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펠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기존의 작품들보단 훨씬 부드러워진 면이 없지 않으나, 이번에도 역시 각 인물들의 관계는 영 껄끄러운 근친상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각각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로 묶어낸 이 책에선 그간에 보여왔던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한층 다양하고 폭이 넓어졌다면 좀 달라진면으로 봐야할까? 

첫째 이야기인 아카펠라 

수시로 가출하는 엄마와 엄마가 있음으로 해서 더욱 행동에 제약을 느끼게 되는 외할아버지와 둘도 없는 친구사이처럼 지내는 손녀인 나 - 15살이고 곤도 다마코라는 이름이 있지만 할아버지는 그냥 나를 마코(할아버지의 첫사랑 이름) 라고 부른다. 중학교생인것을 비밀로 하고 중고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이혼 결정에 따른 할아버지의 요양원 수용 소식에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단 사실에 놀란 31세의 담임인 가니에 선생님과의 대화는 시종 다마코가 이끌어가는 형국으로 가게되고 ,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의 계획에 있어서 확실한 미래의 일을 설계하는 다마코를 보면서 데모시카(달리 할게 없어서 어쩔수 없이 되어버린 것)로써 교편생활을 하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한다. 할아버지가 엄마를 낳은 친아버지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그렇게 박대한 엄마를 보면서 할아버지와 가출을 하게 된 다마코의 생활을 엿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목소리로만 느껴질 수 있는 천연의 원시적인 애처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항상 마코라 불렀던 할아버지와 결혼을 꿈꿔어오던 다마코가 할아버지가 원래의 자신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  바램이 무산된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둘째 이야기인 외로움 

스스로 한심한 남자라고 느끼는 38살의 하루이치는 18살 겨울 고3때 가출을 하고 그 세월이 이어지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릴 듣고 상주로서 고향에 발을 내딛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작은 아버지의 딸인 미오와의 이뤄질 수 없는 위험한 사랑을 하지만 16살의 미오와 함께 도망치기엔 자신이 너무 어렸고 그것을 말하기엔 미오에게 너무나도 힘든 결정을 주는 것 같아서 현실의 도피를 감행한 결과다.   

그녀의 딸인 잇카가 자신을 잘 따르고 연락안한 상태에서 도쿄에서 동거해온 사장인 마리에와 접촉사고로 알게된 슈카가 오면서 그 갈등은 더욱 커진다.  

미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옛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이혼한 남편을 만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말리면서 주먹다짐을 받게 되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그간의 속죄를 더는 것 같은 후련함을 느끼고 도쿄로 갈 것을 결심한다. 

셋째 이야기인 네롤리 

50이 다되가는 다루자키시오코란 여인이 생각하는 시선과 그의 남동생인 히데의 여친처럼 행동하는 코코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주을 이루고 있다.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병치레 잦은 남동생을 둔 시오코는 항상 동생에 대해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가지고 평생 돌보야할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여인이다. 

출판사에 오랫동안 사장의 비서로 일하던 중 사장의 퇴임과 함께 그 회사를 나오게 되고 그 와중에 병원에서 마주친 히데는 코코아란 대학생을 알게되면서 자연히 집으로 왕래를 시작하게 된다. 시오코보다 12살 어린 인쇄회사의 직원인 스가란 사람이 결혼에 대한 청혼을 하고 이를 바라보는 히데의 생각과 동생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제 2의 인생길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시오코를 바라보는 코코아의 시선이 그려진다. 결국 스가 엄마의 반대로 결혼을 거절한 시오코의 일상생활과 할아버지가 위독하단 소릴 듣고 고향에 내려간 코코아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만 말한 유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과거- 조강지처를 버리고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와 결혼한 할아버지는 두고온 자식에 대한 후회에 대한 보상심리로 재산을 그들에게 넘겨준다는 유서작성을 하게 되고 이에 분노를 느낀 코코아는 우연히도 그들의 남매를 가까이서 두고 보게 됬으니 그들이 바로 시오코와 히데란 사실을  끝 마무리에서 나타내준다.  

위의 소설들 3편은 모두 평범한 일상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가정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외, 불안, 외로움을  나타내주고 있다.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겪는 일 자체가 결코 평범한 일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소재는 내내 편히 읽을 수는 없지만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이 겪는 누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다마코가 엄마의 가출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세상만으로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꿈, 하루이치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부터 도피해온 도쿄, 할아버지의 자식들을 곁에 두고 봄으로써 그들이 결코 할아버지가 생각한 만큼 불행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목격한 것에서 받는 위로감을 느끼는 코코아- 

누구나 한 번쯤 현실도피를 꿈꾸지만 결국엔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앞에서의 평범한 삶을 작가는 자신의 우울감을 벗어난 기회를 삼아서 보여주고 있다. 

***** 인생이 반짝반짝하지 않고 내일은 기대하지 않으면서 사는 그들에게 언젠가 없어서는 안되는 아름다운 별이 되기 위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이름을 가진 내가.  (코코아가 누워있는 할아버직에게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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