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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같은 모습의 우리들에게 어떤 시선과 외로움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는 작품-
첫 출간작 표지와는 다르게 구매한 표지가 작품 속 카야를 잘 그렸다는 생각과 함께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주제들이 잘 어울려 자연을 향한 경외심과 고독, 외로움과 함께 어린 소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그려낸다.
폭력이 하나의 일상처럼 자리 잡은 아버지의 행동으로 가출한 엄마와 오빠 언니들에 이어 아버지마저 어느 날 자취를 감추고 홀로 남은 6살의 카야는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영위해 나간다.
마을과 떨어진 습지 지대에 허물어져가는 집에서 조개를 캐며 보트를 운전해 마을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며 살던 소녀가 문맹인으로서 자랐던 즈음 테이트란 소년이 글과 숫자를 가르쳐 주면서 자신의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던 소녀, 그러나 테이트가 대학 진학을 위해 떠나면서 약속을 저버리자 그를 기다렸던 시간은 아픔과 배신의 시간으로 맞는다.
한편 마을에서 바람둥이로 여자들과의 관계가 복잡했던 선샤인 보이 체이스의 집요한 카야를 향한 공략은 성공하고 테이트에 대한 그리움을 대체할 새로운 사랑으로 체이스를 선택했던 카야는 다시 배신감에 좌절을 겪는다.
작품의 배경이 1952년부터 1969년까지 17년이란 시간을 관통하면서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한 카야와 죽은 채 발견된 체이스를 두고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카야가 법정에 서는 스릴러와 로맨스, 그리고 그 사이 자연경관이 뿜어내는 오묘한 자연 순리의 모습들이 번갈아가며 그려진다.
마을과 외떨어진 습지에 살고 있는 카야에 대한 시선과 그 시선으로부터 고립된 느낌을 갖고 있는 카야는 실은 누구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에 대해 이미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실력을 가진 여인이다.
그런 그녀의 자질을 알아본 테이트의 조심스러운 근접과 사랑에 대한 마음들이 살인사건과 접목되면서 누가 체이스를 죽였는가에 대한 집중된 법정 공방은 작품 전체에서 또 하나의 미스터리이자 카야의 알리바이에 대한 설전들이 후에 어떤 반전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흐름들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다가온다.

누구보다 별을 사랑하고 습지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알고 있는 카야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카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품었던 테이트, 여기에 누구도 카야에 손길을 건네지 않았던 백인들보다는 흑인 점핑과 그의 부인의 보살핌은 경계 외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공통된 감정의 기류처럼 느껴지기에 인종차별, 자연정복에 대한 인간들의 욕망, 하나의 인간 그 자체 존재로서 생각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이루려 했던 체이스를 대표하는 인간 표본은 테이트와 비교 대상이 된다.
-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 -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 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p.13
자연 생태계는 자연이란 조화 속에서 순리를 따르며 짝짓기를 통해 객체를 보전하거나 조절을 하며 이러한 모든 것들을 알았던 카야가 체이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 마음의 변화는 각 상황마다 저자가 전공했던 부분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인간들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여실히 느껴볼 수 있다. (반딧불이, 사마귀 교미, 야생 칠면조의 생존방식...)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한 사실도 놀랍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묘사들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