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붓다
한승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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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상호와 그의 할아버지인 전 안교장 선생님의 두 갈래 축이 주된 이야기다. 

상호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옛 부터 억불바위의 억불부처상이 있다. 사람들은 영험이 깃든 그 상을 우러러보면서 생활을 하는데, 고 3인 상호는 정작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으며 자신의 태생부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위축된 생활을 한다.  

할머니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태가 되자 억불부처에게 빌어서 버려진 아이를 기르게 된 것이 자신의 아버지며, 그런 아버지는 사업차 베트남에 가서 그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엄마 사이에 태어난 엄마와 결혼해서 나를 낳았다.  

사업실패로 할어버지가 돈을 대주었음에도 빚쟁이들에게 몰리게 되자 집을 나가고, 빚 독촉에 시달린 엄마마저 집을 나간 후로 할머니의 죽음까지 겹치면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게된다.  

학교에서 짝과 뭉치란 별명의 아이들로부터 똥침과 무수한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상대할 엄두를 못내던 상호는 대학조차도 수능을 보지 않는 학교진로를 선택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퇴직후에 꽹과리를 자전거에 실고 다니면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말동무나 염을 해주는 장의사로 살아간다.  

자신보다 2년 아래인 서울에서 전학 온 김정순영이란 여학생에 대한 풋풋한 사랑과 함께 수능시험일날 억불바위가 있는 곳을 탐사하고자 ,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집에서 열심히 운동과 수련을 한 상호는 할아버지의 뒷 모르는 배려에 무사히 그 곳에 올라서는 성공을 거둔다.  

한편 할아버지는 한 때 장안의 뭇 남성들의 로망의 대상이었던 송미녀란 사람의 몸에 침과 뜸을 놔주면서 그녀의 삶에 의지에 희망의 말을 불어넣어주는 인생의 친구가 되준다. 

그런 그녀가 죽고 나서 같이 근무를 했던 국어선생이었던 오선생이 정신 이상이 되어 들어오자 이를 몇 차례 거부하며 돌려보내지만 억불부처를 보면서 온갖 동네 소문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집에 들여 약과 침, 뜸을 들인 결과 그녀를 온전한 사람으로 돌아오게 한다.   

또한 병원에서 독거노인의 시신을 염해주면서 받은 일말의 수고비 중 손자 상호가 슬쩍 해 가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안교장은 어느 날 자신이 몸담고 있던 학교에 한문선생으로 재직을 했던 문시흠의 방문을 받고 그의 서명운동에 자제를 요한다. 다름아닌 억불부처의 용어는 며느리 바위란 옛 지명으로 써야하며 종교적인 이름이 들어가선 안된다는 완고한 조선적인 유교바탕의 생각을 내세운다.  

이 와중에 상호는 무전여행을 계획하고 여행 중 절에서 문득 깨달음을 느끼고 집에 돌아오게 된다.  

졸업식 날 상호는 그간의 당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짝을 불러내 싸움을 벌이게 되고 자신이 계획했던 졸업의 의미를 마치게 된다.  

작가 자신의 고향을 모태로 쓴 이 소설은 안교장의 말마따나 동네에 있는 억불부처를 모델로 인생의 참된 인생도전과 각박하고 쓸쓸한 세상을 치유하는 것은 사랑과 희망, 자유란 것을 보여준다.  

퇴직한 교육자가 돌연 염이나 해주는 장의사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며 동네사람들과 제자들이 만류해도 손자 상호에게 말했듯이 몸담고 있던 직장이 사각형의 생활이었다면 퇴직 후의 인생의 길은 오각형의 길로 갈 것임을 결심하게 된 얘기는 많은 의미를 준다.  

상호 또한 일괄적인 교육의 지침대로 자로 대고 사람을 침대에 눕혀 죽이는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에서 벗어나고자 대학의 전형적인 과정을 뿌리친 점, 숙련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억불부처상에 오르길 도전한 점은 두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보여준다. 

송미녀의 죽은 시신을 염하는 과정에서 손자인 상호를 옆에 두고 보여주는 의식행위는 이승에서 살고 죽게되는 순리의 과정조차 인생의 한 길이며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해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행동이라 하겠다.  

안교장의 처신은 저 위에 있는 억불부처의 현신처럼 묘사한 점은 누구나 자신의 수양을 쌓아가다면 다니엘 호손의 큰바위의 얼굴이나 이 소설의 인민부처를 뜻하는 피플붓다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 

졸업식에서의 고등학교3년 내내 괴롭힘을 당한 상호의 졸업의 의미는 더욱 의미가 깊다. 자신과 짝 또한 더 이상은 고등학생이 아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의미와 함께 새로운 세계인 대학생으로서의 출발을 다지기 위한 하나의 의식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성장통, 대학 입시에 대한 부정적인 반항,  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강한자가 약한자를 우습게 여기는 아이들의 행동들을 나타내며, 그런 조건을 지닌 상호가 진정한 하나의 자아를 확립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아름다운 성장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너를 오라고 한 것은 너에게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가르치려는 것이다. 죽음을 알아야 허무를 알고 허무를 알아야 오만하지 않고 탐욕 부리지 않고 분수에 알맞게 착하게 살아가는 법이다. 사람이 삶에 입학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그 삶의 졸업, 즉 ,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고 자기 삶을 열심히 착하게 사는 것을 가치 있는 죽음을 잘 맞이하려는 것이다.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생명력이 왕성해야하는데, 그 생명력은 허무를 맛보아야만 더 자유롭게 거침없이 헌걸차게 커나가는 것이다. " 

위의 구절은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참 의미가 아닐까 쉽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오늘날 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와 인터넷 용어를 뒷편에 수록함으로써 나의 학창시절과 함께 얼만큼의 요즘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는 재미도 들어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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