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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오르부아르] 이전에 이미 추리 스릴러 작품을 통해 익숙한 저자의 미발표 초기작이 출간됐다.
저자가 그려내는 추리 스릴러의 내용은 냉혹하고 처절한 표현들로 인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데 초기작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전작에서 보인 이러한 흐름들은 계속되어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누가 보기에도 평범한 63세 노년의 미망인 마틸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그녀의 인생에서 평가한다면 시대적 흐름에 자신의 인생을 맞춤으로 살아왔다는 느낌이 강하다.
부유한 남편과의 결혼,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받고 레지스탕스 일원으로 활약했던 그녀에 대해 과연 누가 얼마큼 잘 알고 있을까?
그녀를 킬러의 세계로 이끈 동료 앙리에 의해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한 번도 실수하는 일이 없었던 그녀가 어느덧 나이가 들고 자신도 모르는 망상과 치매로 보인 행동을 기점으로 뜻하지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되는 상황들은 이어서 계속 그녀 스스로 살인자의 길에 들어서는 과정이 물 흐르듯 흐른다.

1985년 집필한 미발표작이란 점을 제외하면 내용의 흐름들은 액션 추리 스릴로써 과감한 행동과 그 이후 일 처리 방식까지 노년의 여성이 한 일이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을 만큼 일사천리, 그런 가운데 블랙 유머를 곁들인 누아르 분위기는 이 작품에서 한층 빛난다.
죽을 사람들이 아니었건만 자신의 주위에 불필요하다는 생각, 그녀의 죄가 밝혀지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이런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전개, 그러면서도 그녀가 잡히길 바라는 마음 한편에서는 또 다른 살인자로서의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하게 다가온다.
뱀이란 동물이 연상되는 서늘함과 독성을 가지면서 똬리를 틀고 먹이에 접근하는 방식을 이 작품 속에서 각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린 바실리예프의 글은 타당하게 보이며 마지막까지 그녀가 지칠 줄 모르는 저돌성은 60대 여성이란 점을 생각하면 독보적이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피차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것도 특출났지만 뭣보다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는 설정과 치매가 치매로 인해 결과물을 낳은 과정은 한편으로는 허무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환각과 망상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 전개는 한 개인의 광기가 어떻게 죽음을 부르는지를, 그런 광기가 지닌 본성의 진짜 모습 속에는 폭력과 광기가 난무하는 인간의 한 부분 일 수도 있음을 느낀다.
장르 소설의 시작점이자 마침표로서 미발표작을 출간한 저자의 이번 작품에 대해 차후 이런 작품을 볼 수 없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