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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한 작가가 쓴 작품들 속 인물들이 총 출연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다채로운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질 것 같은데 바로 스트라우트가 이런 일들을 벌렸다.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그간 등장한 밥 버지스, 올리브 키터리지, 루시 바턴을 빼놓을 수 없을 터 메인 주 크로스비 타운에서 모여 살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지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점차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끊임없는 천일야화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월드라고 칭할 수 있다.

우리가 알던 올리브의 투박하고 과감 없이 드러내는 성격은 여전한데 (아, 첫 장면에서 푹 웃음이 나온다.) 벌써 아흔이라니!!!
그동안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가 싶더니 루시 또한 66살로 첫 남편인 윌리엄과 함께 살기 시작한 크로비스의 삶이 불편하지는 않은 듯하다.
어느 날 밥 버지스에게 루시를 소개받고 싶은 올리브가 그녀를 만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흐르는 가운데 밥과 루시는 함께 산책을 하면서 주변과 가족들의 상황들을 서로 교류한다.
여기에 글로리아 비치란 여인의 실종과 맞물려 그녀의 아들 매슈가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그의 변호를 맡게 된 밥이 자신의 형수 헬렌의 죽음으로 형 짐에게 위로를 해주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슬픔의 늪과 과거 어린 시절의 잊을 수없는 상처들을 수면 위에 다시 떠올리며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상황들이 함께 그려진다.
전작들을 함께 떠올려보면서 읽게 되는 이번 장편소설은 인생과 삶이란 키워드 속에서 삶에서 기록된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 기록조차 새기지 않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인생에서 주요한 핵심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예전 시집살이가 고된 삶을 살던 어른들 말씀 중에 내 인생 이야기를 한다면 하루도 모자라고 그것을 풀어내자면 한 편의 드라마, 영화, 소설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속 내용들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함 속에 불안감들과 슬픔, 배신, 아픔,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채 다시 도드라져 되새겨 나오는 속절없는 그리움과 아쉬움, 두려움들이 포진한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할 것 없인 사는 것이 별것 아니구나를 생각하면서도 이들 인물들이 서로 주고받은 기록되지 않는 삶을 들려주고 듣고 그것을 다시 다른 이에게 들려주는 식의 전개 방식은 잊히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이자 누군가에게는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매슈) 자신의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성인이 된 자신 안에 숨은 어린 밥이 간직하고 있던 아픈 진실들을 매슈를 통해 보듬어 간다는 점도(밥) 인생이란 그런 것이구나를 여실히 느껴보게 한다.

특히 저자의 농익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올리브의 관찰자적인 모습을 통해 투영해 보이기도 하고 루시를 통해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이 자신의 손을 떠나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고 쓸쓸해하는 심정을 밥에게 들려주는 장면이나 밥 또한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자세들은 우리 또한 과연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는 있는가에 대한 비교를 해보게 된다.
그래서 삶이란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상황들을 통해 비춘 소설 속 내용들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일말의 수긍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또한 살아가는 데에 어떤 기준점이 있어 그곳에 다가서는 과정보다는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저마다 살아가는 속도에 맞춰 흘러가는 것임을 느껴본다.
- "이런 개 같은. 이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이란, 사람이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거죠." -p 41
특히 불륜으로 인해 서로의 가정이 파탄 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룬 후 다시 재회하는 전 부부의 모습은(팸과 밥) 미움과 배신이란 감정이 시간이라는 힘에 의해 서로의 안부와 만남을 이룬다는 것도 인간 대 인간의 교류란 점과 마지막 루시가 올리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읽었다.
사랑의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실려 있기에 루시가 선택한 그 결정이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 하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란 점에서 본다면 저자가 다시 새로운 작품 속에 루시의 변화된 일들이 어떤 과정으로 그려질지는 모르는 일이니 이번 작품 안에서는 이 설정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 - "삶이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거죠." - p91
-"인생은 그저 힘든 거예요._p 86
-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살아가는 삶. 그게 요점이에요.
문장 속에 담긴 문구들에 많은 공감을 느꼈던 작품, 혹시 올리브나 루시가 있었다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