시 한 번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서명하고 다시 리아를 데려오게 되지만 어느 날, 리아는 겉잡을 수 없는 혼수상태와 발작을 일으키면서 다시 병원을 찾게된다. 이 때에는 이미 뇌의 활동이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고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진행이 되자 다른 큰 병원으로 옮기게 되고  병원에서는 얼마 안 있으면 죽게 될 것이란 선고를 내린다.  

부모는 모든 약 투여를 거부하고 그들이 오랜 세월동안 조상 대대로 해 오던 약초와 다른 방법을 실천함으로써 리아는 얼마 안 있음 죽게 될 것이란 말에도 불구하고 식물인간 상태로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게된다.  

그들 나름대로의 치넹을 불러오고 그들 의식인 돼지를 잡아서 의식을 치러서 리아의 생명에 호소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책은 대학 동기인 의사친구로부터 우연히 몽족의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9년간 취재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문화인류학 보고서다.  

서양인의 의식으로 본 몽족이 보인 행태는 우선 자신들이 배운 의학 위에 그들이 행하고 있는 샤먼의  의식을 거쳐 치료가 된다는 논리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이 된다. 꾸준히 서명하고 약 투여방법에 있어서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복종의 명령엔 몽족 특유의 복종 거부와 자신들의 비 자발적이민으로 인한 고통속에서 더욱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이 된다.  

몽족의 생활상을 보면 흡사 우리의 방식과 너무나도 닮았다는점에 놀란다. 

아기를 집안에서 낳을 때의 탯줄 처리나 그것을 집안 어디에 묻고 신에게 비는 모습, 철저한 자연주의적 삶에서 오는 부족함 없는 생활, 샤머니즘적인 생활의 곳곳 모습은 태국 난민캠프에서 벌어지는 서양 의사들간의 충돌로 더욱 서양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리아의 경우 첫 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 제대로 병명을 알고 처방했더라면 과연 지금의 자라지도 못하고 대 소변을 기저귀에 의존하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제 나이의 소녀로 살아 갈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게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평등한 입장에서 상대의 말들을 들어봄으로써 결국 자신은 리아의 불행은 "윤리가 다른 이들"로 결론을 맺는다.  

의사도 그들나름대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리아의 부모도 리아를 살리기 위해 투약을 거부한 방법으로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누구도 원망을 할 수 없단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사례를 비춰볼 때 다민족으로 이뤄진 미국의 경우엔 각 민족을 대할 때의 그들나름대로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치료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리아의 경우로 대변해 준다.  

몽족이란 민족에 관심이 있었던 몇 의사들은 치료과정에 있어서 그들의 고유성을 인정, 치료에 필요한 통역, 주사라든가 치료약,수술에 필요한 허락을 구하기까지 몽족의 최고 어른의 말이 다시 가장에게 전달이 되고 그것이 가장으로 부터 허락받기까지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점을 볼 때 의학의 분야도 서서히 좀 더 세분화 될 필요가 있음도 말해준다.  

저자의 말로는 이런 경우 결합치료, 즉 대중요법이 필요함을 말하는데, 원인보다는 증상에 치중하는 현대의학의 치료법이라고 한다.  

바로 몽족처럼 이런것이 필요할 경우 리아처럼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최우선시 해야 할 방법이 아닌가 싶다.  

몇 해전 우리나라 이민자 가정에서 자녀가 죽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의 엄마는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내가 죽였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몰랐다" 하는 말을 듣고 경찰이 살인혐의로 입건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통상 우리들 정서엔 그 엄마의 말이 실제 죽인 것이 아닌 자식이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고민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자신이 죽인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미국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살인범으로 이해했다는 이 사건을 두고 말의 뉘앙스가 얼마나 큰 일로 번져갈 수 있음을 알게 해 준것으로 기억된다.  (몽족의 위 부부도 의사들이 말한 의도를 전혀 다른 의도로 해석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양인들의 인식속엔 리아가 위험해 처해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온갖 치료를 다해 봐야 한다는 실천과 리아의 부모는 우리가 모든 걸 통제 할 수는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는 언어간의 소통문제만이 아닌 문화간의 충돌에서 오는 불행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주치의가 리아의 삶이 망가진 것은 패혈성 쇼크나 부모의 부이행이 아닌 타문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됬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것이 최선이고 차선인지를 헷갈리게 한다.  

오랜 세월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의사들이 사망선고나 다름없던 죽은 생명이었던 리아가 다시 살고 있다는 점에선 서양의식으로 본 샤머니즘적인 것을 무시할 수 만도 없다는 데서 문화간의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야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동화"라는 미국의 과시적 이상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민자들이 공통의 국민 정체성이란 것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본인의 문화를 희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럿이 하나 된다."는 말이 뜻하는 바에 따르려면 말이다. 

***** 자기 문화가 나름대로의 취미나 정서나 편향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문화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습니까? - p428  (하버드 의과대학의 사회의학부 학장이자 정신과의사, 의료인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이 한 말 중에서 - 그는 8개 항목의 질의를 만들어서 몽족이 할 수 있는 답을 그대로 이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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