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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심플 플랜]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호러 소설.-
책을 읽은 후에 온몸에 소름이 여전하게 쫙 올라오는 이 공포스러운 작품이라니!
심플플랜과는 또 다른 느낌을 불어넣는 이 소설은 저자가 직접 시나리오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던데 인간의 본성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것도 호러에서 갖는 색다른 느낌이다.
멕시코 칸쿤으로 놀러 온 미국인 두 커플인 제프와 에이미, 에릭과 스테이시는 독일인 마티아스와 친하게 되고 마티아스가 동생의 행방을 찾기 위해 떠난다는 소식에 그들은 동참하게 된다.
코바를 거쳐 마야 원주민이 살고 있는 정글을 지나고 그들이 도착한 그곳에서 그들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부딪치고 고립된다.
언덕 위의 꽃들과 덩굴들이 자리한 그곳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 곳일까?
다시 되돌아가려 해도 원주민이 언덕 둘레에 진을 치고 그들이 내려오는 행동을 보인 순간 활과 총으로 이들을 저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이며 스멀스멀 다가오는 죽음의 냄새와 유혹적인 목소리는 또 어떤지...
상대방을 제대로 알려면 여행을 함께 해보란 말이 있다.
여행을 하는 도중 의견충돌이나 서로의 관점이 다를 때 상대는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 나 또한 상대를 얼마큼 잘 알고 이해를 하고 있는가? 에 대한 것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들 커플과 그리스인인 파블로가 고립된 채 물과 식량에 대한 두려움이 겹치면서 상대에 대한 비난과 절망, 희망조차 현실에서 꿈에 지나지 않음을 점차 자각하는 과정이 마치 내가 그들 속에 함께 겪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험 속에 냉정한 마음을 유지하려 한 제프나 마티아스의 행보에 따라 남은 자들이 서로 좀 더 협력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들이 한두 명씩 겪는 공포의 자리엔 석연치 않은 마야인들이 저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초자연적인 보이지 않은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그 원인을 해결할 방도는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서늘함과 안타까움, 서로의 비난과 오고 가는 대화 속에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분노폭발, 여기에 커플이었지만 결국엔 막다른 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는 사랑하는 이보다는 나 자신을 우위에 둘 수밖에 없는 행보가 인간 본연의 자세임을 보여준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심플플랜이 더 좋았다는 평이 있지만 각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르기에 각 소설마다 매력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점차 피폐해 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 끔찍해 읽는 도중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호러공포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초자연적인 힘의 원인과 이유는 무엇인지를 좀 더 밝혀내는 과정이 들어있었다면 작품의 카타르시스로써 좋았겠단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제프와 마티아스의 일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예쁜 꽃일수록 그 안에 담고 있는 독소는 강하다는 것을 다시 느껴본 작품, 그들 모두 만만하게 생각했던 폐허는 그들의 인생을 폐허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