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 상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18년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갈 즈음 아일랜드인으로서 미국 보스턴에서 터전을 잡은 경찰서장 토머스 커글린에겐 세 아들이 있다. 경찰인 첫 아들 대니,  검사인 둘째 코너, 그리고 터울이 큰 막내 조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피골이 상접한 여인 아일랜드인 로라란 여인을 데려와 살기 시작하고 대니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당시의 미국 경찰의 근무조건은 일반 부두 노동자만도 못한 수입에 6년간 봉급인상제로 상태, 주당 73시간 근무에 시간당 29센트와 제복이나 총기구입도 모두 자신의 수입에서 결제를 해야하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대니같은 순찰을 도는 경찰에 한해서 그나마 숨통을 쉬는 정도다. 가족이 있는 경찰은 분유조차도 살 수 없던 환경에서 대니는 권투경기를 함으로써 근방의 폭력배를 구속하고 보스턴 경우회라고 해서 경찰들의 모임인 그 곳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경기에 나서곤 했다.  

그런 그에게 이탈리아인들이 사는 구역인 그가 살고 있는 집에 테사란 여인이 출산에 임박해서 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스페인 독감이 휩쓸던 즈음 아기는 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와 자연히 가까워지고 그녀와는 서로에 대한 허기진 욕구, 모멸감으로 가득찬 관계를 가져나가는 도중 FBI요원인 핀치와 후버가 옴으로써 그 부녀의 관계가 사실은 부부이며 그들의 활동은 무정부주의자, 폭탄제조범이란 사실, 그들과 연관된 배후엔 당시 공산당 창당인인 록스베리 라트비아 노동자 연합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아버지의 의도와 그들의 협조를 원하는 협박속에 위장인물로 그들의 위치와 우편물 명단 확보를 위한 침투를 하면서 동시에 일을 완성한다면 금배지에 대한 보상이 주어짐을 언약받는다. 이런 와중에 대부인 에디와 아버지의 명으로 경우회 일원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임무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 가운데 자신이 점차 경우회의 일은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며 일하게 된 자신을 느끼게 되지만 위장업무에 대해서는 위협과 라트비아의 친구인 비숍에 대한 인물에 대한 양심으로 가책을 느끼게 된다. 결국 테사부부가 벌이고자 했던 일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테사 남편은 죽음을 당하고 테사는 도망을 친 가운데 에디의 무리한 연극에 위장업무가 탄로나면서 그 일에서손을 떼게 된다.  

 야구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흑인 루터로렌스는 시합을 하러 가는 도중 베이브루스와 경기를 벌일 만큼 빠른 발을 보유한 무기 공장에서 일하는 23살의 흑인이다.  

그런 그에겐 릴라라고 하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지만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우선 채용하기 위한 일자리 정책일환으로 해고당하고 그녀의 친척이 있는 오콜라호까지 가게된다.  그 곳에서 호텔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하던 중 좀 더 돈을 벌기 위해서 동료 제시텔과 함께 그 동네의 암흑 보스인 목사로 불리는 사람이 벌이는 넘버스러너라는 일을 하게 된다. 텔의 헤로인 복용과 중간에 돈을 가로챈 일이 발각이 되면서 본의아니게 그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되는 순간 총을 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모크란 놈을 살려주고 동료 텔과 그 밖의 사람들은 죽음을 당하게 된다.  

임신한 릴라에게도 외면당한 그는 몸을 피해서 정착한 곳이 보스턴 _ 루터 삼촌의 소개로 백인경찰서장인 토머스의 하인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다른 백인과는 다른 로라와 친하게 된다. 로라는 이미 코너의 청혼을 고려중인 상태로 대니는 에디의 집요한 루터의 괴롭힘을 알고 도와주는 대신 로라의 근황을 살펴 줄 것을 부탁한다.  

로라가 코너의 청혼을 받아들였단 사실에 괴로워하던 대니는 마침 아버지의 집으로 찾아온 로라와 그 만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로라의 비밀이 터지게된다. 로라의 사촌이자 한참 나이차가 나는 남편이 찾아오고 그의 말에 의해서 그녀가 아들도 버리고 왔음을 알게된다. 로라의 말에도 귀를 기울새도 없이 그녀는 쫓겨나게 되고 그녀의 남편은 대니의 협박에 영국으로 갈 것을 종용받게된다.  

그 집을 나온 로라는 루터의 충고어린 말에 결심한 대니의 고백에 가족의 반대에도 뿌리치고 대니와 결혼을 하게되지만 당시 상황은 온갖 주의자들로 넘쳐나는 시대로 가고 있었다. 오미라 경찰청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경우회와 약조한 것을 거부하는 새 청장 커티스에 의해서 경우회는 전국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게 되면서 서로가 다르게 보는 반목이 더욱 거세어지게 된다.  

결국 총파업에 나서게 된 경우회 소속 1400여명이 총기와 배지를 반납함으로써 사태는  그 가운데 이를 노린 무정부주의자, 볼셰비키 지지자, 깡패들이 뒤섞인 가운데 온 도시가 마비가 되는 사태에 이르고, 청장은 경질에 이은 복귀과정을 거치면서 파업에 참여한 경찰 전원을 해직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보충인원으로 채운 보병출신의 지원경찰들 모집엔 실제 보스턴 경우회원들이 요구한 모든 조건사항이 수락된 상태로 채용이 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게 된다.  

한편 막내 조는 아버지에게 형에게 대들었단 사실과 욕설을 했단 사실에 크게 맞고서 가출을 한 경험을 갖게되고 폭동이 일어난 날 몰래 집을 빠져나간다. 나간 거리에서 변태 강간범에게 쫓기게 되고 이를 안 코너에게 발견이 되서 집으로 가던 중 폭파사고로 코너는 장님이 되고, 대니는 테사를 쫓던 중 그녀에게 부상과 보이지 않던 다른 사람에게 총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가 입원하고 코마 상태로 살던 3일간 파업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고 (조직자의 견해에 따르자면 노조에 가입하기에 앞서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민간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들이 선동이 되서 파업에 임한다는 것은 인정 할 수 없단 사실) 대니는 처음 호응을 얻다가 연이은 신문의 의혹풀이에 대한 (테사와 그렇고 그렇단 사이) 기사가 터지면서 복직이 무산된다. 주지사, 청장, 시장은 시민들에게 호응의 응원을 받게 됨은 물론이다.  

한편 루터는 집요한 에디의 행동으로 같이 알던 동료가 무참히 죽게되는 광경을 보게되고 그가 원하는 대로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에서 발송하게 될 명단을 빼어 줄 것을 약속하게 된다. 

 어느 날 술병을 쥐고 자신이 그간 모은 돈을 확인 한 에디는 자신의 빈 집인 옥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검은 그림자에 의해 떨어져 죽임을 당한다. 고향에 돌아온 루터는 스모크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목숨을 건 담판에 승리를 거두게 되고 아들과 함께 릴라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돈 2000달러를 동봉해 대니에게 보낸다.  

가족으로 부터 결국 식구로 받아들일 수 없단 말에 서부로 갈 것을 결심한 대니 부부는 베이브 루스를 만나게 되고 서로 헤어지게 된다.  

 

10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방대한 미국의 한 역사를 보면서 그 안에서 살아간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1.2편당 500페이지가 넘는 그 많은 내용을 읽어가면서 역시 루헤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로도 나왔던 "살인자들의 섬"이 "셔터 아일랜드"로 나오면서 무기를 다루지 않는 섬뜩한 공포의 진면을 보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혼동이 오게 만는 그의 필치가 무색하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온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 상황으로 비쳐본다면 3.1운동이 있기 직전의 활화산 같은 미국의 정서를 그린다.  

흑.백간의 같이 머물 수 없던 환경, "나리"라 불러야 하고 특히 미시간주의 악랄한  백인 주인의 많행은 뿌리란 책에서부터 내려온 인간이 인간을 멸시할 권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준다.  

미국의 원 주인은 인디오다. 그런 그들사이에 온갖 병을 옮겨주고 잘 살던 흑인들의 억지로 끌고와 노예로 부린 그들 _ 백인들이 과연 그 땅의 주인일까?  

에디가 루터에게 너의 고향은 어디며, 그 뿌리로 돌아가란 말엔 실소를 금치 못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선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그의 언행은 힘없는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혈기왕성한 루터란 인물에게 하염없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아버지와 에디의 고향인 아일랜드인들의 완고한 성격, 종교관의 태도, 흑인을 대하는 태도나 당시 로라가 처해있던 유부녀로서 행했던 행실을 용납할 수 없는 사회관이 모두 잘 드러나고 있다.  자신들의 정당한 처우 개선을 정부 정복에 앞장선 이단자로 몰아세워 무정부주의자, 볼셰비키와 같은 무리로 같이 내몬 미 정부의 처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오직 한 쪽만보려는 무능함을 작가는 비꼰다.   

또한 언론의 필치로 인해서 한 인간이 어떤식으로 만인들에게 비쳐지는지도 보여준다. 대니의 테사에 대한 관계는 그 사실을 떠나서 호응적인 반응에 이은 냉담한 시선을 갖게되는 과정은 한 자 한 자 기사를 써내려가는 사람들의 필치에 대한 책임감의 중요성도 알려준다.

대니의 양심적인 언행은 아버지와 에디의 선한 이면에 감춰진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고자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재계 사람들에게 팔아 돈을 모으는 행동,  아버지조차도 코너의 장래를 위해서 FBI요원들과 맺는 언약은 권력의 핵심을 쥐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자들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준다.   

비단 이것이 이 시대에서만 행해졌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며 , 우리의 현실 중 한 면을 보여주는 것 같이 그 씁씁함이 더하다.  

힘없는 자는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어야만 하는 것이 속 편한 세상에서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이워지길 원했던 많은 경찰들은 그래서 더욱 정부에 야속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에서 로맨스를 곁들인 작가의 필치는 한 숨 돌리는 여유를 불어넣어주고 있고 로라의 당당한 태도는 그래서 현대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의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한다. 단순히 흑. 백간의 아름다운 우정이나 사랑의 아픈 여정을 곁들인 소설이 아닌 미국의 19~20초에 걸친 역사의 한 면을 들여다 본 기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우회의 파업에 이르기까지 분위기 조성을 할애한 부분이 너무 많았단 점이다. 2권 중.후반에 들어서 비로서 파업에 대한 부분이 그려진 점에 비쳐본다면  1권으로 나오기엔 작가의 글 욕심이 많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시대에 조목조목 나오는 당시의 혁명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행동과 주장, 당밀폭파묘사는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역사의 도움을 받을 순 있단 생각이 들면서도 굳이 초반부의 지루함이 없지 않은야구 경기 묘사장면과  베이브루스를 꼭 등장시켜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조만간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이미 영화적인 요소가 두루 포함된 책이란 생각과 함께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