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조셉 M. 마셜 지음, 김훈 옮김 / 문학의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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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자신이 인디언의 후예로서 오랫동안 선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삶의 철학적 이야기를  총 12편의 제목을 달아서 손자를 옆에 두고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전설과 그에 따른 교훈적 이야기를 곁들여서 풀어낸 아주 따뚯한 글을 수록한 책이다. 소 제목 하나하나가 삶에 있어서 아주 소중한 덕목인지라, 모두 놓치기 아깝고 글 한편 한편마다, 자신의 조상들이 겪었던 , 말과 글의 말살정책, 기독교로의 동화정책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인디언들의 노력이 여러군데서 보여주고 있다. 인디언의 이름 하나하나가 모두 뚯을 갖고 있듯이 아주 친 자연적인 이름으로 불리워져 있기 때문에 흡사 "늑대와 춤을"이란 영화가 많이 생각났다. 인디오들의 집인 원통형 구조 속에서 치러지는 정화의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서양인들이 결코 이해 하지 못할 깊은 뜻이 숨어있고, 문화라는 것이 자신이 태어나고 익숙한 것에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때의 자세도 서양과 인디오들의 차이가 나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작가 자신이 말했듯 자연의 불균형이 깨지면, 모든 것의 조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동성애자들의 성향도 또 다른 우리의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말고 우리 사회 구성원의 다른 일부분이라는 생각엔 폭 넓은 이해가 있어야함을 일깨워준다. 춤 추는 형태에 대해서 하나의 "원"을 이루고 그 원안에 깃들여져 있는 뚯 깊은 인디오들의 생활 양식과 조상들 대대로 내려오는 의식속엔 인간도 하나의 대지 속에 한 조그마한 존재라는 엄연한 의식을 갖고 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동양적 사상이 깃들어진 웃 세대에 대한 공경심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선 안 될 좋은 선구자란 말엔 많은 수긍이 간다. 가을 바람도 점점 깊어가는 이 때에 한 편의 마음 한 구석에 아주 배부른  음식을 먹은 기분 좋은 말이 가득 들어 있는 좋은 책이란 생각이든다.  

****제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러분의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것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고. 아무리 세월이 가고 나이 든 분들의 삶의 방식은 늘 소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필요할 때마다 할머니가 말씀해주신 것을 꼭 기억해내야 한다고. 

****진실을 알아보기 어려울 때가 가끔 있다. 진실은 축복의 선물이 될 수도 있고 힘겨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친절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잔혹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종종 우리를 피해 달아나며,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한다. 진실은 가끔 너무 깊이 숨어 우리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그것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또 너무나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어서 우리가 수시로 그 위를 지나가면서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다 다음 순간에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대낮처럼 명백한 것이 된다. 결국 우리는 진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 진실은 가끔 바람과 같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으나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가는 볼 수 있다. 진실은 또 해가 뜨고 지는 일과도 같다. 우리는 아침에 해가 동쪽 지평선 위에 떠올랐다가 저녘이면 서쪽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스스로 돌고 있는 천체 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해는 뜨지도 않고 지지도 않는다.  우리의 물리적인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다

**** 진실은 삶의 시행착오들이 낳은 결과물이다.(...) 진실은 장님들이 코끼리 더듬는 이야기에 나오는 진실들처럼 주관적이다. 진실은 또 "인간은 하늘을 날지 못할 운명이었다."는 진실처럼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환상이 아니라 분명한 해답을 원하기 때문에 세상에 진실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진실처럼 보이는 모든 것에 취약하다.  

**** 이 세상의 모든 진실 가운데서 가장 확고부동한 진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예외 없이 적용되는 엄연한 진실이므로 과거부터 진실이었고, 앞으로도 항상 진실로 남을 것이다. 그 진실은 바로 죽음이다. 그것은 미국 사회가 가장 두려워해서 피하려 하는 진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모든 진실을 측정할 수 있는 진실의 표준임이 분명하다. 지속적이고 정확하다는 면에서 그 진실과 비교할 수 있을 만한 것은 다시 없다.

****죽음에 관한 진실은 아주 단순하다. 죽음은 결국 일어날 것이라는 것.우리가 그 진실을 제아무리 열심히 부인하려들고 맞서 싸우려든다 할지라도 그것만큼 피할 수 없는 진실은 다시없다. (...)  죽음과 싸울 방법은 없다.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죽음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항상 패배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것은 죽음이 적이라는 환상을 낳는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죽음은 결국 우리의 가장 진실한 친구다. 죽음에 관한 가장 심오하고 마음 든든한 진실은 그것이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삶은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  

**** 용감함은 우리 삶이 늘 암, 절망, 기회의 상실, 사업거래상의 실수, 허리케인의 내습. 참혹한 결정 , 어두운 뒷골목 등과 같은 도전 과제들을 우리한테 제시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도전은 일종의 초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초대. 

****용감하다는 것은 역경 속에서도 여전히 용기를 잃지 않거나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 꿋꿋한 자세로 고통과 직면하는 것이다. 용감하게 행동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주위를돌아보라. 그러면 그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따르도록 하라. 그 사람을 충분히 오래 따른다면 용기를 갖는 법을 배우게 되거나 당신의 내면에 잠복해 있던 용기가 저절로 분출해 나올 것이다.  

**** 지혜는 조급함, 고집스런움, 과도한 열정, 분노,무지,오만함을 비롯하여 우리를 반드시 해로운 길로 들어서게 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만드는 그 밖의 많은 성향들에 대한 해독제다.  

****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빨리 달릴 수 없거나 멀리 걸을 수 없을 때가 온다. 우리의 반사신경은 둔해지고 머리는잿빛이나 은빛으로 물들고, 우리가 걸어온 길들이 우리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 그리고 가장 보람 있는 국면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삶의 여정이 끝나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멀리 걸어왔고, 이제는 그 여행이 우리가 얻은 보상이요, 힘이기 때문에 뒤돌아 볼 수 있는 삶을 갖고 있다. 지혜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 우리가 삶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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